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소소
2017년 4월 22일 ~ 2017년 6월 4일
정승운, SL 150402, Oil on thread, 2015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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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 다양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 정승운의 작품을 관통하는 한 지점은 양면성이다. 이 양면성은 말랑말랑한 향수(鄕愁)과 수학적 엄밀함의 대립이라고 해야 할지, 멜랑콜리와 냉담함의 조화라고 해야 할지, 표현적 기질과 개념주의적 성향의 공존이라고 해야 할지, 작품에 따라 드러나는 양상이 조금씩 다르지만, 그의 작품들 속에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정 반대의 것으로 보이는 어떤 기질이나 가치의 대립 혹은 공존은, 그의 ‘실’ 작업에서 가장 가시적으로, 응축되어 드러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는 무명실을 공중에 걸어놓고 제소를 바르는 등의 밑작업을 거친 후 무려 유화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 농담 같지만, 대상이 캔버스 천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면 이 실작업들이 유화로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고 말할 근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실의 좁은 면에 올려진 물감의 덩어리들을 들여다보면 여느 그림처럼 속도감이 느껴지는 거친 붓질과 세밀하게 공들인 부분 등이 구분되고, 더 가까이 다가가면 다채로운 풍경이 어른어른 어지럽게 피어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일반적인 회화와 다른 측면이라면 벽에 기대어 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방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주변의 환경을 수용해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자세히 보면 실의 양 끝이 매달려 있는 지점들과 간격은 매우 세심하게 고려되어 있고, 아래로 곡선을 그리는 각도 역시 우연을 불허하는 듯한 엄밀함을 구현하고 있다.
너무도 약한 것이 철저하게 의도된 규칙을 가지고 매달려 있는 이 단단하고도 허술한 광경, 총천연색의 극성스러운 발화가 한 줄의 선으로 쪼그라들어있는 이 아이러니, 넓고 비옥한 정원을 놔두고 갈라진 아스팔트 갈라진 틈에서 굳이 싹을 틔워 비집고 나오는 식물처럼, 이유를 알 수 없는 극도의 제한과 그 안에 납작하게 한 줄로 꿰어진 천지만물이 시치미를 떼고 침묵하는 반전, 이 모든 모순된 감흥이 그의 실 작업으로부터 생성되는 것이다. 작가가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이 양면성으로부터 더 넓고 깊은 상징들, 삶과 작품의 유비(類比)적 의미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다. 이윤희(미술비평)
갤러리소소에서 개최하는 정승운 작가의 개인전 <공제선_무명>은 2017년 4월 22일부터 2017년 5월 21일까지 진행된다.
출처 : 갤러리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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