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지우헌
2026년 6월 24일 ~ 2026년 7월 25일
유물화되지 못한 것들의 이야기, 쓰임과 분류의 경계를 넘다
갤러리 지우헌은 2026년 6월 24일부터 7월 25일까지 이택수 작가의 개인전 《잔잔(殘殘): 기록되지 못한 것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3여 년간 중국의 곡양, 소흥, 경덕진, 진황도 등에서 치열한 레지던시 생활을 거치고 돌아와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 타이틀인 ‘잔잔(殘殘)’은 유물이 되지 못하고 버려진 것, 기록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인 ‘잔존(殘存)’에 눈에 보이지 않는 뒤편의 흔적인 ‘잔상(殘像)’을 더한 의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한층 깊어진 예술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신작들을 대거 공개한다. 그의 대표작인 유물 파편 접합 시리즈는 물론, 종이에 염료를 천천히 스며들게 하여 시간의 궤적을 추적한 평면 작업, 그리고 공간의 빛과 그림자까지 정교하게 계산해 설계한 설치 작품이 전시장 전반을 채운다.
형태를 넘어선 ‘태도적 접근’… ‘Re-born: In between’으로의 전환
이택수 작업의 핵심은 ‘시간성’과 ‘태도’에 있다. 작가는 2013년 세종시 출토 파편 작업을 계기로 유물과 폐기물의 이분법적 분류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문화재법에 따라 국가로 귀속되는 유물이 있는 반면, 기준에 미달해 콘크리트에 묻혀 사라지는 폐기 유물들을 목격하면서다. 작가는 시스템에 의해 배제되는 대상의 미학적 가치를 발견하고, 한국을 넘어 중국의 청자 유물 파편을 수집하며 시리즈를 전개해 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설치 시리즈명이었던 ‘Re-born: Still here’에서 나아가 ‘Re-born: In between’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의 설치 작품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는 그릇의 형태적 본질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인 영역과 잔상을 시각화하려는 작가의 변화된 의지를 반영한다.
주요 신작으로는 중국 송나라 시대의 갑발(匣鉢, 도자기를 구울 때 씌우는 보호용 그릇) 파편에 가마 안에서 일그러진 찻잔을 결합한 작품 ‘Re-born’_sagger series 이 출품된다. 또한 ‘Re-born’ 시리즈 중 2.4m 규모의 대형 설치 작품과 더불어, 일상 공간에 소장하기 용이하도록 소형으로 제작된 설치 작품이 함께 구성되어 전시의 폭을 넓힌다.
지우헌 공간을 집약한 '빛과 반사'의 연출
이번 전시의 차별점은 갤러리 지우헌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한 시각적 연출이다. 전시장 내 유리창에 비친 형상과 창 너머의 실물 작품이 서로 반사되고 중첩되도록 유도하여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이는 유리창의 반사 효과를 통해 눈에 보이는 것 뒤편의 잔상까지 작품의 일부로 치환하고자 한 공간적 시도다.
이와 함께 관람객이 직접 작품 속 한지를 물들이고 염색해 나가는 참여형 종이 설치 작품 ‘색'_series’ 도 전시된다. 전시 기간 동안 관람자의 참여로 실시간 염색되며 변화하는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을 공간 전체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관람객은 작품에 동참하며 사물 너머에 존재하는 시간의 흔적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택수 작가가 3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도자와 종이, 빛과 반사의 연출을 통해 기록되지 못했으나 여전히 현재에 숨 쉬는 흔적들을 마주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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