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밈
2019년 4월 17일 ~ 2019년 4월 23일
작가노트
몬드리안의 정원
소란스런 객석이 잦아들고 어둠속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무희들. 몸의 움직임에 따라 무수히 많은 선들이 만들어지고, 그 선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무대를 떠다니는 환영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중학교 입학식 때 본 한국무용 공연 이야기이다. 당시 느꼈던 선에 대한 인상은 매우 강렬했고 지금까지도 아름다움을 논할 때 그것이 미의 기준이 되곤 했다.
사진으로 만나는 세상은 선 그 자체였다. 널려져 있는 외계현실이 사진에 찍히는 순간 내가 본 현실과 사진 속 재현은 전혀 별개의 것이었고, 세상의 모든 선들은 서로 다른 관계를 빚어내고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직선의 조합. 반듯반듯한 직선이 만들어내는 형상은 말 할 수 없는 안정감과 꽉 찬 만족감을 주었다. 사진에 박제된 선들이 내가 사는 현실이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꿈이기도 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내게 있어 직선은 일상이고 곡선은 일탈이다. 나는 사진을 찍으며 끊임없이 일상과 일탈의 경계를 넘나든다.
식물원에서 내 이목을 끈 건 아름다운 꽃도 싱그러운 식물도 아닌 온실 유리를 감싸고 있는 철제 프레임이었다. 프레임 안에 제멋대로 자리 잡은 식물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그림과 오버랩 되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되 뇌였다.
그래, 이건 몬드리안의 정원이야 !
철제 프레임의 수직 수평선 안에 식물을 배치하여 몬드리안의 그림과 유사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상상한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 프레임을 찾는 건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한두 번 만날법한 우연 정도였고, 그 우연마저도 슬며시 내 옆을 비켜가기 일쑤였다. 막연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해가 갈수록 온실 유리엔 때가 앉고, 식물들은 나이 들어갔다. 그리고 이건 안되는거구나, 이제 그만하자고 포기할 즈음 신의 계시와도 같았던 세 글자.
꼴.라.주
이번 작업은 몬드리안 오마주이다.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했는데, 하나는 몬드리안의 수직, 수평선과 원색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고, 다음은 임의로 선을 구성해 무채색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각각의 사진은 이질적이고 다양한 식물을 프레임 속 프레임 안에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에 역점을 두었다. 수직선과 수평선을 그려 하늘과 땅을, 정신과 물질을, 창조와 보존을 그리고 보편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몬드리안의 이상을 그리고 우주의 조화와 균형을 평형상태로 구현하고자 했던 몬드리안의 정신을 내 나름대로 재해석한 것이라 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10년만이다.
첫 개인전을 한지 10년 만에 두 번째 전시를 갖는다.
식물원을 찍은지도 10년이 훌쩍 넘어간다.
풀지 못한 숙제처럼 마음 한 구석에 짐으로 있던 나의 식물원에,
미운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랑했던 몬드리안의 정원에 이제 작별을 고한다.
안녕 나의 식물원.
Goodbye my Mondrian‘ Garden.
출처: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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