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016년 6월 14일 ~ 2016년 8월 7일
“꿈을 꾼다. 선명한 총천연색이 무서워 거칠게 헐떡거리는 심장을 움켜쥐고 깨어나선 새벽을 기다린다. 그 새벽과 함께 커피를 끓여 마시며 나 혼자의 아침 향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곤 종일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릴 때에 한해서 나는 행복하다.”
- 천경자, 『탱고가 흐르는 황혼』(세종문고, 1995)
추상미술이 주도하던 근대 한국화단에서 자신만의 형상화 양식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대표적인 여성작가이자 미술계의 큰 별 천경자(1924~2015)는 지난 2015년 8월 6일,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던 미지의 세계로 영원히 그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작품이 흩어지지 않고 영원히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지 아래, 작가는 1998년 분신처럼 아끼던 주요 작품 93점과 전작품의 저작권을 서울시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 《천경자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는 작고 1주기에 맞추어 작가의 화업을 기리고자 마련된 전시로, 서울시 기증 작품 전체와 함께 개인 콜렉터들의 주요 소장품을 작가의 글, 사진, 기사, 삽화, 영상 등의 아카이브와 함께 선보인다. 전시의 부제는, 작가의 저서 『자유로운 여자』(집현전, 1979)에 등장하는 문장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 어디서 일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바람들—그 위에 人生이 떠있는지도 모른다.”에서 인용한 것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매 순간 솔직하게 마주했던 작가 특유의 시적 감성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전시는 인생, 여행, 환상, 그리고 아카이브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인생’에서는 1941년 작가가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작업했던 학생시절의 작품부터 6.25 전쟁 직후 사회적, 개인적 혼란의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그렸던 <생태>(1951)를 지나 <고>(1974),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 <막은 내리고>(1989)와 같은 천경자의 대표적인 자화상과 여인상 작업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여행‘에서는 1970-80년대 당시 ‘여행풍물화’라고 불렸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는 대부분 작가가 아프리카, 유럽, 남미, 인도, 미국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영감을 받아 그려낸 밀도 높은 풍경화와 크로키들로, 꽃과 여인을 주소재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는 천경자의 또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작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환상’은 <초혼>(1965), <백야>(1966)와 같이 몽환적인 색채와 강한 필치가 담겨 있는 1960년대의 작품들과 함께 미완성 작품인 <환상 여행>(1995) 등을 선보임으로써 천경자가 상상했던 미지의 세계와 내세에 대한 관념을 만나볼 수 있는 섹션이다. 특히 <환상 여행>(1995)에서는 지우고 덧칠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던 작가의 치열한 작업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천경자는 완성에 이르면 꿈이 없어지는 것이기에, 진행형을 의미하는 “미완성의 인생”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녀가 멈추지 않고 좇았던 꿈과 환상, 그리고 고통 속에서 항상 새로운 작품을 그려내고자 했던 창작 의지를 마주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도 도전과 치유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The 22nd Page of My Sad Legend, 1977, Color on paper, 43.5×36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Collection of SeMA
스물 두 살, 결혼 후 첫 딸을 낳고 겪은 작가의 고달픔을 배경으로 한 자화상으로, 어두운 색감 속에서도 화관 대신 뱀을 머리에 두른 여인의 모습에서 결연한 생의 의지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천경자의 가장 주요한 모티프인 여인, 꽃, 뱀이 모두 등장하는 작품으로, 질곡이 많았던 세월의 회한을 지님과 동시에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성숙함까지도 느껴지는 천경자의 대표작이다.

천경자, 생태 Life Form, 1951, Color on paper, 51.5×87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Collection of SeMA
서른 다섯 마리의 뱀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한국화단에 천경자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며, 동시에 작가가 생전에 큰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다. 작가는 뱀을 스케치하기 위해 광주의 뱀집에 투명한 유리상자를 가져가 수십 마리의 독사와 꽃뱀을 넣고 얽히고설킨 뱀의 모습을 그렸다. 천경자는 뱀을 그릴수록 서글프고 깨끗해지는 자신을 발견했으며,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뱀들을 통해 스스로 구원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아버지와 동생 옥희의 죽음, 한국전쟁이 남기고 간 시대의 상처, 순탄치 못한 사랑 등으로부터 겪은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천경자, 아마존 이키토스 Iquitos, Amazon, 1979, Color on paper, 25×33.5cm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Collection of SeMA
이키토스는 아마존강 상류 열대 우림지역에 위치한 하항도시이다. 활력 넘치는 생선장수로 보이는 여인의 모습을 과감한 구도와 색채로 표현하였다. 이키토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염을 지닌 거대한 물고기가 화면 속에서 시선을 사로잡으며, 원근법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배치한 주변의 동식물들과 어울려 천경자 특유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천경자, 초원 Ⅱ Grassland Ⅱ, 1978, Color on paper, 104x129cm, 개인소장 Private Collection
살고 싶다는 집념 속에서 아프리카의 곳곳을 누볐던 작가는 이색적인 풍물들과 동식물들을 그렸다. 작품의 배경인 초원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떼를 지어 등장하고, 나신의 여인이 거대한 코끼리 위에 엎드려 있다. 천경자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여인은 자연에 완벽하게 동화된 듯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뮤지엄 나이트
일시 : 2016. 6. 21 (화) 8pm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2층 전시실 내
내용 : 큐레이터 전시 투어
전시 연계 강연
일시 : 2016. 6. 28 (화) 3-5pm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지하 1층, 세마홀
강연자 : 이태호(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일시 : 2016. 7. 15 – 8.5 중 10회
모집기간 : 2016. 6. 20 – 6. 27
세부정보 :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전시 연계 심포지엄
일시 : 2016. 8. 6 (토) 1-6pm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지하 1층, 세마홀
주최 및 주관 : 서울시립미술관
담당 큐레이터 : 조아라
출처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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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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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10:00 - 18:00
휴관: 월요일, 1월 1일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 밤 10시까지 연장 개관 /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