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18년 12월 12일 ~ 2018년 12월 18일
삶의 무수한 현상들이 응축된 결정체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문빈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진화하여 현시점까지 살아오게 되었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에 대해 인간은 끊임없이 해답을 찾아왔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이 땅에 대한 의문은 절대 풀리지 않는 난제이다. 이재익의 작업은 우리는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실존적인 사유에서부터 시작된다. 누구나 가질 법한 의문이지만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는 우리네 삶의 본질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를 작가는 공예기법을 사용한 작품을 통해 우리 앞에 펼친다. 그렇게 제작된 작품 안에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필연적으로 닥치게 되는 투쟁의 순간이 반영된다.
이재익의 작품은 마치 동식물과 같은 하나의 생물처럼 매우 유기적인 형상을 띤다. 단단한 재료인 금속을 주재료로 삼았지만 완성된 형태는 이와 반대되는 유연한 느낌을 구사한다. 작가는 재료의 본질적인 물성을 거부한 채 이를 왜곡하고 뒤틀면서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모순점들을 담아냄으로써 진화하는 유기체의 형상을 은유적으로 표출한다. 모든 작품이 저마다의 개성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것들의 배치와 구성 또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생동감 있는 모양의 조형물들은 정해진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시장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며 비현실적인 특수한 공간으로 만든다. 이러한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자칫 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입체물은 동적인 생명력을 부여받으며 다시 의미 있는 예술작품으로 숨 쉬게 된다.
동판들을 용접으로 서로 결합하여 온전한 하나로 만드는 과정 안에서 표면 위에 알알이 점들이 탄생한다. 작가는 애써 조형물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려 노력하지 않는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유기체가 서로의 연관성을 무시할 수 없듯 완성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 이 금속점들은 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작품에 탄탄한 완결성을 더해준다. 표면 위에 수놓아진 연결점들은 우주의 만물이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고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품이 가진 재료적 특징으로 인해 용접 과정 중에 남겨진 흔적들 안에는 수많은 개념적 고민과 디자인적 시도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작가의 치밀함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는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와 싸우고 부딪치며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생명의 근원과 진화를 생각하는 거시적 관점을 제시하며 그에 따라 발생하는 투쟁과 현상을 일깨워준다.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작가가 제기하는 철학적인 질문들은 크게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의 우주 안에 포함된 그저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나를 포함한 모든 만물의 근원과 연관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재익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의 삶이 더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사유의 시간과 기회를 전해준다.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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