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2020년 10월 29일 ~ 2020년 11월 15일
사회 영역에서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장소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장소를 획득하기 위해 투쟁하는가? ‘점거(occupation)’는 사회 안에서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자리를 확인하는 보편적인 방식이다. 이번 전시는 장소의 점거가 존재에 대한 인정을 얻는 투쟁이라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사회의 주체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에서 발단된 감정의 표출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은 1907년 10월, 육로 전쟁의 법규 및 관습에 관한 헤이그 협약(Hague Regulations) 제42조항 「적대국의 영토에 관한 군사 권한(Military Authority Over the Territory of the Hostile State)」에서 차용했다. 인정 투쟁, 확장, 영토, 권한 등 ‘장소성’과 관련한 키워드를 통해 장소의 권한을 획득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왜 투쟁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인정 투쟁 Recognition Struggle
2018년 11월,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를 오픈 할 무렵, 나는 무기력과 우울이라는 그림자와 싸우고 있었다. 예술 활동의 공백이 5년째 이어졌고, 이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서둘러 이 공간을 마련했다. 오랫동안 따라다니던 그림자를 떨치고 나라는 윤곽을 다시 또렷하게 그려나가야만 했다. 그러한 의지로 세운 이 영역에서 나는 끊임없이 움직임의 반경을 계산하고 노동, 예술 작업을 꿈꾼다.
나의 영역을 확립하는 행위는 집을 짓고 보수하는 과정과 닮았다.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고 수리하는 작업은 곧, 이 집이 나의 고유한 장소가 되었다는 확인 행위이기도 하다. 그 집에 대한 소유권, 즉 나의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건축물의 유지보수는 우리의 일상이 공간과 갖는 관계이다. 그러므로 지극히 합리적인 동시에 생산적이며 실천적인 활동이다. 장소에 대한 권한은 일상의 노동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노동은 곧 사회로부터 우리의 영역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 서사이다.
확장 Extension
이번 전시에서는 건축용 자재, 그 중에서도 건축 보양재를 중점적으로 사용했다. 전시장 내부의 구조물은 무게와 부피가 있으며 명백히 물성에 기초해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벽면에서 바닥까지 공간 전체에 백탑지를 둘렀고 전시장 바닥에는 플라베니아와 목재를 사용하여 구조물을 세웠다. 그 외의 조형물은 주로 세라믹 타일, 돌, 백시멘트로 만들었다. 이 같은 재료들은 현재 이곳이 수리 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되었다.
장소는 지금 변모 중이다. 완성을 무한히 유예시키고 있다. 마치 무질서한 구조로 있다가 질서를 갖게 되는 유리처럼 임의적이고 유동적이다. 보수 중인 장소에서 우리는 열린 가능성을 기대하게 된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는 이 장소에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가능성을 통해 장소의 확장성이 조장된다. 전시장에 배치된 구조물은 여전히 무언가가 진행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곧 새로운 움직임, 역동이 이 장소에서 발생할 거라는 암시이다.
영토 Territory
2020년 7월, 작가 연대 차원에서 나는 씨알콜렉티브(CR Collective) 김도희 작가의 <씨가 말랐대> 시리즈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장소 주체로서 배제된 여성들의 분노를 보여준 이 전시에서 여성 예술인들은 여성의 고유 영토에 대한 적극적인 회복 의지를 피력했다. 남성 중심의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작업.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에서의 이번 전시는, 그러므로 여성의 기호를 식목하는 일종의 재영토화 작업이다. 영역을 표시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변이하는 유연한 태도는 자기 영토를 돌보고 지키는 데에서 유발된 본능이다.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변모할 수 있는 경쾌한 몸짓. 완성에 고착되는 대신, 변화를 수용하고 그것을 변이시킬 줄 아는 유연한 태도. 그러한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전시장의 설치물은 이 영역에서 발생된 적극적인 영토 회복 의지의 증거물이 되는 셈이다.
권한 Authority
이번 전시는 여성이 영역의 주체로서 제대로 취급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촉발했다. 장소의 점거를 통해 우리 존재에 대한 인정을 획득하고 유지보수라는 행위를 통해 영역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는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또한 예술계 안에서 경력 단절자가 겪는 차별과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영역에 대한 권한은 확장을 위한 물적 토대이다. 이러한 권한을 통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활동을 전개하며 수행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역 확보를 위한 나의, 혹은 우리의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공간은 변모 중이다.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미래의 비전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음’은 또 하나의 확장 가능성을 만들지만 그 이전에 나는 영역에 대한 권한을 먼저 확정 짓고 싶다.
작가소개
지현아 작가(b.1976)는 2018년부터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 생태계에 대한 하나의 접근법으로써, 그리고 공간의 운영을 하나의 프로젝트로써 실행시킨다는 목적으로 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의의는 처음, “어떻게 모으고 수용하고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느냐”에 있었다. 개인이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방식을 다양한 시선과 방법으로 실험하는 프로젝트이다. 스스로 긴 공백기를 겪었고 ‘다시 시작(복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 왔기에 이 프로젝트는 좀 더 현실적으로 실행될 수밖에 없었다. 네트워크 구축이 실제 예술가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수용되고 그 방향은 다시 어디를 향하는지, 사회의 급변화와 관객의 요구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작품은 어떤 식으로 생산 가능해 지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지속, 발전되어야 하는지, 이러한 물음들을 담은 예술의 형태는 과연 어떻게 표현 될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이다. 그 질문과 해석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재현하여 또 다른 프로젝트로서 성장할 것을 염두 해두고 있다.
공간소개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는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위치한 아티스트-런-스페이스이자,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전시공간이다. 2018년 11월에 문을 열고, 여성작가들을 중심으로 아티스트토크, 세미나, 워크샵, 전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최해 오고 있다.
2020년 6월, 여성의 인권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의 문제를 주제로 한 전시, 박슬기 작가의 “바 람 난 사 람”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여성작가들의 자립을 도모하기 위한 개인전 개최에 주력하고 있으며, 작가들간의 네트워크와 연대를 위한 프로그램 또한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참여작가: 지현아
주최: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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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13:00 - 19:00
화요일 13:00 - 19:00
수요일 13:00 - 19:00
목요일 13:00 - 19:00
금요일 13:00 - 19:00
토요일 13:00 - 19:00
일요일 13:00 - 19:00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