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22년 6월 22일 ~ 2022년 6월 28일
색을 흥얼거리다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작가가 그려낸 화면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구체적이거나 사실적인 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형상에서 대부분의 관객이 어렵지 않게 공감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과 여가의 모습이 담겨있다. 지극히 평범한 혹은 누군가에게 소박한 바람일 수도 있는 행복한 시간은 단순히 사건을 기록하기 위한 요소로서 작품에 박제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정지원의 그림은 형상의 재현이기에 앞서 개인적인 경험의 공감각을 물감이라는 원초적인 물질에 투영하여 당시의 기억에 스며있는 감정을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행해지는 붓질로 풀어낸다.
작가가 화면에 재구성한 경험은 여러 겹의 물감 층과 중후한 혼합 색상으로 무겁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원색적인 색상과 직관적이고 리드미컬한 스트로크로 그려졌기에 사건이 작품으로 재현되면서 오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질되기 마련인 기억의 특성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기에 작가는 형상을 더욱 대담하게 단순화할 수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붓질의 길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보면 타인의 개인적인 일상에 자신을 이입하고 몰입해야하는 과정이 만들어내는 관문을 굳이 지나치지 않는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행했을 신체의 움직임과 붓질이라는 원초적인 즐거움에 바로 탑승 할 수 있는 것이다. 형형색색의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물감은 작가가 부여한 나름의 질서와 균형감을 지닌 채 작가의 기억에서 꺼낸 당시의 분위기와 작품 제작 과정에서의 열띤 맥동을 가림 없이 전달하고 있다.
붓의 속도감과 작가의 어깨 움직임은 캔버스 표면에 다채롭게 스며있기에 마티에르가 두드러지는 물감의 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풍부한 감상을 제공한다. 한 번의 붓질로 칠해지는 색의 종류를 최소화하고 색과 색이 만나는 경계를 무신경한 듯 다듬지 않은 마무리는 당시의 활기찬 소음과 특유의 향기를 긴장감 있게 재현하며 즐거운 화면을 조성한다. 직관적이고 명확히 알아볼 수 있는 광경이 담긴 작품을 관찰하면 먼저 칠해진 물감이 건조되기까지 기다리고 다음 색을 덧입힌 정지원의 차분한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운동감을 지닌 붓질과 대비되는 물감에 대한 신중하고 진지한 접근법은 시끌벅적하고 생동감 넘치는 상황임에도 작가가 관객에게 보여주는 정제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기에 작품으로 하여금 작위적인 위화감 없이 관객에게 편안히 다가서게 한다.
자칫 추상적이고 막연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 중에서 가장 보통의 기억이기에 더욱 각별한 순간이 있다. 각박한 바람이 거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여가의 풍경이란 지난 추억일 수도 있고 곧 다가올 내일일 수도 있다. 정지원이 그려내는 그림 속의 단서들은 매 순간의 흥얼거림이 자아내는 음악적인 단서를 품고 있다.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과하게 구체적이기에 난해할 수 있는 복잡 미묘한 사람의 기억을 작가가 가장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는 박자감으로 선보인다.
참여작가: 정지원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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