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22년 7월 20일 ~ 2022년 7월 26일
불안을 음미하다
김민영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삶은 순간의 선택과 우연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이처럼 한 명의 개인이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삶은 끝없는 불확실성과 불가시성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인간 존재는 불안을 야기하고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물음을 한다. 따라서 필연적 불완전함 속 인간 존재는 내면의 불안을 해독하기 위해 계속 생각하고 느끼며 물음을 통해 자아상을 형성해나간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에게 불안이란 정신으로 규정되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그 무엇이며 불안은 인간에게 있어 근본적이라 역설한다. 아울러 불안은 인간을 마비시키기도 하지만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불안은 진정한 창조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장윤지 작가는 작품과 작품의 제목에 빗대어 작가의 상실에 대한 불안을 표현한다. 작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순간을 기억의 색 혹은 즉흥의 색으로 불완전한 경계를 나타낸다. 특히 운동성을 지닌 자연현상을 화폭에 담고자 자유분방한 형태로 표현하되 절제된 색채를 사용하여 응집력 있는 공간과 시간 덩어리를 구현한다. 이 덩어리들은 캔버스위에 채워져 하나의 가림막을 펼친 것처럼 평면화 된다. 여기에는 작가의 불완전하고도 불안한 시선에 담긴 진한 슬픔과 자기연민의 정서가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순수한 본질, 고압적일 만큼 초연한 정서가 녹아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감정들의 기록은 마치 불완전함으로부터 오는 불안을 음미하는 듯 보인다. 아늑하면서도 나른한 친밀감, 마치 열대기후처럼 짙어지는 차분한 색채의 중첩된 물감은 꿈같이 아른거리며 느린 호흡을 내쉬게 한다.
작품의 쏟아져 내리는 비, 바람에 흩날리는 꽃 잎 등은 일상적인 소재지만 뚜렷이 드러난 붓 터치와 최소한의 색채 사용을 통한 감정 표출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색의 구성과 운율적인 요소는 작가 개인의 내면에서 나오는 직관적인 인상이나 심상을 조형적 리듬과 균형, 대비를 통해 캔버스 위에 추상형태로 표현하였다. 작품 자체에서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드러나지는 않으나 색채나 형태표현에 작가의 감정이 녹아있다. 전반적인 색은 밝은 느낌이지만 차분함과 어렴풋함을 나타내기 위해 톤 다운된 색을 함께 사용하였다. 작업 과정은 자연 속에서의 감정표출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형태로 전개하고자 하였다. 오로지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바람, 소리, 공기의 이미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 전해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심상적인 것들을 작품에 드러내어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내는 작가의 의도라 할 수 있다.
본 전시는 일상 속 익숙하게 스쳐 지나가는 날씨 현상과 자연이 어우러진 변화무쌍한 찰나의 순간에 다양한 내면 속 감정을 담아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영원하지 않은 이러한 불완전함으로부터 오는 불안을 화폭 위 예술로 탄생시켜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것들로부터 해방시킨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획득하고 나아가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품에 자신의 서사를 부여하여 빗대어 보는 것 또한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
참여작가: 장윤지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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