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청담
2015년 6월 5일 ~ 2015년 8월 2일
낮 잠 Oil on Canvas, 130.3×9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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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 사이의 매개지대
이선영(미술평론가)
이우림의 그림에는 거센 경쟁 속에 있는 공적 영역으로부터 분리된 안전지대에 대한 유토피아적 갈망이 투사되어 있다. 작품 속 자연적 배경은 원초적 두려움을 주는 숲이 아니라, 윈도 화면에 나오는 나지막한 구릉처럼 부드러운 자연이나 잘 정비된 정원에 가깝다. 때로는 풍류 넘치는 옛 그림이 배경에 섞여 있어 비현실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허공 속에 드리워진 나무는 하늘하늘한 그림자로 걸려 있다. 등장하는 동물들은 거친 야생성을 가지지 않는다. 하나같이 순하고 예뻐서, 인간에게 선택되고 보호받는다. 초충도처럼 허구 속 자연이 등장하기도 한다. 인물들은 공적 사회의 경쟁과는 거리를 둔다. 그들은 현실로부터 벗어나 각각의 상상 속에 잠겨있다. 이번 전시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년은 커다란 눈망울에 붉은 입술, 푸른 빛 얼굴로 마치 살아있는 인형 같은 모습이다. 그를 둘러싼, 또는 그와 함께 있는 양귀비, 앵무새, 강아지 등은 그가 속해 있는 세계의 유희적이고 가상적 특성이 잘 나타난다.
아이가 아닌 성인의 표현에서 작가의 의도는 더욱 명확하다. 땋은 머리에 꽃무늬 옷을 입고 뒤돌아 있는 물위의 여성은 현실의 여성이기 보다는 남성의 환상이 투사된 ‘영원한 여성’이다. 아이와 함께 등장하는 여성 역시 모성이라는 원초적 역할이 부여된다. 그렇다면 성인 남성은 어떨까. 성인 남성은 사회적 역할로부터 완전히 면제될 수 없는 곤란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학생시절부터 인물화를 즐겨 그렸던 작가가 초기에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담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몽환적인 분위기의 모델로 교체한 것은 현실성을 삭감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남성이지만 몸과 손이 가늘고 비율도 어색한 까까머리 모델은 어느 작품에서나 뭐라 해석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여기에 꽃무늬 패턴이 더해지면 그의 정체성은 더욱 모호해진다. 작가는 모호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물의 포커스를 흔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우림의 작품에서 인간은 빠지지는 않는다. 인간이 무대에 안 나타날 경우에는 그림자로라도 등장시킨다. 작품 속 인물들은 어떤 성이든 연령대이든 현실보다는 상상 속에 산다. 상상은 현실로부터 인간을 보호한다.
초록빛 자연이나 꽃 패턴 등은 인물들을 감싼다. 그것들은 인물을 보호하면서도 타자와 소통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꽃무늬는 2차원 패턴을 넘어서 공간으로 자라나는 듯하다. 꽃무늬 천을 두른 인물이 달마시안이나 자작나무 같은 동식물과 함께 있는 이전 작품은 인공과 자연에서 발견될 수 있는 패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알려준다. 자연 속에서 이런 무늬는 보호색의 기능을 수행하며, 인물이 걸칠 경우 몸통 부분을 평면화 하면서 가상성을 강조한다. 지속적으로 나오는 꽃무늬 패턴에 대해, 작가는 어머니가 아기를 감싸 안는 포대기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작품 속에 가득한 가족애 역시 개인을 보호하는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동화같이 완전한 허구나 상상은 아니다. 그것은 분리된 영역의 한편에 속해 있기 보다는 그 경계 위에 있다. 그래서 깔끔하게 그려진 자연이나 인간에게는 깨질 것 같은 불안감이 서려있다. 작품 속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양귀비처럼 도취가 있다면, 도취에서 깨어날 현실도 존재한다. 각성된 현실은 더욱 가혹할 것이다. 그림이라는 상상의 세계로 산책하려는 작가의 줄기찬 의지는 그 뒤편에 남겨진 현실 또한 생각하게 한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매개지대-발췌

산책 Oil on Canvas, 194×150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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