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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2일 ~ 2023년 1월 5일
틈 사이에 존재하는
신지원 (‘N번째 종소리’ 프로젝트 연구기획자 / 큐레이터)
우리가 눈으로 본 것과 실제 대상은 같은 것인가? 머릿속에 떠오른 심상은 객관적 실체로서의 대상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직접 본 것, 만져본 것 등과 같은 경험은 무의식중에 감각기관을 지배한다. 그리고 경험이 반복되면 대상에 대한 인식은 고정관념으로 고착된다. 조호영은 기존 사물의 재료와 형태를 넌지시 바꾸어 감각을 교란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관습적 이미지를 유연하게 만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주변 사물과 사람, 그리고 공간이 내뿜는 파동을 예리하게 탐지하는 작가는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감각의 틈새를 찾아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간다. 작업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몸이 기억하는 익숙한 신체 감각을 대상으로 삼아, 틈을 가르고 부풀려 만든 낯선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전시 제목에서 ‘종소리’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에서 도구로 사용된 ‘종’을 연상시킨다. 종을 치고 먹이를 주는 행위를 반복하면 나중에 종소리만 들어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실험 말이다. 그러나 파블로프가 ‘종소리'라는 선행 자극에 반응하는 행동에 집중했다면 조호영은 각자의 각기 다른 조건을 의미하는 ‘N’의 시간과 학습의 지속적인 적층 형태에 주목하며, 주변 환경과 관계, 그리고 특정 문화에 길들어 유형화되거나 체화된 행동 양식에 경종을 울린다.
《N번째 종소리》는 일상에 깊이 침투한 기술 환경과 변화하는 외부 조건에 무의식적으로 순응하게 된 신체 감각과 행위 주체 개념을 연구하는 목적의 실험실로 구성된다. 여기서 작업은 실험 장치로 작동하면서 대상을 둘러싼 관념적 언어와 타인에 동화되는 신체감각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관객은 이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실험 참여자로 작품과 상호작용한다.
실험을 위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1. 한정된 공간 안에는 수백 개의 고무공 위에 놓인 비정형 바닥 조각이 서로 맞닿아 있다. 관객은 각각의 반투명한 바닥판에 올라가 수평으로 흔들리는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한다. 우리는 이것을 ‘땅'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 땅을 ‘땅'이라 할 수 없다면 그 인식의 기저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닥면이 흔들리는 것은 내가 움직여서 그러한 것인가 아니면 나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움직이고 있는 공들의 에너지가 모여 판을 어딘가로 향하게 하는 것인가? 바닥판을 사이에 둔 나와 고무공은 어떤 물리적 관계를 맺고 있는가?
2. 실물 크기의 인물이 모니터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다. 내가 당신을 본다. 당신은 다른 곳을 보다가도 나를 바라본다. 내가 팔짱을 낀다. 당신도 팔짱을 낀다. 이때 나의 뇌는 나의 행위를 당신의 행위와 구분할 수 있는가? 관객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또 하나의 스크린은 나와 당신과 화면 속 움직임의 삼인무를 이루며 우리를 보고 있는 제삼자의 또 다른 움직임을 유도한다. 뒤쪽 화면에는 이전 참가자들의 각기 다른 움직임이 차곡차곡 쌓여 군무를 이룬다. 타자의 움직임을 보고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동조화하는 관찰자의 몸은 움직이고 있는 상대방의 몸과 어떻게 공명하는가?
감시의 주체가 수많은 스몰브라더로 분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소셜네트워크 속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고와 행동을 교정한다. 그리고 플랫폼에서 추천해주는 맞춤형 정보만 접하다보면 마치 나와 다른 의견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호영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과 불가분하게 뒤얽혀 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면을 균형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경계면에서 생성된 구조물은 관객이 전환의 순간, 즉 에너지의 흐름이 변하는 시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며, 틈 사이에 존재하는 미규정된 관점을 통해 일상 속에서 대상을 ‘어떤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기꺼이 인식하는 능동적인 지각을 가능하게 한다. 자, 이제 귀 기울여 들어보자. 아직,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책임 연구: 조호영
연구 기획: 신지원
매스커뮤니케이션 연구팀
언어커뮤니케이션: 권태현
시각커뮤니케이션: 마카다미아 오!
행동커뮤니케이션: 문서진
엔지니어링연구팀
공간설계: 조호영, 김소람, 김학연, 송세진, 오경수
인터랙션: 김애선
협력연구팀
이의록(사진), 그레잇마인즈(영상), 곰디자인(미디어)
후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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