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희
2022년 3월 26일 ~ 2022년 5월 19일
봄은 기다림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봄이 싫었다. 왜 그런지도 모른 채 그저 ‘우울한’ 봄날을 견뎠다. 바짝 마른 가지가 조금씩 통통해지면 하룻밤 사이에 연두빛 새잎이 나고, 잎이 점점 커지고, 꽃망울도 어느 순간 터지고, 꽃이 활짝 피고, 더 활짝 피고, 가뿐 숨을 몰아 쉬며 구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어나 어느새 바람에 흩어지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 소란스럽게 요동치는 시간이 싫었다. 어느 한 쪽으로 마음의 균형이 치우쳐 기울어져서 인 듯싶다.
이제 많은 계절을 지나오면서 봄은 기다림의 계절이라는 것을 알았다.
땅이 뒤집히고 여린 싹이 올라오기까지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고되고 힘든 단련에서 발휘된다는 것을.
평탄하지만은 않은 날들 속에서 돌봐야 할 존재들이 있고, 나보다는 타인을 위해 흘러 보낸 시간 속에서 깊숙이 묻어둔 작은 씨앗은 ‘나’라는 것 또한 알았다.
씨앗은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견디고, 키우며 알아가는 것이다.
조그만 씨앗 속에는 셀 수없이 무수한 나무가 기다리고 있고, 환한 꽃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것들이 기꺼이 자라나 삶을 든든하게 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충분히 오랫동안” 기다리다 보면 그것의 존재를 느끼게 되고, 함께 숨쉬고, 함께 자라게 된다. 자란다는 것의 바탕에는 중력을 이기고 솟는 힘이 자리한다. 그것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높아지고 넓어지고 깊어지는 일이다.
씨앗은 매일 자라고, 한 해가 지나면 또 다른 모습으로 자라 있을 것이다.
작은 씨앗 속에는 아름다운 밭이 들어있다. ( ‘봄눈’ 장현주 작가노트/2022 )
참여작가: 장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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