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나우
2016년 7월 20일 ~ 2016년 7월 26일
정필석의 <트럭Trucks>으로부터
트럭이란 화물을 운반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자동차를 말하며,
트럭 운전대 위치와 적재함에 지붕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
또한 소량 및 대량 운송의 중량에 따라서 트럭 유형이 구분된다.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 퐁티M. Merleau-Ponty는 <지각의 현상학Phenomenology de la Perception>에서 구조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끝없는 질문”으로 규명한다. 여기서 보이는 것이란 ‘드러난다’는 뜻이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숨어 있다’라는 뜻이다. 결국 인간의 삶은 지각 안에서 부단히 보임과 보이지 않음에 대한 탐색과 성찰이라는 말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궁극적으로 언어(말)와 표상(사물)으로부터 그 실재함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사실이다.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반드시 가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철저히 은닉되고 은폐된 오로지 ‘구조Structures’로서 존재하는 것들은 더욱 그렇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도시구조이고, 산업구조이고 유통구조이다.
때문에 구조를 바라본다는 것은 은닉되고 은폐된,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지각의 현상학”이다. 그러니까 구조의 들춤 혹은 노출의 문제이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으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이끌어가는 시스템 사회에 대한 탐색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이 이 문제에 천착한 것은 매우 오래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계미학” 혹은 “유형학”의 사진이 현대사진의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유형학적 사진이 힘을 잃지 않은 것은 역시 보이지 않은 현대사회의 구조의 문제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가령 오늘의 문제는 물류와 유통이다. 현대사진이 물류 및 유통구조를 바라보고 그것들을 표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홈쇼핑, 택배) 물류 및 유통구조보다 핫 이슈는 없다.
정필석의 <트럭(Trucks)>은 유형학의 모습으로 나타난 물류 및 유통구조의 들춤이다. 그러니까 1960년대 독일 유형학의 창시자 베허 부부Bernd & Hilla Becher가 충격적으로 들춰낸 똑같아 보이는 물탱크 16개, 똑같아 보이는 용광로 16개, 똑같아 보이는 컨베이어벨트 24개, 똑같아 보이는 사일로 28개의 사진을 들고 나왔던 펼침의 모습이다. 이것이 기계미학으로서 유형의 모습이고, 도감의 모습이고, 또 (트럭)앨범의 모습이다. 오로지 유형과 구조만을 들추는 기계미학의 본질이다.
때문에 정필석의 “트럭”은 그 표현이 최대한 객관적이어야 한다. 또 가치중립적이어야 하며 기계적 본질에 충실한 물질적 절대 기하학이어야 한다. 예컨대 트럭 사진을 보고 곧바로 누구의 트럭, 뭐하는 트럭, 얼마짜리 트럭, 어떤 제품, 어떤 브랜드의 트럭으로 나타나면 실패한 사진이다. 기계미학은 오로지 구조와 유형의 ‘차이’, 즉 트럭들로부터 “다르면서도 같은 것(유형)”, “같으면서도 다른 것(도감)”의 차이만 바라보게 해야 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정필석의 사진은 성공하고 있다. 철저하게 감정을 억제한, 매우 메마르고 혹은 무미건조하게 트럭의 구조와 유형의 차이들을 ‘정면성’과 ‘전면성’을 통해서 바라보게 한다. 또한 균일화된 톤, 중립적 회색의 톤으로 최대한 톤의 감정을 절제하는 컨셉트의 탄탄함과 분명함을 드러낸다.
정필석의 사진적 접근이 기계미학으로서 유형학적 사진의 근간이다. 필수적인 요소이고 당연히 지켜야 할 기계미학의 요건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 메마르고 차가운, 보이지 않는 구조 그러나 현대사회와 문화를 이끄는 물류 및 유통의 구조는 드러나기 어렵다. 구조란 은닉된 시스템이고 프레임이다. 정필석의 사진처럼 구조는 아름답지 않다. 또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현대사진의 모습이다. 정필석의 “트럭”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진동선, 사진평론가, 현대사진연구소 소장




출처 - 갤러리나우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11:00 - 19:00
화요일 11:00 - 19:00
수요일 11:00 - 19:00
목요일 11:00 - 19:00
금요일 11:00 - 19:00
토요일 11:00 - 19:00
일요일 휴관
휴관: 일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