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예술
2019년 12월 10일 ~ 2019년 12월 31일
작가노트
일상을 살다가 문득 이면의 어두운 면을 느낀다.
죽음에 대한 생각과 의문, 나라는 존재보다 더 깊은 곳에서 비롯된 근원적인 의문, 그리고 그런 의문들 사이사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불안한 감정 같은 것이다. 그런 이면의 감정은 너무나 평온한 일요일 낮에 한적한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을 보면서 갑자기 훅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또는 tv 꺼진 조용한 한밤중 침대에서 어둠을 들여다보다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런 감정이다.
내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어떤 괴리감이나 생경함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그런 이면의 어두운 면을 느낀다.
갑자기 내 시야에 들어온 거대한 성상의 뒷모습 같은 것 말이다.
아버지의 60세 맞이 가족여행 중 낙산사에서 본 거대한 해수관음상의 뒷모습을 봤을 때 다가온 먹먹함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성상의 뒷면에 관심이 생겼다. 우연하게 뒷면을 접했을 때 표면에서 느껴지는 밋밋한 마감 처리와 추상적으로 보이는 옷 주름, 평평하고 밋밋한 이미지, 매끄러운 마감 처리와 크랙 등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고 해석할 수 없는 생경함으로 다가왔다.
저녁 무렵 도로변 석재상에 놓인 제각각 크기의 한없이 매끄럽고 거대한 돌을 보면 성상의 뒷모습을 봤을 때와 같은 생경한 기분이 든다.
글씨가 새겨지기 전에 부드럽게 다듬어 놓은 돌들은 저녁 어스름의 푸른빛을 받아 오묘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석재상 주변의 온갖 기호들로 이루어진 어지러운 풍경과 대조될수록 그 생경함은 더해지고, 매끈하고 고운 그 돌은 해석할 수 없는생경함이라는 묵직한 충격으로 나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안겨준다.
괴리감, 그것은 나에게 해석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막연한 공포, 나라는 존재가 외면받을 것 같은 공포, 더 나아가 근원적인 물음표에서 오는 공포를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끼는 불안한 감정이 작업의 소재가 된다.
그런 불안은 나의 이전 또는 더 이전 세대에서 일종의 전수받은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 시절부터 이어져온 아치(arch)라는 구조와 그것이 연결된 아케이드, 밋밋한 돌, 그에 수반한 장식적인 문양들은 인간을 품는 공간의 역할을 하면서 긴 세월 속 수많은 인간들의 삶과 죽음을 관통하고 조망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마치 시간과 세대를 초월한 인간보다 더 오래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원적 고민 속에서 생기는 강박적인 불안을 아치라는 구조에 투영할 수 있을까?
후원: 인천광역시, (재)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처: 회전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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