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2005년 5월 19일 ~ 2005년 8월 28일
소와 소년 종이에 연필, 40.5 X 29.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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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1916-1956)은 짧은 생애동안 재료와 기법, 크기에 구애를 받지 않고 수많은 드로잉 작품들을 남겼다. 어머니를 북에 두고 월남 한 이후 생활고로 인해 남은 가족들마저 일본으로 보낸 그에게 있어서 삶의 유일한 낙은 '그린다'는 행위 자체였다. 이중섭의 삶 자체가 곧 예술이고 드로잉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순간순간의 사고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이중섭의 뜨거운 사랑과 열정은 1940년대 그의 연인에게 보낸 엽서화에서 시작하여 1950년 월남하여 생활고로 헤어진 아내와 두 아이들을 그리워하면서 그리기 시작한 은지화와 편지화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이중섭은 많은 연필소묘와 스케치, 완성도가 높은 드로잉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이 선묘전인 드로잉 작품들은 이중섭의 의식과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근간이자 회화적 요소의 중핵을 이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로잉들은 그 동안 여타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제대로 연구되고 자리매김 될 기회가 없었다.
이번 전시는 이중섭이 남긴 상당수의 작품들을 드로잉의 유형으로 편입해서 집중적으로 살펴 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양한 성격의 드로잉과 관련된 작품 100여점이 출품되는 이번 전시는 '천재화가 이중섭'의 신화 속에 가려져 있던 그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드로잉을 통해 재발견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작가의 숨결과 체취가 남아 있는 이 드로잉들을 통해 이중섭의 삶과 예술 나아가서는 가족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중섭은 일본 유학시절 지유텐에 유화와 함께 연필소묘를 자주 출품했을 정도로 드로잉 자체를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인식했다. 그가 드로잉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예일대학에서 유화와 드로잉을 전공한 오산학교 시절의 스승 임용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밑그림의 중요성을 강조한 임용련의 영향과 사물에 대한 높은 관찰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드로잉을 통해 숙련된 선묘를 습득했다. 그에게 있어서 드로잉은 단순한 밑그림이 아니라 대상을 관찰하고 주관적인 해석이 수반된 독립된 작품이었다.
1940년 말부터 1943년까지 3년 여에 걸쳐 그려진 이들 엽서화는 일본 분카가쿠엔을 졸업하고 주로 도쿄에 머물 당시 그의 연인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들이다. 일제 강점기 한국의 젊은 유학생으로서 후배인 일본 여인을 사랑하게 된 이중섭이 느낀 사랑의 고백, 환희, 욕망, 갈등과 불안 등이 비유적이고 함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아울러 1935년 이후 일본 유학을 통해 간접적으로 받아들인 서구미술의 다양한 영향과 새와 물고기 거북, 연꽃 등 우리의 전통미술에 대한 소재적 관심도 눈길을 끈다.
이중섭의 은지화들은 1940년 월남이후 작고할 때까지 집중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엽서화처럼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재료들을 독창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피난시절의 재료의 빈곤과 재료에 대한 폭넓은 실험은 '은지화'라는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하게 했다. 1952년 부산 피난시절 생활고로 일본으로 보내야 했던 부인과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하나의 강박관념처럼 은지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중섭은 은지화 속에 전쟁의 고통과 각박한 현실의 아픔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가족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그리움,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개인적 불행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이중섭이 남긴 대다수의 작품들이 부산, 서귀포, 통영, 진주, 서울, 대구 등을 오가며 유랑민 같은 생활을 하였던 월남 이후의 작품들임을 볼 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한 그의 드로잉은 필연적인 산물일 지도 모른다.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요약적인 형태, 거침없는 드로잉과 선묘의 섬세함으로 잘 표현되었다. 특히 어린이, 물고기, 연꽃 천도 등 전통적인 소재들이 다양한 기법들과 함께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의 편린'들이 작품 곳곳에 담겨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유화작품도 여러 점 출품된다. 이 작품들은 관점에 따라서 드로잉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선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고 완성도도 높다. 기법적으로는 종이 위에 유채와 수채 연필등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물고기, 새, 게는 물론 황소 등과 같은 이중섭 회화의 전형적인 도상들이 좀 더 풍부한 드로잉과 색채에 의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평소 그가 관심을 보였던 그라타주 기법과 은지화의 강한 선묘가 회화적으로 결합되어 형태와 동세의 간결함이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출처 : 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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