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한옥
2015년 7월 22일 ~ 2015년 7월 27일
김수진 <억지로 꿰어낸 산수-인왕제색도> 천, 석채_60×48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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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 청록산수 예찬
금기로부터 자유로운 청록(靑綠)은 수용의 색이다. 빨강색 이름, 검정 상복처럼 접근금지구역이 거의 없다. 청록의 친밀함은 잠시 고개를 들어 무성해진 여름날의 플라타너스를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근접 경험이 가능하다. 그날그날의 날씨마다 푸름의 정도는 다르지만, 색에 대해 고민해온 동양의 산수화가들에게 청록은 산수의 정취를 담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명칭 중에 하나다. 인공물보다 자연물을 아껴왔던 동양인의 눈에서 푸르른 나무와 강은 가장 빈번히 마주하는 일상의 색깔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한복판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휴가지의 바닷가에서 바닷물을 내려다보자. 푸르다. 그리고 난 후, 360도 회전하며 주변을 돌아보면 한그루의 나무 정도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푸르다. 차이나는 푸름을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산수는 푸르고 푸름은 자연스럽다. 푸름에 대한 잔상과 색감은 담백하고 간결한 기억 같다. 태양빛이 지구 대기층에 닿아 산란될 때, 청색 계열은 가장 넓게 퍼져나가면서 우리의 눈에 하늘색으로 되비친다. 이 푸른 청색 빛이 초록 나무에 얹히면, 말 그대로 청록 빛을 띠게 된다. 산수를 채색하는 화가들이 청록산수를 즐겨 그렸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청록산수화가 중국의 수나라 시절부터 당나라를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되었지만, 오랜 쉼표나 마침표를 찍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은 이 같은 자연에 대한 이해와 교감이 자리한다. 그래서 청록산수화는 동양화에서 오래된 미래이자 미래의 오늘이다.
청록산수화는 금벽(金碧)산수화라고도 불리는데, 금(금)은 노랑이나 빨강 계열을, 벽은 청록 계열의 색을 합쳐서 부르는 명칭이다. 그러나 차츰 금벽보다 거의 청록산수화란 명칭을 즐겨 사용하게 되었고, 여기에는 황금 계열의 장식성 보다 청록의 자연성을 선호한 시대적 취향이 녹아들어 있다. 청록산수화의 신풍속도는 여전히 산수의 푸름에 대한 경외와 지속을 말할 것이다. 인류가 사라지고 난 후, 인류가 만든 모든 인공물들을 파헤치며 지구의 곳곳에 정박할 다음 생명체는 SF영화 속 외계종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초록 식물이다. 아스팔트 바닥을 뚫고 올라온 작은 식물처럼, 온 힘을 다해 싹을 틔우는 식물은 우리에 앞선 태초의 것이다. 신비한 힘으로 선행해온 자연을 채색할 때, 작가가 그 담백한 세상을 채색산수화로 그려낼 때, 그때 꺼내 쓰는 것이 청록이다. 그래서 청록에 대한 귀한 예찬은 태생적이다.
김수진, 김현철, 조풍류 작가가 이번 <태생적 청록산수 예찬>전에서 꺼내 놓은 청록 역시 청록산수화의 신풍속도를 예감한다. 친숙한 시선을 잡아매는 기존의 산수화풍을 재현하거나 차용하는 형태로 윤곽을 잡고 색감을 덧입힌 세 작가들은 오래된 청록에 윤기를 돋우는 작업으로 교감을 나눈다. 전통회화의 다양한 장르를 두루 시도해온 김수진 작가는 겸재 정선이나 김홍도가 그린 바위를 수고스런 바느질 수작업과 석채로 청록산수에 다가간다. 담백함을 채색의 진미로 불러내는 김현철 작가는 낙화암이나 제주의 명소를 아사천(캔버스 뒷면)에 지당(티타늄화이트)을 칠해 만든 바탕천에 수묵의 선명한 윤곽과 청록 색채의 담백한 조우를 담아낸다. 제주도를 무릉도원 삼아 기거 중인 조풍류 작가는 5배접 한지에 질감을 살린 석채로 한라산의 하늘과 맞닿은 오름에 깊은 청록의 맛을 살리고 있다. 짙고 옅은 청록산수화로의 외출 시간. / 김 정 현

조풍류 <한라산> 5배접 한지, 호분, 석채_34×53cm_2015

김수진 <억지로 꿰어낸 산수-작자 미상의 산2> 천, 석채, 바느질_35×28cm_2015

김현철 < 청령포> 아사천에 수묵진채_38×45.5cm_2015
출처 - 갤러리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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