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2026년 8월 13일 ~ 2026년 9월 1일
팩션은 8월 13일부터 9월 1일까지 영상, 조각, 설치 등 멀티 미디어 작업을 해 온 신진 작가 이희단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구작과 신작 영상 각 1점, 조각 및 설치 5점, 그리고 매주 영상을 다르게 해체 및 재구성하는 라이브 세션과 그 결과물까지 총 8점의 작품 및 연계 행사로 구성된다. 이희단은 디지털 플랫폼 속 여성 이미지의 고착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전형성’을 생산하는 미디어 기술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굴절시켜 왔다. 그의 작업 세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걸리(girlie)’, ‘미디어’, ‘기호’. 작가는 AI로 구현된 아니메(anime) 소녀 인형 ‘걸리’를 필두로 여성 이미지가 온라인 환경에서 비인간, 퀴어, 하위문화, 장소성과 같은 주변적 요소와 혼합되고 얄팍하게 소비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 생산의 중심인 촬영, 기록 장치가 은폐하는 기술적 결함과 차이의 균열을 드러내고, 제작된 결과물이 유통, 소비되는 플랫폼에 내재한 관음성을 비튼다. 그리고 이 같은 이희단 예술세계에서 창작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는 바로 ‘텍스트’. 작게는 작품 내부에서 단어와 이미지를 불일치하게 배치하는 기술적인 요소로 활용하고, 넓게는 이미지와 언어의 지위를 바꾸는 ‘역전’을 창작 문법으로 설정한다. 그의 걸리즈는 국적, 텍스트와 이미지, 성별의 경계를 마구 넘나드는 ‘기호’ 놀음을 통해 문자, 시각, 남성 중심적 인지 체계를 해체하고, 훼손된 회로에서 탈출을 꾀한다.
《Proxy is my Lover》는 세 개의 주제를 집약한다. 일반적으로 프락시(proxy)는 컴퓨터가 다운되었을 시 복구될 때까지 그 기능을 대신하는 시스템이나 컴퓨터의 통신 포트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임시 포트 등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과거에는 인터넷 속도 향상을 위해 쓰였지만 근래에는 대표적으로 구매 대행, 그 외 각종 합법과 불법 목적의 IP 주소 우회에 사용된다. ‘우회 통로는 나의 사랑.’ 말이 되는 듯 되지 않는 이 문구는 화면 바깥의 우리를 매혹하는 교태로운 기계어이자, 인간을 비웃으며 따돌리는 소녀들의 탈출 전략을 암시한다. 전시는 고정적인 시청각 이미지, ‘스테레오타입’을 만들어내는 지배적 미디어의 작동 방식에 대항하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의 구성 방식, 생성형 AI 이미지, 카메라의 시선 등 주요 미디어를 이루는 현재의 각종 기술을 극단까지 해체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상화되는 피사체를 향한 시선과 주체성의 인식을 흔들고, 낯익은 이미지들이 어떻게 조작 및 소비되는지 드러내고자 한다. 영상, 조각, 설치를 통해 이미지를 불온전하게 재조합하여 완전한 이해를 웃돌거나 미달하게 유도하고, 새로운 혼종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전략적 오류(glitch)’를 발생시키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 방법론이다.
“분방하게 자전거를 타는 방년의 여자들, 꽃다발 같은 소녀들(les jeunes filles en fleurs). 거침없고 종종 조소하거나 거만한 태도를 취하는 그네들은 주변 사람들과 분별된다. 때로는 무리 지은 채, 때로는 제각기, 이 소녀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끈다. 그들이 스스로의 의향과 상관없이 욕망하는 시선의 그물에 포획되고, 그 망에 해독되어야 할 모종의 기호로 투영된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과연 그들 중 하나는 가두는 것에서 도망치는 아이다. 피로한 정복의 메커니즘으로부터 사라지고 없어지는 여자다. 그녀에게는 소진의 비결이 있는 걸까. 그녀들은 소진되지 않는 비밀의 다른 이름인 걸까. (중략)
예술 생성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하게 하는 이것은 아름답다. 단어들의 파편은 공중을 향해 가볍고 투명한 해적의 집을 올린다. 그것들은 소리가 나지 않지만, 도상적 이미지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풍부한 울림과 형상을 품는다. 무너지고 상실된 존재들을 향한 애수와 그리움에 기인하든, 표피의 가짜 감정들을 할퀴고 그것들의 가면에 시비를 걸려는 마음에서 유래하든, 원인에 연연함 없이 꽃잎처럼 불어오는 건축 용어들, 신체와 사물의 이름들, 상념과 감정의 형용어들과 더불어, 영상의 비가시적 영역에, 하늘빛 궁륭을 가진 서정의 대성당이 현현한다. 심지어 몸이 붕괴하는 건축물이기에 이 전 과정이 파괴를 추수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렇다. (더욱 더 그렇다.)” — 전시 서문 중 발췌 (글. 김예령)
일정: 2026년 8월 13일(목) ~ 9월 1일(화)
시간: 화, 수, 금~일 13:00-19:00 / 목 13:00-18:00 / 월 휴무 *매주 목요일 ‘라이브 세션’ 준비로 전시 1시간 단축 운영
라이브 세션: 총 3회 / 8월 13일(목), 8월 20일(목), 8월 27일(목) / 매주 목요일 19:00 시작
*라이브 세션 예약: 팩션 웹 사이트 및 인스타그램 (기간: 8월 7일 ~ 8월 26일 23:59, 무료)
주최 및 장소: 팩션(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로 6길 26, B1)
전경 촬영: 이지섭
서문: 김예령
설치: 올웨이즈라스트댄스 클럽(alwayslastdanceclub), 스튜디오 스캐프(Studio Scaff)
장비: 만리아트메이커스, 박한빈, 윤태균
자문과 도움: 고대영, 정성원, 홍민희, 홍우인
운송: C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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