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Gallery
2026년 8월 19일 ~ 2026년 9월 30일
그림의 세계는 2차원의 화면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현실의 가시적·비가시적 이미지가 교차하는 순간의 흔적이기도 하다. 최윤희가 그의 그림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작가가 언급했듯이 자신의 감각으로 경험하는 세계를 담은 현재에 대한 기록이다. 지갤러리 G Gallery와 피코 PCO, 두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번 개인전 《중력을 잊은 형상들 Presences Adrift》에서는 2024년 《Tuning In》의 대형 회화 세 점, <통로에 서 있는 시간> 연작 이후부터 2026년 현재까지 종이 위 수채 드로잉부터 벽화와 캔버스에 유화를 오가며 이어지는 작가의 변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작가의 신체 크기에 준하는 캔버스 크기부터 그에 비례해서 축소나 확대된 작은 수채 드로잉 <몸의 지형> 연작과 벽화에 가까운 대형 그림까지 포함한 40여 점의 이번 신작들은, 종이 위에 수채 드로잉들을 기점으로 맺고 풀어짐이 맑아지고 짙어지는 흐름과 함께 펼쳐진다. 수채 물감이 물에 풀어지고 맺히면서 만들어진 구멍과 얇은 선들, 물감의 번짐으로 생긴 막과 같은 옅은 면은 마치 원소처럼 최윤희 그림의 중심이 되어 포털처럼 다른 공간으로 뻗어 나가는 통로가 된다. 수채화에서 보이는 구멍과 물감의 흔적은 캔버스로 옮겨져 기름으로 희석되어 묽어진 유화 물감으로 얇은 선과 문지르며 흡수시킨 번짐의 반복이 만든 면으로 퍼져 나간다. 이번 전시는 수채 드로잉과 벽화에 가까운 캔버스에 자유롭게 풀어짐을 실험한 작업을 피코 PCO에서, 얇은 막이 겹겹이 쌓여 견고하게 맺혀 있으나 중첩된 얇은 막과 같은 표면으로 구현된 캔버스 작업은 지갤러리에서 이원화하여 선보인다.
최윤희의 작업은 시작과 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지된 순간부터 흘러가며 맺음과 풀림이 반복되는 과정으로, 평론가 이은주가 ‘회화의 인터페이스, 안과 밖의 경로’에서 언급했던 ‘경로’와 공간을 단서 삼아 그간 그림 속 이미지들이 어떤 경로로 가고 있는지 볼 수 있다. 2024년 이전에는 파편화된 감각, 혹은 감각을 파편화시켜 재구성하여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에 더 가까웠다면, 이제는 단절된 순간의 이어붙임이 아닌 흩어져 있던 지류들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수렴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그 흐름이 일원화되었다는 의미가 아닌, 과거에는 연결된 지점이 점선 같았다면, 이제는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선명한 이어짐을 확인시켜 준다. 작가가 물감을 화면에 바르고 흡수시키고 문지르는 반복된 행위의 과정은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으나, 혈관처럼 신체 내부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은 점차 그 영역을 여러 겹의 면으로 확장시켜 내외부 공간의 경계를 흐리며 넓고도 깊게 파고든다.
최윤희에게 그림은 자신을 대변하는 신체이면서도 자신과 대면하는 일종의 거울이기도 하다. 그는 작업에 대해 살아남은 신체 기관이나 목소리가 남은 신체의 풍경이라고 언급하며 그림에 담긴 보이지 않는 긴 체화의 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물감을 캔버스에 얹고 문지르고 흡수시키는 행위로 만들어진 옅지만 여러 층의 막은 쌓이면서 마치 반투명의 거대하고 견고한 지층이 되기도 하고 여러 겹의 부드러운 천의 장막으로 변모한다. 그러면서도 그림은 문지르고 연마하는 과정을 통해 매끄러운 질감을 가진 표면으로 평평하게 압축된다. (작가노트 각주) 지금 작가는 자신이 서 있는 곳과 그가 보고 있는 공간을 의식하면서 ‘보고 있다’는 느낌에 더 닿아 있다. 이전의 응시는 자신의 감각과 흔적의 여운을 추적하며 그것의 큰 지형도를 그리며 바라보는 것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내외부의 경계가 더 이상 막연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 신작에서는 공간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지만 전체를 가늠해보려 하는 공간감을 보여주었던 전작들과 달리, 그 미지의 공간 속 일부가 확대되거나 어느 한 지점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 감지된다.
그림은 관객이 작가의 세계와 만나는 접점이 되는 표면으로, 통로이자 구멍이 된다. 최윤희의 수채 드로잉의 작고 검은 구멍은 캔버스 사각의 화면 자체가 검은 구멍이 되기도 하여 자연스럽게 통로이자 막다른 공간으로 작동한다. 또한 고정된 방향성을 제시하기 보다는 중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이미지를 만들어 어디로든 그림으로 진입 가능한 통로를 다져 나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멍 주변의 풍경은, 구멍을 중심으로 모든 방향이 열려 있을 수밖에 없으며, 비어 있기도 하면서 채워져 있기도 한, 그래서 고정되지 않은 공간인 것이다. 전작에서는 구멍 바깥이나 혹은 구멍 안쪽에서 바라본 공간의 풍경이었기 때문에 구멍이 내 앞이나 뒤에 위치해 있어 사실 작가는 그 자체를 언급하거나 드러낼 필요성을 못느꼈을 수 있을 것이다. 작년(2025년) 가을부터 수채 드로잉을 시작하며 그 ‘구멍’을 그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이제는 구멍의 진입로에 서 있다는 의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4년 작품에 ‘통로에 서 있는 시간’이라는 제목 또한 그 당시 그림의 경로에 대한 무의식적 인지였을 수 있다. 내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방향은 결정된다. 그렇지만 위치에 대한 감각이 상실되었을 때, 온전하게 내 안의 공간을 살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강박적 탐색은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감각을 상실하게도 만들지만, 그럼으로써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제목을 빌어, 한번 매듭을 짓고, 동서남북을 골라 천천히 열어가봐야 할 것이다. (<동서남북 고르기>(2026), <매듭의 자리>(2026), <천천히 열기>(2026))
참여작가: 최윤희
전시 기획 · 글: 맹지영 (독립 큐레이터)
장소: G Gallery, PCO
출처: G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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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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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10:00 - 18:00
목요일 10:00 - 18:00
금요일 10:00 - 18:00
토요일 휴관
일요일 휴관
휴관: 토요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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