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2017년 7월 13일 ~ 2017년 8월 5일
전혜림, 밤, oil on canvas 116.5×9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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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은 올해로 여덟 해 째를 맞는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OCI YOUNG CREATIVES’의 2017년도 첫 전시로 전혜림 개인전 ⟪신기루⟫를 개최한다. 작가는 사진을 벗 삼은 구상 작업, 참고 작업에 기댄 오마주, 명화를 모티프로 영감을 확장하는 실험, 경험에서 구축한 자신만의 서사 창조를 거쳐 왔다. 마침내, 회화로 다룰 수 있는 가장 회화다운 일은 회화 형식 자체에 대한 실험을 통한 자신만의 회화 방법론 구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동물 탈, 벌거벗은 군상들, 몰아치는 대기를 비롯, 기표로서의 수많은 이미지가 등장하지만 그 의미나 맥락을 이미 극복한 시기에 돌입한 것이다.
흔히 ‘신기루’란 닿을 수 없는 이상향, 허상을 대유한다. ‘성공적인 회화의 모양새’란 기약할 수 없는 목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 맥락, 행위, 성찰 과정은 추구의 방식 혹은 방법이면서도 동시에 추구하는 대상 그 자체이기도 하다. 종착지가 정해진 그림을 그려 내는 것이 아니라, 부딪히는 것들을 극복하고 소화하는 일련의 절차를 밟으며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전혜림의 회화 방법론은 이미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 《신기루》는 지금 고민하는 부분을 다른 각도로 다가서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어떤 가능성을, 또 자신의 손으로 꾸리고 있는 나만의 미술사 속에 과거의 미술사가 겹쳐 흐르며 앞서 간 수레바퀴 자국(前轍)이나 본보기(模範, 靈感)로 자리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작가의 초기 작업은 계획적인 진행에 따른 반듯한 형태가 돋보였다. 그러나 2014년을 기점으로 소재를 전환하고<NArcadia> 서사의 극복과 회화성 자체에 집중하면서, 탐색적, 즉흥적인 진행과 보다 자유롭고 비정형적인 형상의 화면이 두드러진다.
<NArcadia>는 어두운 색채와 강렬한 대비, 절규하는 몸짓과 몰아치는 기이한 형태로 대표되는 반이상향 작업이다. 작가로서 운명처럼 맞이하는 현실적 고난은 작업의 전환점이 되었다. 발단과 전개 방식, 정체성 등 작업 내적 메커니즘의 한계, 결과물의 한계도 덩달아 작가를 짓눌렀다. 바라볼수록 멀어지는 이상향(Arcadia)의 전형적인 형상을 뒤집어 절망과 구원에의 갈망으로 가득 채운 자신의 형상으로 변주한다.
<NArcadia>는 내용적으로 작가의 실제 형편과 그 대응에서 발단했다. 그러나 이후의 작업 전개에서, 몸소 낳은 이 서사를, 뛰어 넘을 대상이자 회화 형식 실험을 위한 신선한 재료로 재투입하는 점을 더욱 주목해야 한다. 모방과 타율 대신 작가만의 자연스러운 동기와 독자적 탐구 과정 속에서, ‘무엇을 다루는가?’보다 ‘어떻게 그려야 회화적으로 유의미한가?’ 쪽으로 점차 무게추가 쏠리기 시작한다.
이상향을 향한 꿈에서 각성한 단계는 <밤>으로 나타난다. 어둠을 휘저어 흩어버리고 그 각성을 주도하는, 불과 같은 근원적 기운의 형상이 화면을 주도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때론 물줄기같이, 때론 빛살처럼 여러 형태로 변신하며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수시로 출몰한다. 남은 건 꿈 속 서사가 아니라 실재하는 자신과 눈앞의 작업임을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밤> 연작은 그 자체로 한 단계의 실험이면서 동시에, 이후의 본격 형식 실험을 예고하는 일종의 복선이자 전환점이기도 하다. ‘이야기 도구’라는 한계를 돌파하고 재건 실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는 자기 작업을 실험 재료로 삼는다. 불만족스런 부분, 의문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시도하지 못한 발상들은 아쉬움으로, 아쉬움은 다시 성공적인 결과가 겹쳐 보이는 듯 작가에게 마치 신기루처럼 다가온다. 그 신기루를 찾아 나서는 것이 곧 다음 작업이 된다. 작가는 이를 이야기함에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표현을 자주 인용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이전 작업의 변신이기도 하다. 전시장 한편에는 보다 자유로운 형상들이 화면의 경계를 타넘으며 10미터가 넘는 벽면을 가득 채운다. 사람과 나무임이 확실한 형상도, 반면 눈을 감으면 아른대는 암흑 속 무늬처럼 딱 잘라 무어라 말하기 곤란한 자유로운 이미지도 기탄없이 서로 어우러져 있다. 그림에 그림을 겹치고 덧기우며, 부분 부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심지어 그림 속에 또 다른 그림을 가져오기도 한다. 회화 실험을 주도하는 이 발상의 놀이터를 ‘변신’으로 명명한다. 그렇게 그의 회화 실험은 <NArcadia>, <밤>, <드로잉-변신> 등의 몇 가지 테마를 단계 삼아 진행한다.
성공적인 조형의 달성, 탁월한 회화의 경지를 ‘낙원’으로 지칭한다면, 바로 <낙원의 재건>에서 실패를 추슬러 만회를 시도한다. 실험은 실패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실패를 수습하고 거듭 고치고 살려 나가는 과정은 그의 회화 실험의 본론이자 핵심이다. 재건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명화의 형식이나 특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목해 어떤 시각적 보완과 도약을 산출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전혜림의 재건 작업 곳곳에 영감을 준 명화는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The Sun> 연작이다. 수평선 너머로 신기루처럼 솟은 태양의 빛줄기가 화면 전체를 압도한다. 전혜림의 작업 곳곳에서 포착되는 물, 불, 광선 등 사방으로 방사하는 형상과도 시각적으로 통한다. 이는 뭉크의 이전 작업들과도 시각적으로 판이하게 다른데, 특히 작가는 미술사 속 선배의 형식 실험에 임하는 자세와 각오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낙원의 재건> 연작 곳곳에는 사방으로 뻗은 빛줄기 너머로 회화적 구원을 암시하는 색상과 형체가 엿보인다. 이는 실시간으로 펼치는 작가의 미술사 속에 과거의 미술사가 다각도로 겹치는, 전시 제목 《신기루》의 실현이면서, 실패 속 탁월함을 찾는 실험에 해당한다.
실패를 실패라 부를 수 있고, 다시 일으켜 세울 의욕을 다지는 것은 패기와 실험정신을 잃지 않은 신진작가의 특권이자 용기일 것이다. 2017 OCI YOUNG CREATIVES 전혜림 개인전 《신기루》는 작가의 삶에서 우러나온 서사, 그 서사를 극복하고 회화 형식 실험의 단계로 돌입하는 작업 발달 메커니즘을 여실히 보도하는 전시이다. 자신만의 미술사를 꾸려나가는 젊은 작가상이 신기루처럼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개막식 2017년 7월 13일 (목) 오후 5시
Artist Talk
일시 : 2017년 7월 26일 (수) 오후 7시
장소 : OCI미술관
참여작가 / 평론가 : 손선경, 전혜림 / 김정현, 윤원화
출처 :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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