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봄
2016년 1월 8일 ~ 2016년 1월 29일
정명근 개인전 : 완전희 녹지 않은 잼

하고자 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제한된 시간 속에 조각조각 잘라 넣는다. 그러나 시간과 신체의 한계를 가늠할 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두 덩어리 사이에 위치한 저울의 눈금에서는 보통 특정한 기울기가 선택되기 마련이다.
작가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이 저울질은 필수적인 삶의 조건이다. 작업의 결과물이 (결국) 자본으로 환원되지 않아 임노동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은 저울 앞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각의 일이 가진 가치의 무게를 살필 때, 도대체 ‘작업’이란 무엇인가? 작업이라는 단어가 가진 광범위한 의미를 떠올리면 그 가치를 특정한 지표로 환산하는 일은 더욱 곤란함에 봉착한다.
정명근은 저울의 한 가운데에 있다. 그는 바닥에 깔려야 할 보도블럭을 쌓고, 겹겹이 포개져야 할 스티로폼을 파내고, 종이와 합판 위에 어떤 수직과 수평의 움직임을 누적해왔다. 영점을 가리키는 그의 바늘이 정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가 오로지 밀도의 윤리에 관심을 두기 때문일 것이다.
오브제와 드로잉이 짝을 이루는 <하얀 나의 세계>(2016)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발을 절반쯤 땅 속에 파묻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들은 여전히 움직이는 중이다. 무언가를 나르고, 쌓고, 자르고, 짓는다. 작품이 완결된 이미지로서 작가의 삶과 태도를 드러내는 매개항이라면, 정명근은 이미지 속의 몸짓에 괄호를 친다. “하얗다”는 것은 비어있다는 뜻이다. 어떤 이미지는 비가시적이다.
글 이미정, 윤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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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톤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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