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22
2018년 3월 28일 ~ 2018년 4월 13일
(c)정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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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겸양을 담은 사진
‘피사체를 오래 바라보면 분석적 이해가 필요 없는 생명 자체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한다. 더불어 이 광활한 우주속의 나의 정체성이 한없이 먼지처럼 낮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절대적인 우주의 신성과 내 존재의 미미함의 만남, 그 위대함에 스스로 고개가 꺾어지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나의 셔터 찬스다.’
무려 17년 동안 오직 우포만 바라보며 우포의 풍경을 카메라의 담아 온 정봉채 작가는 자신의 사진 작업을 그렇게 압축한다.
우포늪은 1억 400만년이라는 긴 시간을 퇴적한 채 여전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스러운 생태계의 보고이다. 작가는 그곳에 작업실을 겸한 집을 짓고 그곳의 주민들과 생태계의 일원이 되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예술과 삶이 결합되어 있어야 피사체의 본질이 제대로 보인다고 믿는 그의 우직한 성격 탓일까?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삼각대를 세우고 늪을 바라보고 서 있는 작가. 기다림이 자신의 일상이라며 빙그레 미소를 짓던 작가의 겸손한 미소.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시간까지 기다립니다. 찍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요.’ 그렇다면 작가는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교감의 순간을 기다리는 겁니다.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연과 나와의 관계도 교감이 중요합니다. 그저 아름답다고 인상적인 풍경이라고 렌즈에 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작가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본 나무 한그루의 모습이 오늘 보면 또 다른 모습입니다. 자연도 사람과 똑같은 희노애락과 역사를 가지고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어가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그것들을 보려고 무진 애를 쓰며 보고 또 보는 것이지요. 반복적인 관심으로 한 대상을 반복적으로 바라보면 작가의 내면에 사유라는 형질이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사유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끼는 것이지요. 내 사진은 그 보이지 않는 존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입니다. 나의 내면과 대상의 내면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형질, 생명과 생명이 만나 빚어내는 sympathy의 결정체, 그것을 기다리며 오늘도 이 우포 앞에 삼각대를 세우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거지요.’
작가의 사진 전시회를 다녀 온 사람들은 말한다. ‘여타 다른 풍경사진에서 느껴지지 않는 생경한 아우라가 느껴졌습니다.’ ‘풍경에서 아득한 기억 속의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한 편의 그림이 스민 시를 읽은 듯해요.’ 본 듯해요.’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져요.’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 낸 사유의 세계를 해석하는 몫은 관람객들의 독자적인 세계라고 말했다. 다만 덧붙이길 ‘내 사진을 통해서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정화되고 치유되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작가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사진작가로 살기 위해 안정된 교직을 접었다. 우포로 들어간 200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작가는 사진 이외의 어떤 경제적인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할 줄 아는 게 사진뿐인 바보지요.’ 이 시대의 바보, 정봉채 작가의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외 여러 전시에 초대되어 미술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의 우직한 장인정신이 빚어 낸 감동의 결과물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그는 2008년 제 10차 람사르 총회 공식 사진가로 초대 되었으며 2011년 샌프란시스코 AAU 예술대학 교수로 초빙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아트 파리, 비엔나 페어, 그리고 특히 2016년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라고 하는 스위스 바젤 솔로 프로젝트에 국내 유일하게 사진가로서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고 초대전시 되었다.
작가의 작품은 한 곳에 머무르며 오래 바라보기를 통해 이뤄 낸 자연과 인간의 연민과 사랑의 화합물이다. 해석과 비평, 감동은 독자의 몫에 맡긴다. 끝으로 자연과 사진을 대하는 그의 겸손한 자세에 무한한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출처 : 스페이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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