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카이브리드모어
2024년 10월 29일 ~ 2024년 12월 14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은희의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개인전을 오는 10월 29일 부터 아트아카이브리드모어(AARM)에서 개최한다.
전은희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장소와 풍경 안에 스며든 집단적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변방 풍경, 오래된 집, 보이지 않는 시간, 관람자들, 말없는 눈 등 18번의 개인전을 통해 점차 일 상의 평범한 장소와 역사성을 담는 작업에서 좀 더 보편적인 인류애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 다. 2018년 전에는 주로 낡은 사물, 오래된 골목, 낡은 집들을 그렸다. 그녀가 인생에서 중 요하게 여겼던 ‘시간’의 가치를 극대화한 작업이었다. ‘말 없는 눈’과 ‘관람자들’에서 보여준 풍경은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위험상황, 전쟁, 공포 등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관람자로 서의 자신을 위치시켰다. '만약에 세상 사람 모두가 눈이 멀어 단 한 명만이 볼 수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떠올리도록 만든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방관자에서 목격자로 다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 려주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부여한다.
“다른 연작에서 방관자와도 같은 관점의 작품들에서 더 드러나게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는 작가가 되려는 노력을 해 볼 마음이 들었습니다. 태생적인 알 수 없는 의무감 같은 무언가가 느리지만 정확하게 내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번 전시가 그 변화의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업한 〈당신은 충분히 경 고를 받았습니다>는 현실적인 문제와 재난의 현장을 다룬 면에서 지난 전시의 연장선상에 있다. F.O<Fade-out>(2022, 언주라운드)에서는 인물이 풍경 속에 숨겨진 형태로 드러났다. 방관자들이자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암시를 담았다. 이번 신작에 표현된 장면 들은 직접 목격한 듯한 장면을 적나라하게 두었다. 전작에는 숲으로 가리거나 숨기듯이 표현했던 점과 대비된다. 죽은 아기고래, 죽은 이웃의 시신을 운반하는 사람, 다친 아이들을 안고 애간장이 녹는 감정을 참아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 다 타버린 나무와 더럽혀진 세상의 공기가 숨을 못 쉬게 만든 상황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시 제목 〈당신은 충분히 경고를 받았습니다>는 아다니아 쉬블리의 장편소설 『사소한 일』 에서 착안했다. 아다니아 쉬블리의 장편소설 『사소한 일』은 칠십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 들을 자기 땅에서 폭력적으로 몰아낸 대재앙, 팔레스타인들은 ‘나크바’라는 이름으로 애도한 다. 반면 이스라엘인들은 독립전쟁으로 명명했다. 소설은 나크바 1년 후 1949년 여름 한 소 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해 여름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소녀 하나를 생포해 강간 한 뒤 살해해 사막에 매장한다. 수십 년이 흐른 후 라말라 거주 팔레스타인 여성이 ‘사소한 일’에 대해 알게 된다. 작가는 무장한 군대가 민간인들을 향해 전화로 “당신은 충분히 경고 를 받았습니다”라는 ”전화 메시지와 함께 모든 걸 파괴한다는 사실을 미디어를 통해 알았다. 작가는 아다니아 쉬블리도 한 인터뷰에서 같은 내용의 말을 했을 때도 믿기지 않는 일이라 고 생각했다. 무장한 군대가 전쟁 현장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처연 한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전쟁현장에서 아들을 안고 울고 있는 장면을 그린 <부서진 아이 warning3>. 그림 속 15살 소년은 평생 다섯 번의 전쟁을 겪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이 아이 를 우리는 ‘행운아’라고 불러야 할까.
제주 바다에서 죽은 아기 고래를 머리에 이고 슬픈 유영을 하는 고래 부부를 그린 <검은 바다 warning6>, 국가가 폭력을 저지르는 장면을 그린 〈당신은 충분히 경고를 받았습니다 warning4>, 검게 그려진 어른들 사이로 작은 소녀만이 저항하듯 번쩍 높이 팔을 들고 걸어 가는 <소녀 warning7> 등은 국가폭력과 자본주의로 인한 폐해 등을 보여준다.
장지 위에 그린 신작들은 검은 색이 두드러지는데 이번 전시를 위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어둠에서 하나씩 만물이 드러나는 것처럼 검은 장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마치 어둠 에서 사물들이 깨어나게 만드는 행위처럼 느껴집니다.”라고 말했다. 눈부신 흰색은 소멸로, 반대인 검은 색은 생성으로 생각한 전은희의 그림은 마치 어둠 속에 가만히 서 있으면 서서 히 형상이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2024년을 건너는 지금, 우리 모두는 어둠 속에 놓여있 다.
전은희 EUNHEE JEON
사람들이 만들어낸 삶의 장소와 풍경 그리고 어떤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평범한 장소와 그 안에 존재하는 사물들의 의미와 사적인 역사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시작으로, 현재는 개인적, 사회적인 사건 등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난제를 표 현한 작업을 통해 사물화 도구화 되어가는 사람들의 무력감과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문제 적 현상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2015년 도시의 부재된 장소에 대한 장소감 표현 연구로 동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벽-공간의 기억>을 시작으로 <변 방풍경>(2012), <DOORPLATE-오래된 집>(2013), <Empty Nest>(2015), <보이지 않는 시 간>(2018), <관람자들>(2019), <말없는 눈>(2020), <입안 가득한 침묵들>(2020),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2021)>등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포항시립미술관 현대미술기획 전시 ‘내일의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8년 광주화루 최우수상을 수상하였고,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 선정작가(2013, 2014, 2016, 2018, 2019, 2020, 2021, 2022)와 서울시청 전시 선정작가(2014), OCI미술관 창작스튜 디오(4기,2014)와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11기,2019)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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