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이주헌
2015년 6월 13일 ~ 2015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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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상가 건물에 자리 잡은, 작은 스튜디오를 겸한 집에서 최두수 작가를 만났다. 홍대 앞 번화가 한가운데라 행인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휘황한 카페 골목을 건너야 한다. 친분 있는 화가들의 소품이 걸린 벽을 등지고 그는 문래동에서 시작한 새 작업과 젊은 작가들과의 만남, 그리고 리처드 롱에 대한 오랜 애정을 이야기했다. 다만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어렵기만 하다고 한숨을 쉬었는데 이내 미술가의 일이란 늘 그렇다고 웃었다. 거리의 소음이 어느새 잦아들었는지 식탁에 놓인 컵 속에서 손톱 끝만 한 송사리가 천천히 헤엄치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영국에서 돌아온 후 그의 실험적 설치 작업이 참조해온 풍부한 어휘는 여러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제까지 최두수의 작업에서 유행과 소비문화 등 도회적 모티브만을 읽어내는 것만큼 커다란 오해는 없다. 흔하디흔한 소주잔에서 솟아오른 시멘트 산을 보라. 이 영민한 작가의 야심은 언제나 티끌 같은 도시 문명 너머 자연에 대한 상상력을 겨냥했고 <산 자르기>, <드라마-크고 밝은 노란 태양 아래>, <유혹적인 바람> 같은 예전 개인전 타이틀에서도 현대적 일상성에 대비된 자연의 존재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집요하게 시멘트를 재료로 활용해온 작업 경향은 미니멀리즘에 대한 유럽적 반성과 모색으로서 아르테 포베라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미니멀리즘이 형태와 공간의 순수한 본질만을 남겨두기 위해 모든 것을 제거하고자 시도할 때, 인간의 태곳적 욕망과 자연에 대한 상상력은 제거될 수 없음을 깨달은 아르테 포베라 작가들은 나뭇가지와 바위, 시멘트 등 ‘가난’한 재료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던 것이다.
개인전이 열릴 한옥을 찾았을 때 골목에 얼기설기 만들어진 화단과 고물 무더기를 가리키며 그는 말했다. “저것들을 어떻게 당해요? 못 이겨요.” 마당으로 길을 끌어들이고 처마로 하늘을 담는 한옥은 그에게 나무와 돌로 이루어진 오브제 자체인 셈이다. 예정된 실패의 운명이라 해도 미술가는 묵묵히 소임을 다한다. 문래동 공단에서 가져온 연마기가 불꽃을 튀기며 솥단지를 갈고 시멘트와 나뭇가지로 엮은 둥지가 새집이 된다. 외로 꼰 금줄 작업은 오른쪽의 합리적 세계에 가려져 있던 신령한 왼쪽 세계를 불러들인다. 의미와 의미 이전의 혼돈, 도시 문명과 자연, 일상과 꿈을 소주잔으로 말듯 모호한 중간점을 만들어내는 게 그의 소임이다. 마치 낮도 밤도 아닌, 어스름 속에서 개가 늑대로 변하는 걸 보는 이처럼.
강상훈(스페이스 오뉴월 공동대표)
출처 - 오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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