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2026년 8월 27일 ~ 2026년 9월 19일
봄은 이은영 작가의 개인전 《구름은 같은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를 개최한다. 봄에서의 세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애도와 사랑, 기억에 대해 숙고하는 도자 조각과 목탄 드로잉을 선보인다. 상실이라는 거대한 불의 흔적과도 같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불이 지나간 자리에서의 재회, 즉 비록 예전과 같은 모습일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것들에 대한 시적·시각적 서사의 의미를 탐색한다.
그날의 구름을, 이은영은 흙으로 빚고 목탄으로 그렸다. 그러나 구름은 본래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 묶여 있지 않는다. 가벼운 숨 한 번에도 미세하게 흩어질 듯한 목탄의 입자처럼, 전시장 전체를 가로지르는 구름은 손으로 감싸려 할수록 아득해지는 부재의 형상을 띤다. 움직이며 드러나고 멈추며 사라지듯 그날의 구름은 그날의 기억에 대한 흔적들처럼 부유한다. 그저 정지된 듯 보이는 형상들은 멈추어 있던 시간을 이렇게 나름의 속도로 다시 흐르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움직이며 동시에 서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 사이를 거닐며 무엇인가 이미 지나갔으며 무엇인가가 계속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이은영은 불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라진 것과 남겨진 것 사이에 놓인 시간을 바라보았다. 불을 거치며, 어떤 것은 흩어져 사라지고, 어떤 것은 단단해지고,또 어떤 것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하나는 불을 지나 더욱 견고해진 몸을, 다른 하나는 손끝의 작은 마찰에도 쉽게 흩어지는 마음을 품고 있다. 전시는 그렇게 서로 다른 상태로 남겨진 것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하지만 그것들은 완결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각각의 제목들이 그날의 구름을 향해 있는 듯하지만, 어쩌면 그 정직한 가리킴은 그것들이 구름 그 자체가 아니라는 의식을 드러내고자 함일지도 모른다. 이름을 직접 불러 가두지 않을 때 사물이 비로소 깊어지듯, 그날의 구름들은, 구름이라는 모습을 빌려 그 너머의 숨은 이야기와 떠나간 존재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불러낸다. 명확한 단어로 못 박히지 않은 형태들은 보는 이에 따라 부서진 마음의 조각이 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누군가의 이름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즉 《구름은 같은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상실과 재회의 서사이다. 구름은 같은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모습을 바꾸고, 자리를 바꾸고, 때로는 이름조차 달리한 채 돌아온다. 이은영은 그렇게 돌아오는 구름들을 주우려 한다.
이은영(1982년 생)은 다양한 단어와 심상을 결합하여 시적 조형을 만든다. 그의 작업은 잊혀지거나 희미한 기억으로 남겨진 대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또렷이 형상화되지 못한 대상들에 얽혀 있는 감각과 기억의 파편들을 끌어올리고 드러내는, 그럼으로써 나타나는 시각적으로 재구축된 서사의 다양한 의미를 탐색한다. 빌라 아르송 국립고등미술학교 (니스, 프랑스) 졸업 후 서울대학교 미술학 조각 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밀크쉐이크 에이전시 (제네바, 스위스), 팔레 드 라테네 (제네바, 스위스), OCI미술관 (서울, 한국),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아마도예술공간 (서울, 한국)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15》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한국), 《판타지 글로리》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한국),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제 23회 송은미술대상전》 등의 주요한 기획전에 참여해왔다. DC 미술재단(마이애미, 미국), FMAC(제네바, 스위스), OCI미술관(서울, 한국)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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