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관
2024년 7월 11일 ~ 2024년 7월 28일
'목사는 연기가 나는 총을 손에 들고 서 있었다
the chaplain stood with a smoking pistol(gun) in his hand'
스모킹 건(Smoking Gun; 연기가 나는 총)이란 표현은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인 코난 도일 (Arthur Conan Doyle, 1859~1930)이 1893년 발간한 셜록 홈스 시리즈의 하나인 「글로리아 스콧 The Gloria Scott」에서 유래되었는데 범죄뿐 아니라 사건에 있어서의 명백한 증거, 또는 어떤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 즉 결정적 증거(단서)를 의미한다. 이승희, 함성주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 《Smoking Gun》는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오던 '회화'와 '미술'의 영역을 잇는 지금의 현장이자 오늘의 미술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를 표방한다. 이 전시는 현 시점에서는 명명하기 이른, 일종의 미술적 어떠한 가설(사조)을 뒷받침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가설의 출발은 두 명의 작가에게서 시작한다.
이승희는 인간-동물-세계의 관계 속에서 다방면의 관계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이야기의 형태로 재구성하며 다양한 오브제(의 방식)와 그림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개와 인간이 갖는 조금은 특별한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회화, 조각, 설치 작업을 시도한다. 그의 작업에서 개는 단순히 사랑받는, 사랑해 주는 존재를 넘어 신과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선물이자 어쩌면 신의 영역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종교와 버금가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조건 없는 사랑, 헌신적인 마음, 어쩌면 개의 영혼에는 1/3 가량 인간의 영혼이 들어가 있거나 나아가 거울 속에 비춰지는 개는 자신이 동물의 모습이 아닌 인간이라 믿고 있을지 모르는 마음까지도 상상하게 한다. 이는 개를 표현하는 상징적 의미의 해석과 더불어 미디어 속 밈(meme)이나, 신화 속 이야기, 타로카드, 과거 역사 속에서의 개를 다루는 레퍼런스들로부터 확장되고 있다.
함성주는 어린 시절 경험한 아케이드 게임과 대중문화, 미디어 속, 화면 구성을 재현하고 재해석한다. 그의 작업의 대상이 주로 디지털 화면에서 송출되고 보여 지는 이미지, 실재의 모습이라 할 수 없으나 사실은 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화면 속 모습이 대상들이다. 게임, SNS, 미디어의 디스플레이 속 세상을 넘어 AI, 가상현실 등 이제는 이미지 속 세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진 단계에서 그는 디지털 매체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가며, 매체는 전통적인 회화 방식인 오일페인팅으로 남긴다. 이미지의 재현과 재해석의 사이를 표현해오던 작업들은 최근 작업들에서 최소한의 정보만을 남기는, '지우기', 그림을 닦아내는 단계에 들어갔다. 이미지의
정보와 내용을 삭제하고 최소한의 크롭과,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색을 지움으로써 그림의 정보를, 오직 '그림'으로만이 남기를 바란다.
두 작가의 작업은 묘하게 닮아있으면서 다르게 표현되고 있었다. 뾰족하고 입체적으로 이빨들을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실제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따뜻하고 귀여운, 사랑스러운 면모가 가득한 이승희의 작업과, 최소한의 정보를 머금고 있는 캔버스의 뒷면 마냥 함성주의 작업은 납작하고 은유적이며 의뭉스럽다. 무궁무진히도 쌓인 사연과 상상 너머의 내용들을 뒤로 한 채 말이다. 그래서일까 두 작가의 작업을 상상하고 구성하며, 어린 시절 묘하게 남아있는 하나의 감각이 떠올랐다.
딸깍-딸깍, 딸-깍 딸-깍. 반원형의 고무와 플라스틱이 섞인 재질이었다. 조금은 힘을 주어야 뒤집어지는, 움푹 들어간 모양과 평평해지는 모양의 사이를 반복적이고 의도적으로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장난감이었는지, 그저 어딘가의 부속품이었는지 알 수 없는, 가끔은 구부러짐과 펴짐의 힘에 의해 손에서 튕겨 나가기도 했으며, 평평해 지지 않는 것을 강제로 펴져 있기를, 온전히 구부러지지 않는 것을 구부러트리기를 반복하여 손가락이 아플 때까지 가지고 놀던 '그것'을 나는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기억 속 기록은 흐릿하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기억, 감각, 그때 당시의 감정까지도 꽤나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걸 보면 희미한 기록 속 잔상의 여운은 진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두 작가의 작업이 그러했다. 튕겨나갈 듯 앞으로 쏟아지는 힘, 움푹 들어가 평평해 지려고 하는 힘, 두 힘의 균형과 세기가 계속해서 그 딸-깍 소리를 내는 것만 같았다. 작업의 방식, 작업의 대상, 작업의 시대상 까지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전시를 보는 우리는 모두 목격자이자 동시에 증인이 될 것이다. 이미 쏘아진 총에서 연기가 나듯이 우리의 증언이 피어오르는 때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안부(Artist, Director of OUTHOUSE)
참여작가: 이승희 함성주
글: 안부
디자인: 김박현정
사진: 이의록
출처: 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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