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형
2024년 9월 24일 ~ 2024년 10월 6일
투명해진다는 건 무엇일까. 옅어지고 맑아지고 밝아지는 것. 얇아지고 얕아지고 가벼워지는 것. 《왔다갔다 2》에 전시된 지수김의 근작들에서 느낀 것은 불투명한 감각의 투명한 감정이 투명한 감각의 불투명한 감정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한결 투명해진 그림들이 내비치는 것은 불투명한 세상. 투명해서 불투명한 속내를 드러내는 외피 같은 세상. 불투명한 세상의 투명한 껍질이다. 세상에서 떨어져나온 껍질은 내 몸에서 떨어져나온 각질처럼 하얗게 부서진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스며든다. 투명함이 스며든 그림들은 하얀 피부 이면의 붉은 살을 내비친다.
진실 이전은 무엇일까.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고 모르는 척하지만 사실 모를 리가 없는 진실. 각막 너머의 눈동자는 진실이 없는(post-truth) 세상에 불편한 진실은 있다는 걸 보여준다. 세상에 부재하는 진실은 투명함 너머의 투명함이다. 그런 것이 있다는 믿음을 불편한 진실이 꺾는다.
지수김의 그림은 투명한 각막 너머 검은 눈동자에 비친 세상을 닮았다. 그림을 보는 눈에 비친 그림. 세상을 보는 눈에 비친 세상. 그림은 세상이 아니고 세상은 그림이 아니지만 그림은 세상을 보여주고 세상은 그림을 보여준다. 세상과 그림 사이에서, 세상을 보여주는 화면과 그림을 그리는 화면 사이에서 지수김은 나른한 눈꺼풀 너머 긴장된 동공에 세상을 담고 잔상을 띄운다. 그리고 그걸 그린다.
진실이 없는 세상은 진실 이후의 세상이라면 진실이 있는 세상은 진실 이전의 세상일까. 진실 이후의 세상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라면 진실 이전의 세상은 우리가 살아낸 세상일까. 진실 이전의 세상이 떠난 눈에 도착한 진실 이후의 세상은 불투명하고 불투명한 세상을 보는 눈은 깜박이며 투명한 순간을 붙든다. 깜박하고 지수김의 눈에 붙들린 세상은 얼마나 투명하고 얼마나 불투명한가. 투명하게 불투명한 세상을 붙든 그림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투명한 화면 너머 불투명한 세상이 있다. 세상보다 붉은 삶이 있다.
글 한승은
참여작가: 지수김
비평: 한승은
사진: 밝은방
후원: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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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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