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레퍼런스
2018년 10월 5일 ~ 2018년 10월 21일
「사진의 위대한 영감, 포토 콜라주에 관하여」
김정은(이안북스 발행인 및 더레퍼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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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대 구한말 사진이 기록을 중시한거라면, 그럼 당시의 서구 사진은 어떠했을까?”
20세기 초 제국주의와 근대 산업화 속에 서구는 유럽을 중심으로 사진을 오려 붙이거나 재구성하는 포토 몽타주, 콜라주, 포토그램이 만들어지던 시기이다. 여기에 인쇄매체 기술의 발전은 신문과 잡지를 활성화시키면서 사실주의적 사진은 전통적인 인물 사진술의 차원에서 나아가 다양한 예술적 표현이자 사회 풍자적인 메시지를 담아낸다. 특히 사진과 텍스트를 오려내 무질서하게 배열하거나 합성하는 기법의 포토 몽타주는 존 하트필드, 한나 회희, 라울 아우스만 등을 통해 매우 파격적인 시각 예술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일본의 제국주의를 위한 프로파간다로서 이용되기도 하였는데, 이와 달리 한국 사진은 사실을 기록한 것 이상의 변화나 발전은 미비했다. 추측하건 데 필자는 그 원인의 하나로 불균형한 식민지 산업구조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던 시대상을 추측해본다. 어쩌면 포토 콜라주같은 사진은 우리에게 사치였는지도 모른다고, 그 당시 우리에게 사진의 힘은 현실을 기록해 증명하는 것이 더 위대했던 건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의병 사진’은 단순히 사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사진은 시대적 이데올로기에 여전히 사로잡혀 그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현재’와 ‘조선’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한국의 사진 교육도 구한말 시대 조상의 신체 일부를 오리거나 해하면 안되는 것처럼, 전형적인 ‘근대 사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인화된 사진을 잘라 붙인 포토 콜라주는 마치 사진의 원본이나 결정적 순간의 기록을 깨트리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는 우리네 역사와 문화 모두 만연한 것은 아닐까 질문하게 된다. 이런 불편한 생각들로 마음이 어지럽던 와중에 최근 사월의 눈 출판사에서 존 골John Gall의 콜라주 신간 소식은 필자에게 한국 사진의 지형에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존 골은 현재 미국 아트북 출판사 에이브럼스 북스의 북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십여 년 전, 기존 북디자인 행위에 대한 반문이자 개인적인 취미로 시작한 포토 콜라주는 오래된 책 표지의 일부를 잘라 붙이던 것이 점차 아이디어 고갈로 인한 돌파구가 되면서 새로운 작업의 영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총241점의 콜라주가 시기별로 정리되었으며, 모든 작업은 종이 콜라주를 원칙으로 한다. “이것은 콜라주와 사진 사이에 오가는 현재 진행형의 대화이다”라고 말하는 존 골은 자신의 작업물의 경계가 모호함에 관해 지적하는데, 이는 자유로운 영감을 위해 물성을 갖는 재료적인 차원에서 사진이 낯선 새로움을 발견으로 하기 위해서 얼마나 유용한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콜라주의 ‘표현 방식’이야 말로 이미지와 비이미지, 실재와 허구 간의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통감각을 자극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사실 새로운 시각 언어의 탐색을 위하여 디자이너가 모니터 상의 편집을 버리고 아이처럼 즉흥적인 종이 놀이방식을 취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 더군다나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라면 말이다. 무엇보다 그의 책 서문을 장식한 뉴욕타임스의 북 리뷰 아트디렉터인 매튜 도르프맨은 “종이, 풀 및 시간을 초월한 여러 문화 파편들의 편집과 왜곡을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무언의 메시지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절대적인 완결이나 답이 없다” 란 지적을 통해 존 골이 펼치는 사진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세계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넘어서 독특한 추상이나 시각적 재미를 전달하는데 사진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재료임에 틀림없음을 알려준다. 그것이 어떤 사회적 비판이나 사실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의미가 떨어져 나간 상태의 것임에도, 그 간극 사이에서 포토 콜라주는 시각 언어로서 영감을 주는 그 무엇인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 작업 과정을 두고 존 골은 “고된 즉흥성(Labored spontaneity)”이라고 한다. 즉 시간을 두고 관찰을 통해 발견한 찰나의 우연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미지가 해체되고 의미가 떨어져 나간 상태의 분절된 낱장들에서 발견된 사진, 즉 ‘맥락을 상실한 이미지의 추상성’에 그 자체에 주목한다. 이런 분절된 이미지가 담은 의미가 무엇이든 필자는 한국 사진의 지형도에도 존 골의 이미지 해체 방식을 통해 좀 더 유연해진 사진을 상상해 본다. 이런 실험과 즉흥적 발견에 재미와 흥미를 느낄 때, 비로소 노동의 수고를 통해 단단해진 사진의 신체가 만들어 지는 건 아닐까? 유연한 사고의 확장은 우연성과 발견이란 상황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현 시대에 사진의 정의는 하나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사진의 조각을 새롭게 맞춰봐야 할 것이다. 새로운 현대 사진에 신체는 보고 만질 수 있을 때 위대해진다.
기획: 더레퍼런스
협력: 사월의눈
출처: 더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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