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
2026년 8월 28일 ~ 2026년 10월 17일
리만머핀은 프랑스, 알제리 출신 작가 카데르 아티아의 신작 개인전 《Irreparable Repairs:되돌리지 않는 수리》를 개최한다. 지난 20여 년간 작가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상처와 수리(injury and repair)'라는 개념을 탐구해 왔다. 그의 작업은 사회와 개인이 역사적 트라우마의 흔적을 어떻게 몸에 새기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상처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 어떻게 '수리'되는지 고찰한다. 이러한 개념은 식민주의의 역사와 개인적 트라우마, 집단 기억을 관통하는 은유로 작동하며 아티아 작업 세계의 핵심을 이룬다.
아티아는 서울 첫 개인전 《Irreparable Repairs:되돌리지 않는 수리》에서 이러한 작업의 근간을 확장하여, 최근 집중하고 있는 ‘파편과 집결(fragmentation and gathering)’의 개념을 비롯해 샤머니즘, 신비주의, 그리고 기억의 흔적이 개인과 집단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In Minor Keys》, 뉴욕현대미술관의 《Architects of Liberation: Modernism in Western Africa》, 브루클린 미술관의 《Breaking the Mold: Brooklyn Museum at 200》에 참여하는 시기에 맞춰 개최되며, 2027년 코치-무지리스 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서의 활동을 앞두고 열리는 중요한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아티아의 대표 연작인 〈거울들 Mirrors〉 시리즈의 캔버스 작품 세 점을 선보인다. '수리'라는 주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연작에서 작가는 먼저 캔버스 표면을 칼로 절개한 뒤, 이를 손으로 다시 꿰매어 봉합한다. 절개 부위에는 촘촘한 실로 이어 붙인 흔적이 그대로 남아 하나의 '흉터'를 형성한다. 아티아는 매우 정교한 바느질 기법을 사용하지만, 그 봉합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감추지 않는다. 손상이 없었던 것처럼 가장하거나 복원을 통해 상처가 사라졌다고 말하기보다, 상처와 복원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드러난 복원은 상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회복의 가능성과 인간의 회복력을 증명하는 행위가 된다.
이와 더불어 선명한 색채의 유리로 주조한 비닐봉지 조각 두 점이 공개된다. 이는 2025년부터 이어온 연작의 일부로, 아티아가 근 20년간 탐구해 온 '비어 있음의 신화와 시(Myths and Poetry of Emptiness)'와 일시적이고 덧없는 사물(ephemeral objects)에 대한 관심을 확장한 작업이다. 마트, 약국, 시장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유리라는 영속적인 재료로 구현함으로써, 작가는 본질적으로 일시적인 사물을 시간 속에 고정시키고 조각의 예술적 지위로 전환한다. 소비사회에서 비닐봉지는 과잉 소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대상이자 끊임없이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버리려 하는 역설적 존재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단순한 소비사회의 은유를 넘어, 공허함과 덧없음, 그리고 사라지는 순간을 붙잡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거울은 오랫동안 아티아 작업에서 핵심적인 재료이자 중요한 개념적 장치로 기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흔의 거울(wounded mirrors)> 세 점과 더불어, 현재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이고 있는 《Whispers of Traces》의 연장선에 있는 거울 로프 조각 신작이 함께 소개된다. <상흔의 거울>은 주차장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볼록거울을 절개하여 매끄러운 표면에 인위적인 상처를 남긴 작품이다. 관람자는 거울 앞에 다가설수록 둥글게 왜곡된 자신의 모습과 상처로 인해 분절된 이미지를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아티아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의 정신 속에 남아 있는 흉터가 과거의 경험을 증명하는 흔적이자 표식임을 제시한다. 거울 속에는 우리의 모습뿐 아니라 역사적 상처와 왜곡을 품은 세계 역시 함께 비춰진다. 그 상처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 말이다.
아티아 작업에서 거울은 오래전부터 추상화와 파편화를 위한 장치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거울과 가면 Mirrors and Masks〉 연작에서는 전통 아프리카 가면 복제품 위에 수많은 거울 조각을 부착하여 관람자의 모습을 여러 조각으로 분절시킨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이 단일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자아와 정체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무한한 존재임을 제안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거울 로프 조각에서도 이러한 파편화의 개념은 더욱 확장된다. 작품은 주변 환경 전체를 반사하며 공간을 수많은 시점으로 분산시키고 굴절시키며 시각적으로 매혹적인 이 장치는 동시에 우리가 객관적 현실이라 믿는 세계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현실은 서로 다른 역사와 경험, 과거의 사건과 미래의 가능성이 중첩되어 형성된 복합적인 구성체임을 시사한다.
《Irreparable Repairs:되돌리지 않는 수리》는 아티아의 최근 작업을 중심으로 그의 주요 조형 언어와 지속적인 연구, 그리고 현재의 관심사를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자리이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질문과 새로운 탐구가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오늘날 아티아의 작업 세계를 가장 밀도 있게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참여작가: 카데르 아티아 Kader Attia
출처: 리만머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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