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2017년 8월 17일 ~ 2017년 9월 9일
정해민, Playground, 2017, digital painting, 215x3040 cm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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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관장 김경자)은 정해민 개인전⟪Could not complete your request (요청한 사항을 완료할 수 없습니다)⟫를 OCI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8월 17일부터 9월 9일까지 개최한다.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인 ‘2017 OCI YOUNG CREATIVES’의 6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초대된 이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출품작은 모두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인 포토샵(Photoshop)으로 제작하여 인쇄기로 출력한 디지털 페인팅으로, 높이 2m, 폭 30m 이상의 작품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워서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정해민은 이를 통하여 현대 사회의 폭력성을 거시적인 안목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본인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미시적인 사건의 장면을 뒤섞어 파노라마로 펼쳐낸다.
전시의 제목인 ⟪Could not complete your request⟫는 작가가 포토샵을 사용하면서 종종 마주하게 되는 프로그램의 오류 메시지이다. 디스크의 용량이 부족하여 저장할 수 없다거나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을 때 나타나는 익숙한 문구로, 이번 전시에서는 종말론적인 역사의 흐름 앞에서 끊임없이 좌절하고 실패하고 마는 현대인의 자조적 진술로써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전시장 입구에서 마주하는 <미술학원, 전철_포교>(2017)는 미술 입시 교육의 현장, 지하철에서 커다란 목소리로 포교 활동을 펼치는 사람 등 평상시 작가가 마주하였던 일상의 단면을 그렸다. 하지만 사사로운 일상의 구체성을 지워나가듯, 자신이 그린 이미지를 다시 한번 포토샵으로 변형하였다. 마치 추상회화처럼 보이기도 하는 길게 늘어뜨린 이미지는 손으로 그린 부분과 그래픽 기술로 일그러뜨린 부분이 뒤섞여, 이 작품은 정해민이 추구하는 회화의 방향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전시장 안쪽 벽면 4면을 빙 두른 작품 <Playground>(2017)는 그 폭이 무려 3040cm에 이르는 작가의 야심작이다. 장대한 서사시로, 그 속에는 인류사가 밟아온 갖은 전쟁과 전투, 사건과 사고, 혼돈과 파국의 상황이 그려져 있다. 거기에 작가의 사적 경험과 상상력이 구석구석 녹아 들어가, 구체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장면을 빚어낸다. 화면은 흡사 저 먼 곳에서 전지자가 지상을 내려다보듯, 높은 곳에서 비스듬히 아래를 향하는 시선으로 처리되어 짐짓 관찰자의 태도를 보이나 그 내용은 사회적 이슈를 고발하는 성격을 지닌다. 작가는 이런 자신의 작업을 “(유사)사회참여”라고 부른다. 사회 개혁을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서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눈 감고 외면할 수도 없어서 “(유사)”한 형태를 취했는데, 여기에는 ‘세상은 언제나 이런 모습이었고, 한 사람이 아등바등한다고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패배감이 기저에 깔려있다. 하지만 무엇이라도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그것이 바로 포토샵으로 하는 디지털 페인팅이었다.
직접 붓을 들고 손으로 그리는 대신 커다란 모니터와 태블릿 펜으로 만드는 디지털 이미지는 냉소적이면서 묵시록적인 작가의 세계관을 표현하기 적합한 매체였다. 포토샵 프로그램을 열어 여러 가지 툴로 그림을 그리고, 기존에 본인이 그린 것을 재변형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낸 참고 이미지를 활용하기도 하며 무수히 많은 ‘복사하기(copy)’와 ‘붙여넣기(paste)’로 생성되는 레이어는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겹쳐 표현하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마음껏 수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마치 작가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에 대하여 신(神)이라도 된 양, 이미지를 길게 늘어뜨리고, 색을 덧칠해 버리고, 사건의 맥락을 바꾸는 행위는 세속적 삶의 폭력적인 상황을 담아낸 광경에 또다시 폭력을 행하는 작가의 권위이기도 하다. 무한히 큰 세계를 빚어내고 대재앙처럼 거칠게 휩쓸어 버리는 것인데, 창조자이자 곧 파괴자인 작가의 역할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자기가 그린 그림을 다시 지워버리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이것은 ‘회화의 종말’이 거론되는 현대미술에서 화가가, 화가로서 취할 수 있는 선택지로 새로운 매체와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언제일지 모르나 다가오는 ‘끝’을 향하여, 그러나 어떻게든 지금을 살아가는 작가로서 정해민이 그리는 그림은 하나의 커다란 현세도(現世圖)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세태를 젊은 작가의 시각에서 맹렬하게 비판하며 반영한다.
Artist Talk
일시 : 2017. 8. 26. (토) 오후 2시
장소 : OCI미술관 1층
참여작가 x 평론가 : 정해민 x 권영진 / 유쥬쥬 x 김지혜
출처 :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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