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1월 12일 ~ 2016년 1월 24일
천명주. 50*6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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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발 디딜 바닥이 사라지는 바람에 앨리스는 멈칫할 겨를도 없이 깊디깊은 구렁에 빠져버렸습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의 모험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진가 천명주는 자신의 사진 작업을 ‘앨리스의 모험’과 같다고 말한다. 난데없이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마주하며, 몸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면서 ‘이상한 나라’를 지나오는 여정처럼 신기한... 그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가 첫 눈길을 주었던 것이 화사한 꽃밭이었던 것처럼, 작가가 사진에 담은 첫 대상 역시 꽃들이었다.
천명주 작가의 꽃 사진들에는 우리가 흔히 ‘꽃사진’이라고 부를 때 떠올리는 상투성이 없다. 사진 속 꽃은 형태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마치 흔들린 형상같이 일렁인다. 꽃잎이 겹겹이 중첩되어 보이기도 하고 잎사귀에 빗금이 처진 모양이기도 하다. 꽃이 이렇게 보이는 까닭은 최대한 카메라를 고정해서 느린 속도로 찍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카메라에 상이 맺히는 동안 꽃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국으로 남겨진 것이다.
작가는 긴 셔터 스피드를 통해 인간의 시력으로 보지 못하는 꽃의 움직임을 담고 싶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뒤에 가려진 아름다움의 유한성, 주변의 공기와 빛, 바람까지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하길 원했다. 그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꽃 주변에 앉아 꽃의 시간을 멈춰진 사진 한 장에 담았다.
사계절의 꽃을 기록하는 작업이 끝나갈 무렵, 앨리스가 문득 꿈에서 깨어 이상한 나라에서 나온 것처럼 천명주 작가도 불현듯 인생의 다른 시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건강악화로 더 이상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만, 앨리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작가는 ‘꼬마 숙녀’가 아니라 이미 ‘원숙한 어른’이기에 모험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꽃의 시간을 기록했듯이 이제 사진기를 들고 촬영 할 수 없는 한계 안에서 자신의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거창하고 큰 고화질의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핸드폰 카메라를 사용하여 일기처럼 말하는 사진을 찍은 것이다. 꽃 사진이 이미지 자체와 표현에 치중한 작업이었다면, 일상 사진은 내용에 중점을 둔 사진으로 변화했다. 대상과 방법은 다르지만 두 작업 모두가 ‘천명주’라는 한 사람을 관통한 것으로, 그들이 한 데 모여 <앨리스의 정원 55>가 되었다.
이번 전시는 류가헌이 강원도 평창 다수리갤러리와 연을 맺고 여는 네 번째 교류전으로서, 1월 12일부터 이주간 이어진다.

천명주. 30*4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4

천명주. 50*6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천명주. 30*4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2

천명주. 30*4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3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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