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당미술관
2015년 6월 11일 ~ 2015년 7월 20일
차규선 개인전 : 만화방창(萬化方暢)
차규선의 추구하는 감각의 세계
만화방창 [萬化方暢]은 만물이 봄을 맞아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한해를 시작하는 봄은 만물의 기운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늘 봄이 오면 떠오르는 그림 중에 차규선의 작품들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차규선의 매화그림은 묵향(墨香) 가득한 선비의 고고한 자태를 연상시킨다.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봄꽃의 으뜸을 매화(梅花)로 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매화는 차규선이 즐겨 그려온 대표적인 소재이다. 어떻게 보면 진부한 자연주의적인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차규선의 작품에서는 단순한 시각적 자극 너머에 자연의 강인한 생명으로부터 샘솟는 경외감 또는 기운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작가 내부로부터 응축된 기운이 그의 손을 거쳐 화면에 발산해내는 충동적 행위, 그 자유의지에서 느껴지는 희열이다. 때문에 생명과 자유의 메타포로서 차규선의 작품들은 보는 이들에게 환희와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차규선의 그림들은 대상물과 배경이 뚜렷한 대비를 이루어 공감각적으로 극대화되어 있다. 그래서 그림의 대상은 현실과 비현실이 오묘하게 뒤섞인 느낌이 든다. 이는 전통적인 문인화와 일맥상통하면서도 다른 것이다. 문인화는 골법용필((骨法用筆)의 서예적 선을 중시한다면 차규선의 그림은 색(色)을 두드러지게 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그림은 문인화 또는 동양적 회화기법들을 차용하면서도 현대의 색채표현들을 혼융하는 이른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롭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차규선은 전통적인 회화기법들을 자신의 그림세계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들을 오랫동안 해왔다. 한동안 질박한 분청사기의 매력에 빠져, 마치 분청사기의 회토와 같은 느낌의 소나무 연작들을 그리기도 했다. 빠른 손놀림으로 적당하게 젖어있는 질료들의 표면을 스치기도 하고 벗겨내기도 하며 아래에 숨죽여있는 내부의 물성(物性)들을 표면으로 도출시키는 작업들이 그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기계적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숙련한 필치와 본능적인 감각들로 채워왔다. 그러한 감각적인 기교들은 그의 작업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기반이다. 때문에 그가 다루지 않은 새로운 대상물이라 할지라도 위축되거나 머뭇거림이 없어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제주풍경도 물 흐르듯 유연하고 자신감이 충만하다. 그는 제주에서 한 해 동안 머무르며 작업했던 적이 있다. 새로운 대상에 적응하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차규선은 자기만의 기법으로 제주풍경들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자연의 대상물을 해체하고 재결합하는 과정들을 이미 터득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그의 그림은 구상의 경계를 뛰어넘어 추상화의 영역까지 탐색한다.
차규선의 최근작 가 그렇다.
는 불교 용어로 최고의 선(善) 혹은 경지를 일컫는 말이다. 고뇌와 번민을 벗어나 득도(得道)에 이르렀다는 말인데 작가 스스로도 현상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유미주의(唯美主義)적 감각의 세계로 향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흡사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잭슨폴록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연작(連作)들은 구체적인 대상물의 묘사에서 벗어나 평등한 세계관으로 진행하고 있다. 색채의 순수성, 질료의 물질성, 평면성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이른바 감각의 세계는 어쩌면 차규선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善)을 예측케 한다.


출처 - 기당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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