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2022년 4월 23일 ~ 2022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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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카니발 가는 길>전은 우리가 가고 싶은 그곳을 ‘카니발’이 열리는 축제의 장소로 상정하고, 그곳에 이르고자 하는 현재를 ‘길(시간)’ 위에 얹혀 놓고자 했다. ‘카니발’이 열리는 그 장소에 도착할 수 있을지, 아니면 가는 길(시간) 위에서 서성이게 될 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카니발 가는 길>전의 참여작가인 심혜정, 비디오로즈, 성지연, 손이숙은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적 컨텍스트를 통해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을 못가게 되거나, 축제가 열리지 못하는 일상을 예견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터키문화관광부(Turkish Ministry of Culture and Tourism)에 따르면 신석기 시대 유적 중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되는 유산인 괴베클리테페(Göbeklitepe,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56만 7,453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터키 괴베클리테페는 12000년 전 지어진 인류 최초의 신전으로 이집트 피라미드보다 7100년, 영국 스톤헨지보다 6100년 앞선 시기의 유산이다. 괴베클리테페는 이집트 피라미드보다 7100년, 영국 스톤헨지보다 6100년 앞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최대 5.5m 높이에 달하는 T자형 거석 기둥에 새겨진 동물 모티브를 통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T자형 거석은 인간을 형상화한 것이고, 출토되는 유물조사를 통해 춤추고 술 마시는 축제의 장소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코로나시국을 탈출해 12000년 축제의 장소를 찾아간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닫혀있는 ‘지금’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3년을 향해 달려가는 팬데믹 상황은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했지만, 여행이나 축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번 전시 <카니발 가는 길>전이 열리는 전시장은 지금 떠나지 못하지만 언제가는 닿고 싶은 ‘괴베클리테페’의 대체장소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것은 ‘카니발’이 열리지만 들어가지 못하는 팬스 앞에 세워둘 것이다.
심혜정의 무빙이미지 <카니발>은 프랑스 니스의 축제를 보여주지만, 관람객은 축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심혜정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보다는 축제장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이 이미지는 최근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는 우리의 상황과 오버랩된다. 물론 축제장 밖에 놓여 있는 사람들과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이유로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그 사람들, 바깥에 놓인 사람들의 위치에서 ‘축제’를 바라본다. 아주 멋진 축제의 장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결국 맨 마지막 장면까지 전개된 후에야 축제의 장면을 훔쳐볼 수 있다. 팬스 밖에 놓인 이들은 비싼 입장료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귀띔한다.
중국 고대 사서인 『위지』「동이전」의 기록에 의하면 “해마다 10월이면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데, 이때에는 밤낮으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논다. 이것을 무천(舞天)”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축제의 기원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춤출 무, 하늘천, 춤추는 하늘이라 꽤 낭만적인 이름이자, 우리가 하늘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명칭이기도 하다.
서양의 축제를 카니발이라고 부르든, 우리의 축제를 무천이라고 부르든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점점 종교와 이데올로기에 의해 변화되어 온 사실은 같다.
비디오로즈는 음악과 미디어아트, 사운드를 통해 고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일종의 통로로서의 역할을 한다. 밤이 되면 신성한 정원에서 춤을 추는 마법사와 ‘달’을 소환함으로써 축제의 기원은 어땠을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성지연의 골드풍선과 하얀 풍선을 부는 사람, 관찰자 세 이미지는 하나의 모뉴먼츠로 설치된다. 각각의 이미지는 삼각형으로 하나의 커다란 형태를 이루지만 만나지 못한다. 팬데믹 시대에 금지된 카니발처럼 열망하지만, 닿지 못하는 지금 우리 시대의 모뉴먼츠로 인식된다.
또 다른 작품 캔들을 든 여인은 모든 축제가 멈춘 시대에 다시 촛불을 켜는 여인으로 등장해 우리에게 잃어버렸던 ‘축제’ 속으로, 앞으로 이어질 축제 속으로 안내한다.
손이숙은 <박꽃 피는 여우난골>은 1936년에 발표된 백석의 시 ‘여우난골족’을 오마주한 아트앤크래프트 프로젝트다. 빈티지한 가정집으로 들어가는 듯한 공간 안에 아트북, 사진, 텍스트를 활용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백석 시 ‘여우난골족’은 설날 풍경을 다루고 있다. 손이숙은 1936년 이 시가 발표되던 시기의 문화적 상징을 그 당시 신문과 잡지에서 추출한 아카이브를 통해 재배치한 아트북을 선보인다. 한지에 콜라주한 사진과 ‘여우난골족’을 찾아가는 듯한 ‘초상사진’을 통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따라 다른 세계로 들어가듯이 우리를 100여년 전으로 안내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상상하기도 벅찬 ‘괴베클리테페’의 시공간을 지나 우리의 축제 ‘설날’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가는 길 위엔 작가들이 풍선을 들고 기꺼이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다.
원래 축제는 ‘모두 함께’ 즐기는 것이었다. 심혜정의 팬스 앞에서 망설이지 말자. 전시장을 부유하는 금빛 풍선은 부유하듯 매달려 있지만, 분명한 이정표 역할을 해줄 것이다. 마침내 설날을 축제처럼 즐길 줄 알았던 진짜 ‘우리’ 를 만날 것이다.
참여작가: 심혜정, 비디오로즈, 성지연, 손이숙
기획: 천수림
진행: 정소영 객원큐레이터
협력: 멜팅포트
포스터 디자인: 그레이스윤
주최: 언주라운드
출처: 언주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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