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윌로
2024년 10월 5일 ~ 2024년 10월 30일
“뱀은 껍질이 바뀌어도 같은 뱀이다.1)”
신재민 (큐레이터)
작가 이준아는 2023년 d/p에서의 개인전 《나는 어두운 숲 속을 걷고 있지만 별들은 흔들리지 않지》에서 그간 이어온 우연의 기법에 근거한 추상 회화의 근원을 아버지로부터 찾아왔다면, 2024년 10월 5일 토요일부터 10월 30일 수요일까지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더 윌로(The WilloW)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 《미친 뱀에게 경배를》에서는 아버지를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칼 융(Carl Jung)과 같은 인물들과 동일선상에 놓는다. 지난 개인전에서 작가는 아버지라는 대상을 ‘나의 아버지’로서 개인적 미시사에 머물게 하기보다, 양극의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격동의 시기를 지나온 지성인이자 광기의 역사 속 학문적 성취에 이르지 못한 인물로 객관화해 바라보았다면, 한발 나아간 이번 전시에서는 이미지를 기억의 담지체로서 바라보면서 미술사에 인류학적 접근을 도입했던 바르부르크, 그리고 정신분석학에서 무의식을 통해 나타나는 이미지의 원형을 좇은 융과 동일선상에 아버지를 배치한다. 부재한 아버지를, 마찬가지로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당대의 학자들과 동일한 위상에 놓는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역사적 인물들을 참조점으로 삼아 작가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이 사적인 차원을 넘어 보편을 재구성하는 특이성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발산/수렴, 이성/비이성, 동양/서양, 주술/과학, 우연/논리, 선/악과 같은 양극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며, 아슬아슬 균형을 잡되 때로는 미끄러지는 작가의 실천은 격렬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뱀 도상과 중앙으로 수렴하는 만다라, 그리고 순환과 재생을 상징하는 우로보로스의 이미지를 통해 구체화된다.
이번 전시 《미친 뱀에게 경배를》은 다섯 폭으로 이루어진 다패널화 <뱀의 기적>과 이와 후면을 맞댄 상태로 배치되는 다섯 폭의 다패널화 <만다라> 연작이 더 윌로(The WilloW)의 메인 전시장을 채우며, 우로보로스와 종교적 이미지, 그리고 해/달이 한 화면에 놓이는 <해>와 <달> 연작이 복도 공간에 놓인다. 후면을 맞대어 대칭적으로 놓인 <뱀의 기적>과 <만다라> 연작은 발산과 수렴의 상반된 양상을 각각의 화면에 분리해 보여준다. 이는 “서로의 존재가 맞서고, 동시에 서로가 상대를 자기의 존재 조건으로 하는 관계”를 가지며, ‘부정’으로 존재하는 화면이 다시 상대의 ‘부정’이 되는 양극성을 표상한다. 또한 두 다패널화는 둘의 관계를 통해 양극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양면적 속성을 가지거나(<뱀의 기적>의 뱀과 용) 융합과 초월의 속성을 가지는(<만다라> 연작에 겹쳐져 등장하는 복수의 이미지) 이미지를 활용해 전시의 주제를 보다 심화한다. 다섯 폭으로 이어지는 <뱀의 기적>에서는 1828년 독일 자연사 서적의 삽화에 등장하는 뱀의 도상, 그리고 에도 시대 초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화가 다와라야 소타쓰(Tawaraya Sōtatsu)의 수묵화와 한국의 민화에서 수집한 용의 도상이 겹쳐져 한 화면에 드러난다. 후면에 놓인 <만다라> 연작(‘천체’, ‘태양새’, ‘여신’, ‘나팔꽃’, ‘알파’)은 하나의 패널에 다섯 종류의 이미지가 겹쳐지는데, 각각은 칼 융이 소장하고 있던 그림, 자연 속 만다라를 닮은 형상, 단청의 무늬, 현대의 후광 그래픽 등이다. 복도 공간에 놓인 <해>와 <달> 연작에서는 우로보로스의 이미지 위에 연금술의 핵심 주제이자 집단 무의식의 과정인 변형과 재생의 순환적 성격을 상징하는 해/달의 이미지, 그리고 기독교와 불교에서 각각 추출한 종교적 이미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 이준아의 작업은 비선형적 시간성 안에서 반복되어 등장하고 순환하며 재생되는 이미지가 가지는 양극성과 이를 관통하는 초월적인 힘을 이미지의 원형에서 갈구한다. 이를 위해 그의 아버지가 행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신문, 잡지, 우표, 삽화, 광고, 광인의 그림과 같이 예술의 영역에서 소외되어 있던 이미지를 불러오며, 본인의 방법론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같은 방식으로 편집증적인 이미지 수집을 통해 선험적 형상을 중심으로 한 사유를 전개했던 학자들을 소환한다. 또한 작가 이준아의 작품은 두 극이 서로를 존재 조건으로 하는 양극성의 속성을 닮아, 공유된 양극성을 재조명하고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분열증적 사고의 보편성을 증거하며, 부정의 부정을 거듭해 통합과 융합에 이르는 과정을 내포한다.
1) 아비 바르부르크 저, 김남시 옮김. 뱀 의식: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의 이미지들(원제: Bilder aus dem Gebiet der Pueblo-Indianer in Nord-Amerika). 읻다, 2021.
작가: 이준아
기획: 신재민
그래픽 디자인: 프락틱(Praktik)
설치 도움: 김정원, 하혜린
사진: Kits Studio (작품), 전명은 (전시 전경)
영상: 이동웅
오프닝 협력: 그라쏘 와인 비스트로
주최/주관: 더 윌로, 점과선 프레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11:00 - 18:00
화요일 11:00 - 18:00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11: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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