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7년 10월 10일 ~ 2017년 10월 15일
이준호. 흔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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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과 벽이 구분되지 않는 검은 어둠 속 투명한 와인잔이 수직으로 서있다. 와인잔 안에는 유리만큼 투명한 물이 담겨있다. 물은 잔 안팎으로 요동친다. 수많은 물방울 파편을 만들기도 하고, 굵은 물줄기를 잔 밖으로 뿜어내기도 한다. 흑백의 대비는 와인잔과 물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언뜻 먼발치에서 보면 동일한 구도와 명암으로 인해 여러 장의 비슷하고 단조로운 사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 보면 물이 만들어내는 기포, 흐르는 방향, 움직이는 모양 등 모두가 전혀 다른 각각의 독립적인 이미지들이다.
이준호의 <또 다른 시선>의 사진들은, 물의 움직임과 형태에 따라 ‘기다림’, ‘만남’, ‘마음의 변화’, ‘이별’ 등 한 개인이 세상과 만나고,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를 표현한다. 그는 삶에서 만나는 여러 감정과 사건들을 와인잔에 담았다.
<또 다른 시선> 시리즈의 시작은, 생활 가까이 자리한 사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비유하는 사진이 가능할까 하는 모색에서 부터 비롯되었다.
작가는 중학교 때 처음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했지만, 경제적인 상황 등 여러 이유로 사진을 지속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된 이후에는 생업에 종사하느라 또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도 사진 작업에 대한 동경과 열망이 사라지지 않았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접근성이 예전보다 용이해지자, 이제는 촬영대상과의 물리적 거리가 문제였다.
일상에서 단순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표현 가능한 피사체를 고민케 되었고 그때 눈길을 끈 것이 와인잔이었다. 잔 안에 든 액체가 정신과 마음이라면, 잔은 그것을 담는 신체와 같았다.
와인잔과 물을 주인공삼아 이준호는 자신만의 무대를 연출했다. 다양한 감정들을 시각화하기 위해 조명을 들고 와인잔에 물을 따르기도 하고, 빨대로 불기도 했다. 또 스틱으로 휘젓기도 하고, 물체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수많은 시도가 이어졌고,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셀 수 없이 셔터를 눌렀다.
<또 다른 시선>는 그렇게 우연과 노력이 만나 얻어진 사진들이다. 작업은 사진책과 전시로 묶여 2017년 10월 10일부터 15일까지 갤러리 류가헌 전시 2관에서 선보여진다.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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