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프로젝트 서울
2023년 9월 7일 ~ 2023년 11월 12일
키얀 윌리엄스, <Between Starshine and Clay>, 2023. 흙과 사암 조각, 와이어, 철, 305 x 244 x 244 cm
키얀 윌리엄스(b. 1991, 미국)는 국내 첫 개인전 ≪Between Starshine and Clay; 별빛과 진흙 사이≫에서 전시 제목과 동명의 조각 설치 작업을 집중 선보인다. 흙과 사암조각, 와이어 등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작년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에서 일찍이 선보였던 바 있다. 불그스름한 빛으로 가득한 전시장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중앙에는 허공에 매달린 여러 형태의 돌 조각들이 보인다. 작품 바로 아래 설치된 둥근 거울은 고요한 연못의 수면처럼 매끄럽고 그 주위는 흙으로 덮여 있다. 마치 유적 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것 같은 조각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의 손 등 인간 신체의 일부를 암시하는 부분이 보인다. 실제 작가의 신체를 본 떠 만들어진 이 작품은 본디 하나였던 물체가 산산조각이 난 그 순간, 혹은 산산조각이 난 이후 다시 합쳐져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그 과정을 표현한다. 이처럼 <Between Starshine and Clay>(2022)는 완전한 하나의 형상을 띠고 있지 않은 채 추상과 구상 그 사이에 머무른다.
윌리엄스는 권력과 정체성의 지배적 서사를 해체하기 위해 전통적 역사에 도전하는 작업을 펼쳐 왔다. 작가는 일상적 재료를 사용해 그 의미를 재정립하고, 물질과 재료에 깃든 상징적 의미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 중에서도 흙은 사회 구성원들의 신체와 그들이 발 딛고 선 대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국가적 정체성, 역사를 탐구할 때 주로 사용된다. 특히 흑인의 역사와 관련해 지역적이고 상징적인 맥락에서 갖는 공동체적 의미를 상기시킨다. 이 작품은 허공을 떠다니는 일시적인 빛과 단단한 흙을 사용해 마치 화산 폭발이나 별의 폭발 같은 파괴와 탄생이라는 장엄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 전시는 ‘손상된’ 신체와 고고학적 유적이라는 개념에 집중하고 역사의 물질적 흔적에 대한 강조를 거부한다. 이 때 이 두 개념들은 해체와 과거가 아닌, ‘재생에 대한 가능성’을 암시한다. 윌리엄스는 파괴와 재생이라는 두 가지 개념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본인의 작품이 둘 중 하나만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가 서로 얽혀 있음을 일깨운다. 파괴는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이자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 이 땅의 역사는 ‘쌓아 올리고, 무너뜨리고, 다시 쌓아 올리는’ 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시대를 만들었다. 시대의 흐름을 거치며 수없이 반복된 파괴와 재생은 본래의 의미를 전혀 다르게 바꾸거나 새로운 의미의 층을 추가한다. 이 전시는 바로 그 점을 짚어내며 언뜻 보기에 절대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굳어져 있는 역사나 개념 같은 것들이 실은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 답은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다.
참여작가: 키얀 윌리엄스 Kiyan WILLIAMS
출처: 페레스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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