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스페이스
2019년 9월 26일 ~ 2019년 9월 29일
스튜디오 시스템 밖에서 제작되는 미국 독립영화의 역사에서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는 장르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경향이다. 이른바 ‘B무비’ 시장과 맞닿아있는 ‘독립장르영화’는 거대 예산의 영화가 할 수 없는 다양한 시도들이 넘쳐나는 장(場)이었다. ‘독립장르영화’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진 감독과 작가, 그리고 새로운 얼굴과 스타일의 배우가 발굴되길 가능성의 무대였고, 창의적인(하지만 때로는 황당무계한) 영화적 표현과 실험을 할 수 있는 무규칙의 실험실이었다.
물론 이런 해석은 긍정적인 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다. ‘독립장르영화’로 시장에 도전한 수많은 영화와 영화인들은 시스템으로부터 착취당했고 패퇴하고 잊혔으며, 적은 예산과 짧은 제작 기간 만들어진 영화 대다수는 그 조악함으로 다수 관객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독립장르영화, 창의적인 영화 실험과 표현의 도전장(挑戰場)
1950년대에 데뷔해 지금도 활동하는 로저 코만은 이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로저 코만은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 푼도 잃지 않았는가>라는 자서전의 제목처럼 할리우드라는 자본의 정글에서 저예산 장르영화를 제작하며 살아남았다. (인터넷영화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로저 코먼의 영화는 감독한 작품만 56편이고,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415편이다.)
로저 코만의 영향력은 연출 혹은 제작한 작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로저 코만이 연출하거나 제작한 영화들을 통해서 수많은 감독과 프로듀서, 작가, 촬영 감독이 영화계에 데뷔했다. 로저 코만의 제작 현장은 “코먼영화학교”이라고 불릴 정도로 새로운 영화인이 발굴되는 곳이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콜세지, 제임스 카메론, 론 하워드, 피터 보그다노비치, 존 세일즈, 니콜라스 뢰그, 조나단 드미, 커티스 핸슨, 칼 프랭클린, 조 단테 등은 모두 ‘코먼영화학교’ 출신이었다. 그리고 리스트는 70년대부터 지금까지 할리우드 주류영화를 주름잡은 많은 영화인이 ‘독립장르영화’에서 출발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 독립장르영화의 자리
연간 100여 편이 넘는 장편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장르영화’의 자리는 어떨까? 디지털의 등장으로 독립 장편영화 제작이 활성화된 이래, 남기웅 감독의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손재곤 감독의 <너무 많이 본 사나이>, 김진성 감독의 <거칠마루>, 김병우 감독의 <리튼>, 이응일 감독의 <불청객> 등 주목할 만한 장르영화가 종종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독립영화에서 장르영화의 자리는 단단하지 않다. 이는 시장 성과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한국 독립영화는 사회 참여적 다큐멘터리나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관객으로부터 더 많은 선택을 꾸준히 받아왔다. 사회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관객 친화적이라는 호러, 스릴러, SF, 코미디, 액션 등 장르영화가 꾸준히 제작되어왔음에도 관객의 호응이 적었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한국 독립영화의 전체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취향의 관객이 개발되어야 한다. 관객 친화적인 장르영화의 성장은 전체 독립영화의 성장과 확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독립장르영화의 불을 지펴라!
관객의 지지는 아쉬운 수준이지만, 장르영화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이 도전을 응원하는 서포터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국제영화제 중 ‘장르’라는 관점에서 영화를 조망하고 영화를 발굴하고 담론을 형성해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016년 ‘코리안 판타스틱’이라는 새로운 섹션을 신설했다. 한국 장르영화의 저변 확대와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심찬양 감독의 <어둔 밤>(21회 코리안판타스틱 작품상), 김광복 감독의 <사월의 끝>(21회 코리안판타스틱 여우주연상), 유은정 감독의 <밤의 문이 열린다>(22회 부천초이스 관객상) 등 새로운 영화와 창작자가 발견되었다.
독립장르영화의 성취와 미래를 위한 ‘팡파레’
인디스페이스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9월 26일(목)부터 29일(일)까지 지난 3년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발굴된 한국 독립장르영화들이 만들어낸 성취를 선보이는 기획전 ‘장르 팡파레: 독립장르영화의 불을 지펴라!’를 공동 개최한다. 이 기획전은 최근 주목할 만한 독립장르영화 6편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독립장르영화의 성장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함께 토론한다. 그리고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의 손재곤 감독의 초기작 <너무 많이 본 사나이>와 <감독 허치국>을 상영하고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이 작품의 성취를 비평하는 ‘영화를 말하다’도 함께 개최된다. ‘장르 팡파레: 독립장르영화의 불을 지펴라!’는 독립장르영화의 도전을 미래로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자기 확인과 축제의 자리가 될 것이다.
상영작 및 상영시간표: https://indiespace.kr/4513
주최: (사)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사)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조직위원회
주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후원: 영화진흥위원회, 서울특별시, 부천시, 서울영상위원회
출처: 인디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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