사이아트스페이스
2015년 5월 19일 ~ 2015년 6월 1일
기억의 모션- blue, 천. 실. 구슬, 66x70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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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나를 구성하는 존재의 중심이다. 그것을 상실한다면 이미 나는 삶의 길위에서 벗어나 어두운 숲길을 헤메는 것과 같다. 그것은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끝없는 외로움에 내던져진 느낌일 것이다.
pieces of memory, 지나온 과거들로 뒤엉킨 시공간에서 발생하고 존재해 온 수동적인 기억들, 그 얽힌 실타래들을 한 올씩 풀어서 분류 나열하고 가상의 프레임 안에 배치시켜 능동적인 기억의 저장소를 만들어내고 싶다. 그래서 환희의 순간뿐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불편하고 수치스런 기억들조차도 이제는 휘둘리지않고 바라볼 수 있을 것 같기에 거리낌없이 드러내어 걸어두고 후회와 연민없이 현재의 삶을 지켜보리라.
한개의 인형은 piece of memory 이다. 기억의 한조각들이 모여 기억의 덩어리를 만든다. 이것은 마치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모으고 다듬어 퍼즐을 맞추어가듯 배치시켜 하나의 완성된 기억의 시간을 재현하는 것과 같다. 기억이란 지나온 발자취이며 현재의 기록인 동시에 내일을 만들어가는 요소이다. 그러므로 기억이란 존재의 리얼한 드러남이며 현재의 모션이다. 현재의 모션 즉 가감없는 바로 그 지점에서 꼭지점을 찍고 선을 연결하면 바로 나의 실상으로 드러난다. 그 모습이 외적인 것이든 숨겨진 내면이든 가끔은 과거의 기억들이 조밀히 들어차올라 숨막히는 버거움을 느낀다. 이런 기억들을 순간순간 털어내어 줄을 맞추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보려 해보지만 역부족이다. 숨어있는 아니 어쩌면 삭제되어진 기억의 본질에 접근할수록 무의식속에서 위장되어진 기억은 두꺼운 화장으로 겹겹이 장막을 휘감고 그 실체를 좀처럼 드러내지않는다. 두터워진 기억의 표피는 웬만한 충격에 쉽게 제거되지 않으며 강제적 제거는 생채기만 만들뿐 본질의 두께를 덜어내지 못한다. 강박적으로 접근할수록 기억이란 놈은 또아리를 틀고 숨어있다가 어느 순간 비웃듯 내 이성에 역행하며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엿본다. 그 흐릿한 숨은 기억들의 뿌연 서리를 닦아내고 그것들과 프레임없이 마주하는 순간 리얼한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교감없이 무뎌진 감정선들을 하나하나 뜯어내고 줄을 맟춰 가상의 공간과 시간 안에 배치하고 평행적 시선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보면 기억들이 생겨났던 그 순간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완성된 기억의 순간은 하나의 모션이 된다. 현재 재현된 기억의 조각들은 드러난 기억들의 기록되어진 모션이다. 이번 작업은 이전과 기억의 고찰이라는 주제는 같지만 제작방법에서 다르다. 이전의 회화에서 덜어낸 인형을 소재로 내재된 기억을 단위로 만들어 평면과 입체로 재구성 해 보았다. 글을 쓰듯 그림을 그리듯 실과 바늘로 기록하고 표현했으며 미미한 변화를 보이는 인형들의 움직임은 그자체가 나의 일상이며 익명의 우리들이 사는 모습이다. 인형들을 고정시키는 가로의 선들은 기억들의 모션을 만드는 원인들 즉 한 순간도 같을 수없는 개개인의 실체적 진실의 시발점으로 표현하였다.
기억은 기억을 점령하고 주인행세를 하지만 삭제되고 잊혀진 기억들도 현재의 나의 모션에 포함된 부분 집합이다. 위장된 기억은 언젠가 그 실체를 드러남에 두려움을 가지고 무의식의 덧칠을 하지만 존재의 치열함은 조금씩 기억의 방심한 틈새를 갉아먹고 거짓의 모션을 걷어낸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위장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 온다면 거침없이 직면할 용기가 남아있을까? 아니 아직도 나에겐 없다. 부끄럽지만 그냥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리란 어정쩡한 위선에 기댈 뿐이다.
삶이란 이런 순간순간들의 기억이 모이고 합집합이 되어 뭉뚱그려진 모습이다. 그 삶의 어느 곳에서나 현재 자신의 의지가 아닌 기억들의 모션에 의해 방황할 때가있다. 그러므로 나와 타인의 관계에서 오는 불필요하고 불편한 협상을 포기하고 내면의 진실한 의식(결코 이기적이지않은 인간 본연의 이성적 자세)을 회복해야만 그 방황의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 생각하며 관찰자의 시선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나의 작업이 보여지기를 희망한다. 격한 감정의 공유가 아닌 걸러진 수평적 인식으로 가늠해 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 스스로를 삭제시키지 않는 평이한 일상의 무게만큼만 바라봐 준다면 감사하다. 삶에서 그 어느것도 스스로 포기하거나 완벽하게 선택되어지진 않을지라도 우린 우리의 시간을 그리고 남은 여분의 시간까지도 되도록 우리가 알고 있는 선의 방향에 맞추어 모션을 취할 수 있어야한다. 그래야만 헤세의 말처럼 그 끝에 닿아 오로지 혼자 마지막 한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 후회도 미련도 없으리라.
인형들이 구성하고 있는 기억의 모션들은 어떤 구체적인 기억을 형상화하지는 않는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나 사건의 기록이 아닌 관객의 시선 깊이 내재된 감정선 자극으로 번져 개개인의 기억으로 돌아볼 수 있는 모션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 사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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