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18년 3월 7일 ~ 2018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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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속 내재된 세계의 형상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정윤)
삶은 시간의 연속이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게 되며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끊임없이 쌓이게 된다. 이러한 잠재된 과거의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존재를 감추기도 변형 및 왜곡되어지기도 한다. 저장된 기억이나 사건의 형상들을 하나둘 떠올리는 과정에서 그 당시 느끼지 못한 감정이나 모습들이 덧붙여지게 된다. 이처럼 기억이란 본연의 모습에 다른 기억들이 중첩되고 융합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결국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재구성된다. 때로는 떠올리고자 한 기억의 모습은 거의 남아있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기도 한다. 작가는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무의식 속에 내제되어 있는 공간을 새롭게 조합하고 반복적으로 그려나가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한다.
대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하나의 기억만을 또렷이 떠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상과 관련된 것들로부터 시작되지만 이내 그와는 전혀 무관한 것들까지 머릿속을 맴돌게 된다. 시간과 경험의 축적은 선명했던 기억을 흐릿하게 만들고 그 빈자리는 다른 경험으로 채워지기도 하지만 실제 경험하지 않은 상상의 것들과 함께 변형되고 재구성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작가가 작업을 통해 가시화한 공간 또한 실존하는 건물들을 기반으로 형성된 것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임지연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간들을 다양한 시점으로 표현해나가는 방식을 통해 화면 위에 구현해내고 있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사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반영해나간 듯 보인다. 그려나가는 과정에서도 특별한 제재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흐름을 크게 거스르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형태를 시각화한다. 기억 속에 떠오른 처음의 형태를 고스란히 재현해나가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기에 순차적으로 드로잉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변화가 이루어진다. 눈앞에 마주한 세계의 모습 또한 끊임없이 변화할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매순간 손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예측할 수 없는 형태를 지닌 건축물들로 구성된 세계가 탄생하게 된다.
먹은 표면적으로는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적인 해석으로서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가늠하기 힘든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어 많은 예술작품의 주된 재료로서 사용되어진다. 작가는 그녀가 기억하거나 혹은 상상하는 세계를 먹이라는 재료를 이용하여 담담하게 차분한 기조로 표현해나간다. 화려하지 않은 색상으로 형상화된 공간은 실존하는 공간처럼 느껴지며 다시점으로 구성된 건축물들의 불규칙적인 조합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더 나아가 작품을 접한 관객들로 하여금 몽환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작가가 만들어낸 공간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는 누구나 행할 수 있는 보편적인 행위로서 특별한 노력과 시간 없이 경험할 수 있다. 다양한 경험들이 얽히고설킨 채 존재하는 기억이라는 정신적 공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그 때, 그 감정에 도달하는 것은 본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경험과 무의식이 뒤섞인 기억의 조각들에 상상을 덧붙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임지연의 표현방식을 통해 내면이 만들어낸 형상을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관람객 또한 다양한 기억과 상상들이 혼재된 무의식의 세계를 자신만의 화면 위에 마음껏 펼쳐보는 계기로 이루어지기 바란다.
출처 :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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