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터테인
2018년 9월 7일 ~ 2018년 10월 2일
오브제의 불편한 진실
오브제는 물체 그 자체이기도 하고, 욕망을 대변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에는 많은 부분 정신적인 것들이 반영된다. 정신적인 것들은 주로 그 대상을 통해 겪었던 경험의 기억들이다. 그 기억들이 투영되는 순간, 그 오브제는 더 이상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물체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그 무엇이 된다. 우리가 저 대상을 통해 기억을 떠올렸는지, 아니면 저 대상이 우리에게 그 기억을 떠오르게 했는지. 그때부터 오브제와 나의 관계는 서로 기억과 사고를 소통하고 공유하는 동체가 된다. 나와 오브제 사이의 거리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그 때 그 공유하는 기억이 흐릿하거나, 어둡거나, 너무 깊이가 있게 된다면 매우 불편해 질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기억은 늘 또렷하지 않았다.
최은숙 작가는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집단의 강요를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표현해 왔다. 집단의 강요는 대부분 집단의 권력구조를 위한 획일화의 강요였다. 그 권력의 구조와 강요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작가는 강하지도, 그렇다고 명료하지도 않은 덤덤한 패턴으로 치유하고 때로 위로하는 작업을 해 왔다. 그 덤덤한 패턴은 늘, 그의 기억 속에 켜켜이 쌓여왔던 시간들을 반영하고 있다. 그 기억 속의 오브제들은 항상 아름다웠거나 무엇인가 집단의 위계를 드러내는 것들이었다. 부와 명예의 바탕에는 권력이 있다. 결국 작가가 어려서부터 보아왔던 사람들이 쫓고 있는 것들, 자신 역시 그들과 결코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기 반성의 결과로서 우리는 그의 회화를 이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은숙의 회화는 그의 기억 속에 잔존하는 획일화된 집단의 위계를 드러내는 오브제에 집중한다. 여유롭게 늘어지는 샹들리에, 하늘거리는 이중커튼, 화려하게 조각된 벽의 몰딩, 고풍스런 지붕이 있는 양옥집, 그 집에 걸린 유럽식 외등. 이 오브제들은 작가의 기억 속에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회화는 그 오브제들을 밝고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물감의 물성을 가능한 최소화하고, 오브제들간의 원근을 교란시킨다. 최은숙의 회화는 오브제를 재현하지만, 평면성을 극대화 함으로써 오브제 그 자체임을 주장한다.
다른 오브제는 말 그대로 집단의 권력과 위계를 상징하는 것들이었다면, 종이로 만들어진 실내등을 표현한 작품 ‘엉터리’는 오히려 그 반대적 입장이다. 작가는 언뜻 보기에 그럴싸하게 보였던 종이 실내등 역시 작가에겐 권력과 위계를 상징하는 오브제였었다. 하지만, 그 실내등이야말로 값싸게 구입할 수 있으면서 디자인적으로 그 싼티를 커버한 상징적인 오브제였다. 오히려 현대 소비사회의 허무함을 반영한다. 앞으로 이런 이중적 의미를 드러내는 오브제들도 작가의 작품에 상당한 영향을 가져 올 것 같기는 하다.
최은숙의 회화는 작품 자체를 대상으로 만든다. 그의 화면에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시점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일종의 트릭이 존재한다. 오브제를 줄곧 해오던 그의 회화 기법으로 최대한 덜 그리고 물성을 최소화한 것. 그 부분은 그의 기억 깊은 곳에 흐릿하게 저장된 오브제를 표현한 것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흐릿하게 재현된 화면 위에 전혀 다른 성질의 레이어가 하나 더 올라간다. 아이들의 낙서 같기도 하고, 정말 그 어떤 의도도 담기지 않은 무심한 선들이 그어진다. 해서 그의 화면은 두 개의 시선으로 나뉘게 된다. 마치 이것은 이 오브제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이것은 그림 그 자체임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듯 하다. 이로써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오브제가 지니는 온전한 내러티브를 중화시키게 된다. 오브제의 온전한 내러티브가 강조되는 순간 그의 오브제는 더 이상 작가의 사고와 경험을 담보하는 오브제가 아니다. 그것은 그냥 사물로 객관화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집단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부와 권력을 갈구하는 거친 시선들, 작가는 최대한 건조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싶어한다. 우리 역시, 그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작가의 시선처럼 가장 건조하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 글 임대식
출처 : 쌀롱아터테인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14:00 - 18:00
화요일 14:00 - 18:00
수요일 14:00 - 18:00
목요일 14:00 - 18:00
금요일 14:00 - 18:00
토요일 휴관
일요일 휴관
휴관: 토요일, 일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