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아트스페이스
2016년 5월 3일 ~ 2016년 5월 8일
새벽, 90.5cmx65cm, Oil on canva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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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감각하는 것, 그 회화적 조건에 대한 상호작용의 기록들
이형준 작가는 오랫동안 회화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기억 인상”이라는 이번 전시 주제 역시 그러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작업들이다. 그에게 있어서 회화는 단순히 재현의 기능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재현 이상의 의미들을 그는 작업의 과정에서 읽어나가고 이를 다시 작업에 적용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회화의 역사에서 재현이라는 것은 회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어왔다. 서양미술사를 살펴보면 모방(mimesis)은 가장 오래되고 중심이 되는 원리로 작동해 왔음이 기록되어 있다. 회화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어떤 대상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오랜 기간 인식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형준 작가의 작업들을 보면 이러한 회화의 역할에 대한 시각에 변경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회화에는 단순히 재현하는 것 외에도 더 많은 다른 요소들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 작가는 더 큰 의미를 두고 작업해오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는“공간에 떠도는 무수한 조형의 언어들을 재료로 화면 안에서 다시 조합하고 질서를 만든다”라고 하였다. 이는 회화라는 것이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으로부터 받아들여진 정보와 여러 가지 시각적 요소들을 조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작가적 행위가 중요하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한 언급으로 보인다. 회화는 눈의 망막에서든 상상에 의해서든 혹은 행위로부터 촉발될지라도 일종의‘보다’라는 인간의 행위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회화 작업 과정에서는 시각적으로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보다’라는 것은 망막뿐만 아니라 시각적 대상을 감각하고 인지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신체적 작용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 작가 역시 인간이 보는 3차원적 대상이 망막에 전달되고 이미지라는 2차원적 형태로 변환되는 인식되는 과정에서 손실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는 이러한 점에 대해 생각해 오고 있었던 것 같다. 작가에 의하면 이미지는 “기억, 경험, 감성이 덧칠해져 개별화” 된다고 말한바 있다. 이를 보면 아마도 작가는 이미지라는 정보로 변환되고 뇌로 전달되고 저장되는 과정에서 개입하는 여러 요소들로부터 이미지는 변형될 수 있음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작업들을 보면 눈에 보이는 객관적 대상과 여기에 상호작용하는 주관적 감성 및 경험 그리고 기억과 같은 요소들을 개입시켜 화면 공간을 재구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때 작가가 작업과정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요소는 유화재료 고유의 물질적 질감이나 붓의 필촉이 만들어내는 움직임 혹은 기억의 잔상처럼 오버랩되는 이미지의 교차에 의해서 발생되는 환영과 같은 다양한 감각의 요소들이다. 사실 회화를 하는 작가들은 사실적 재현을 목표로 하고 작업한다 하여도 회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받아쓰기 하듯 옮겨내는 것이 아니라 캔바스 위에서 색과 형태 물감과 붓질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감각의 피드백을 경험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형준 작가는 과거의 작업 과정에서 이른 바 재현이라고 지칭될 수 있는 많은 사실주의적 작업을 하기도 하였는데 그러한 작업 가운데에서 결국 회화는 캔바스와 같은 지지체 위에서 작업의 매체인 물질로서의 물감 그리고 행위의 도구인 붓과 같은 요소들이 힘겨루기 하듯 서로 관계하는 것이며, 표현 과정 하나하나에서 대화하듯 그 효과들을 감각하고 반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많이 몸소 경험해 왔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회화라는 것은 시각적 대상인 자연 속 공간과 시간 그리고 표현의 도구인 캔바스와 물감 사이에서 질서의 창조자로서의 개입과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 낼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때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 이미지에 대한 기억, 경험, 감각과 같은 요소, 즉 창작을 하는 작가의 몸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형준 작가는 이러한 조건들의 변화를 일반적인 회화 이미지들이 등장하는 작업이지만 과장된 질감이나 필촉의 분할 혹은 이미지의 시점이나 레이어 위치의 변형 등의 기법적 변화와 실험을 통해 사람의 몸까지 울려오는 다양한 감각의 지점들을 점검해 오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은 개별 작업을 통한 하나의 메시지나 의미를 전달하기 보다는 그의 작업 전체가 작업 과정에서의 작가적 감각의 상호작용을 기록해내고 다시 그것을 표현해 나가는 프로세스이며 그의 작업은 이를 통해 회화를 알아가는 것, 그 전체이자 이를 통해 회화에 대한 작가적 해석을 드러내는 것,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거리의 기억, 112cmx162cm, Oil on canvas, 2016
심상, 24.5cmx36.5cm, Oil on paper, 2016
거리인상, 97cmx162cm, Oil on canvas, 2016
출처 - 사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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