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22년 10월 4일 ~ 2022년 10월 17일
이윤경 작가 그림 앞에서 저도 모르는 사이, 휴식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휴식은 얼룩 때문일 수도, 휴식이 얼룩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휴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쉬는 것입니다. 얼룩은 본바탕에 다른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섞인 자국, 또는 액체 따위가 묻거나 스며 더러워진 자국을 말하죠.
휴식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들은 무척 많습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 관련해서는 물론이고, 각종 통과의례 앞에 서 있거나 뚫고 지나가는 순간에도, 젊고 늙고를 떠나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하다못해 심심한 안부에도 휴식은 자주 강조됩니다. 심지어 세상을 바꾼 이들이 휴식 속에서 빛나는 아이디어를 탄생시켰다고, 그 휴식이 일명 ‘멍 때리기’라며, 멍 때리기 대회를 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진짜 말 그대로의 휴식이란 게 있을까요?
휴식이라는 그 의미 그대로 휴식을 지금까지 몇 번이나 취해봤을까요?
당연한 것은 마땅히 당연한 것이라고 배우고 외웠던 시절부터 어제까지 생각해보면 휴식은 저도 모르게 주저앉는 자리였습니다. 주어진 목표에 도달하겠다고 노력을 쏟고 기울이다 힘에 부쳤을 때, 또는 자신만만하게 실수를 저질러 놓고 주저앉아 휴식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럴 때면 부모님도, 선생님도, 동료나 친구, 선배, 애인까지도 “왜?”라고 물었죠. 이유를 알아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뜻이라지만, 저는 그게 다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왜? 라는 질문을 받은 마음은 저절로 두 손을 포갰습니다. 곧이어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라는 자책이 따라 붙었고, 자책은 반성으로, 반항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제가 갖다 붙인 휴식은 왜라는 질문에 멱살 잡혀 자책으로, 반성, 반항으로, 결국 일종의 형벌에 갇혔습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라 했던 학습은 그 어떤 착각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동안 학습과 세뇌 사이에서 착란을, 착오를 열망했습니다. 그럴 때면 당연하게 옳은 이들이 당연하게도 등짝을 후려쳤습니다. “너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질병에 걸렸다, 당연한 것을 배우는 건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힘이다, 모든 건 이유가 있다, 이유를 알아야 올바른 길로 들어선다, 예측가능해야 안전하다, 그래야 미래가 보장된다!” 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랬습니다. 최선을 다해 모르고 싶었습니다. 사실이 반드시 있는 그대로는 아니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오직 당연한 것들이 싫었더랬죠. 하지만 아는 것이 적어서 모르는 것 또한 많지 않았습니다. 어떤 철학자가 그랬죠. 지식이 섬이라면 그 섬의 해안가, 파도치는 그 주변머리 정도만 모르는 것이라고. 무한한 모름의 세계는 있는 것조차 모른다고. 지식의 섬이 크면 클수록 미지의 해안선 또한 크다고 그랬죠. 하지만 모르는 것도 적은 주제에 휴식이라는 상처를 입었다고 세상의 주인공인 양 엄살을 떨었더랬습니다.
이윤경 작가의 <자맥질> 앞에서 처음에는 노을을 보았습니다. 그 다음엔 노을 아래 넘실넘실 헤엄치는 이들을 하나, 둘 차례로 보았습니다. 마음은 어느새 갇혀있던 형벌을 등지고 있었고, 한순간에 형벌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inner landscape I> 앞에선 고개 들어 우러르던 마음이 뻣뻣하게 힘주어 세웠던 모가지를 비틀었고, 하늘을 발아래 두었습니다.
<inner landscape II>을 보면서는 자유롭게 착각하고 싶었습니다. 앞에 나무와 그 뒤에 나무, 그 둘 사이에 불길이 일어났구나. 아니, 나무 하나가 허리를 끊어내는 불길에 사로잡혀 있구나. 자연의 색이라 할 초록색이, 녹색이 어떻게 평화롭게 이글거리는지, 어떻게 검은색으로 불타는지 지켜보았습니다.
숲속에 서 있는 저이도, 아들을 부둥켜안은 아빠도, 거울이든 기억 속이든 비친 자화상의 작가도, 모두가 휴식의 어느 한 순간에 놓여있으면서 왜라는 질문 없이, 어떻게 생각을 지우고 있는지 보았습니다.
다시 생각하니 제가 갇힌 형벌은 후회였습니다.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낭비했다는 후회.
죽음보다 무서운 휴식을 마주하고서 얼룩을 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infltration>을 보고 또 보며 물과 흙을 나눈 붉은 무늬, 물에 비친 하늘과 흙 밖으로 솟은 풀 사이를 가른 붉음처럼 토해낸 숨을 흡, 다시 후! 하고 뱉었습니다.
몸은 이완되었고, 미간에 어떤 힘은 분명 몰입이었습니다. 아, 이완된 몰입이라니. 이게 가능하다니! 신음소리를 들었습니다. 기도였다고 착각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후회는 외면해야겠습니다. 내게도 분명, 언젠가, 바로 그 때 반드시 도래할 죽음.
<열망>의 저 여인처럼, 죽음을 잠시 상기하는 마음이 어쩌면 저 풀숲에 누워 휴식 같은 잠을 청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 이윤경은 휴식이 요구한 풍경을 가만히, 격렬하게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켜본 휴식을, 얼룩이 된 휴식을, 휴식과 얼룩을 그렸을 거라고 당신에게는 속삭이고 싶습니다.
위기훈
참여작가: 이윤경
출처: 갤러리도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11:00 - 18:00
화요일 11:00 - 18:00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11:00 - 18:00
휴관: 없음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