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23년 4월 12일 ~ 2023년 4월 18일
존재의 표상
김민영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한 인간이 세상과 맞닿은 순간 갖게 되는 무수한 질문들 가운데 가슴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물음은 ‘나는 누구인가’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음이 향하는 정확한 지점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불분명하고 불안정한 답으로 귀결되곤 한다. 그만큼 ‘나’라는 존재와 그 존재의 가치를 규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를 인간이라 정의하며 일상에서 육체로써 존재함과 동시에 물리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신 즉 영적으로써 존재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질은 정신과 육체 중 어떤 것이 앞선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많은 철학자들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존재의 의미들을 고찰하고 수렴하는 과정으로부터 윤곽을 가늠한다. 실재하지 않는 인간은 지각조차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실존한다고 해서 반드시 존재한다고 정의될 수는 없다. 이렇듯 인간의 존재는 하나의 개념으로 성립시키기 어렵다. 이에 조혜경 작가는 인간의 본질을 두 가지의 기준으로 나눠보지 않고 작업을 통해 통합과 뒤섞임의 양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화면을 4분할 구조로 나눠 인간존재계를 표현한 작품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깔끔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며 짧지 않은 시간동안 작가가 마음에 담아 왔던 사회적이면서 철학적인 주제가 전반적인 작품의 분위기와 함께 잘 어우러진다. 색이 가득 채워진 영역은 실재하는 존재를 부각시키고 흰 여백은 존재의 증명이기도 한 부재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의 의식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색을 칠하고 닦아낸 영역은 현존과 부재의 대립적인 개념들이 뒤섞여 공존하며 또 다른 존재 방식을 보여준다. 해당 영역의 면은 실로 만들어낸 선들이 지나가는데 이는 분리된 가치들을 연결하여 관계 맺고자하는 고민이 투사된 작업의 상징이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존재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표현 기법에 있어서 다른 영역과의 경계를 침범한 안료가 이전에 채색된 색과 중첩되어 본래의 색보다 더 진해지면서 얕거나 깊은 공간감이 형성된다. 이때 호흡과 중력의 영향으로 매순간 다른 농도로 혼합되어 미세한 차이를 보이며 각각의 색과 혼합색이 함께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색의 중첩은 각 영역을 가라앉히고 통합하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정신과 물질 두 가지 개념을 잇는 작가의 의도와 상응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얻어진 공간감은 통일감 있는 색채들로 구성한 단색화 작품에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사유할 수 있는 명상적인 여유를 제공한다.
눈을 감고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은 채로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육체의 감각보다는 그 짙은 어둠에 몰입하다보면 정신은 어느새 그 곳에 있게 된다. 그 곳에서의 나는 과연 내가 나인지, 짙은 어둠인지 알 수 없다. 이처럼 나는 과연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인지과정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성을 사유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면의 분할, 색과 선의 사용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한다. 기본적인 조형요소는 현존과 부재 그리고 나와 관계 맺은 타자와의 소통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되어 작가의 감각적인 표현으로 덧입혀진다.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작가의 작품과 마주하는 순간,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나를 발견하고 어느새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다.
참여작가: 조혜경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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