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관
2021년 11월 7일 ~ 2021년 11월 27일
전시 <차고 기우는>은 오랜 시간 알고 있던 도시 일부가 한순간 사라진 경험에서 시작했습니다. 기억과 시간의 조각들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 사라졌다는 상실감. 이는 도처에 존재하지만,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거나 금세 휘발되어 버리고 마는 것들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머리 위를 가로지르다 이내 사라지는 그림자. 다리 아래를 맴도는 소리. 녹슨 와이퍼의 하강 운동.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에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점심을 급히 때운 뒤 근처 성당에 들어가 순식간에 차분해진 경험을 서술합니다. 주변의 공간만으로 개인의 감정과 사고가 변화 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예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은 변화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은 무엇일까요.
미세하게 변화하는 순간을 시계의 눈금으로 그려 넣는다면 분침과 시침이 움직이는 궤적보다 조금 더 작은 단위가 생성될 것입니다. 혹은, 변화를 인지하는 개개인의 호흡에 맞추어 리드미컬한 눈금으로 재구성될 수도 있습니다. 저마다의 호흡으로 변화를 감각하는 일은 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절대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본인의 속도로 생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변화를 인식하는 순간은 천차만별일 것 이므로 우리는 다른 기준을 가진 수천 개의 시계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전시 <차고 기우는>은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인 도시에서 길어낸 세 갈래의 시간 축을 그려냅니다. 회화 작가 이현우는 도시를 직접 거닐며 발견한 조형성을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전에 완성된 작품과 작업을 위해 촬영한 사진 속에서 조형성을 재발견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지나간 시간의 조각을 검토하여 현재로 잡아당기는 작업방식은 어떤 대상이 회화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을 제안함과 동시에 실제적 경험이 흐릿해진 팬데믹 상황을 은유합니다.
옥세영은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들의 일상이 빚어낸 우연적인 사물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기록해왔습니다. 작가는 주로 맨홀, 의자 등 인공적인 물체가 기존의 용도에서 탈각되어 미적인 오브제로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다양한 오브제들은 편광 필름과 포토 콜라주로 구성된 작은 시공에 유영하는데, 빛과 위치에 따라 변화하며 오브제들이 움직이는 무엇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조혜영은 홍제천에서 한강이 마주하는 곳까지 거닐며 공간적 특징을 구축하는 요소를 추적합니다. 작가에게 한강 변은 모든 것이 이전과 다르게 변화하며 흘러가는 가운데 공간에 우뚝 서 세월의 흔적을 받아낸 것들이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작가는 공간에 흐르듯이 스쳐 간 변화를 공간음(Ambience)과 영상으로 일렁이듯 담아 내는 한편 사라진 것들의 견고한 흔적을 필름으로 남겨 물속에 가라앉은 침전물처럼 기록합니다.
몸도 마음도 묶여버린 팬데믹 시대, 세 명의 작가가 주의 깊게 기록한 도시의 흔적을 경유하여 우리 삶을 둘러싼 도시라는 공간을 유연하게 사유하고 재발견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이들의 시계추를 따라 삶의 다양한 리듬을 환기할 수 있는 가을 끝자락의 선선한 바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참여작가: 이현우, 조혜영, 옥세영
글/기획: 김태희
디자인: 구슬아, Always Ok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출처: 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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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3:00 - 20:00
수요일 13:00 - 20:00
목요일 13:00 - 20:00
금요일 13:00 - 20:00
토요일 13:00 - 20:00
일요일 13:00 - 20:00
휴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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