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앤제이플러스원
2018년 12월 13일 ~ 2018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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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강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추상적인 관념들과 쉽게 정의내리기 힘든 것들. 실제가 아닌 것들. 말과 생각과 우리의 일렁이는 감정들. 생경하고 불안한 그 언어들은 모두 불시착한 것이다. 그 모두는 실제가 아니라 어떠한 반응과 현상의 과정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질병의 언어 또한 모두 그 임의로 설정된 관념 위에 서 있다. 임상 심리학에서는 실제가 아닌 것들을 일종의 도식으로 붙잡아 두고 환자의 일생을 모두 읽을 수 있다는 양 군다. 그 과학성의 정당함과 신빙성은 모두 차치하더라도, 나의 생각이, 말이, 그리고 내가 느끼는 이 혼란이, 명증한 언어들로 대체될 수 있다는 믿음은 여전히 인간의 자기 위안적인 욕망이 어느 정도는 투영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엄연히 존재하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가장 명확한 도형으로 명료하게 그려진 도식은 때론 이미지 이상 혹은 이하의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한다.
작가의 관심은 언제나 형체가 없는 영역을 물질화 하는 데 있다. 그것이 그가 호르몬의 화학식과 그 다이어그램을 실체화하는데에 골몰하는 이유다. ‘당질 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이 활성화되면, 심장 박수나 맥박이 상승하며 땀이 나고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 반응은 표적기관에서 발현된, 우리에게 실제하는 것들이다. 작가는 이 과정을 설명하는 다이어그램을 공부하고 분석한 뒤, 드로잉을 거쳐 입체 오브제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성해낸다. 인지 도식은 형체를 획득한다. 하지만 여러 단계를 계속해서 경유하는 과정에서 도식의 명료함 이외의 것들이 덧붙여져 완성된 마지막 형체는 그 어떤 의미도 가리키지 않게 된다. 작가가 이 과정 자체를 반복 지속하는 것은 사실 병리 현상의 원인을 규명한다기보단 그 불시착한 언어들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에 가깝다. '무엇이 우리에게 스트레스 호르몬을 유발하느냐'에 대한 답은 영원히 주관적인 사적 영역으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자와 철사, 점토와 종이 따위로 이루어진 작가의 작품을 만났을 때, ‘실체가 있는 사물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오랜 믿음은 오히려 더 쉽게 흔들린다. 그 이유는 애초에 작가가 모티브로 삼은 처음부터가 실제로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작가가 구조화하고자 하는 감정은 언어화할수 없는 것이며, 그 매체를 이미지로 경유한다는 것 또한 미끄러짐을 반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질병의 현상은 과학을 통해 도식이 되고 단순해지며 견고해지는 듯 하지만, 이를 경유하는 이미지는 더욱 연약하고 취약해지며, 더 아슬아슬해진다.
결국 다시 말하면 그 작업은 오브제의 완성보다는, 그 미끄러지는 과정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된다. 견고함과 취약함, 실제가 아닌 것과 강한 것, 형체가 있는 것과 사라지고 있는 것, 이러한 어긋남은 오히려 그 작품을 오래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작가의, 작품의 불안감은 우리에게 쉽게 전이되고 그 불안감의 실제는 영원히 미결로 남는다. 그 취약함은 취약함의 무의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락하고 있는 운동 속에서 그 약함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도식에서 계속해서 미끄러지는 우리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것이 미결로 남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기획: 박시내
협력: 박미주
그래픽 디자인: 이재환
전시 협력: 알에이티프로젝트
출처: 원앤제이플러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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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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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13: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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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휴관
휴관: 월요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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