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5년 11월 25일 ~ 2016년 6월 30일
지난 이십 여 년 간, 독일 출신의 아티스트이자 음악가인 카스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노련한 합성과 그의 특징이기도 한 금욕적인 미니멀리즘을 통해 시청각적 재현의 경계를 넓혀왔다. 예컨대, 그의 설치 작품인 <유니> 연작은 프로젝션을 일렬로 길게 늘임으로써 끝이 없는 듯한 공간을 창출한다. 연작을 이루는 <유니브이알에스 / 유니스코프 버전>(2010), <유니디스플레이>(2012), <유니컬러>(2014)는 모두 화면의 양 끝에 거울을 설치하여 그 가장자리를 감추고 이미지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이중 <유니디스플레이>는 벡터로 만든 단색 이미지들의 추상 문법에 주목하고, <유니컬러>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작품의 저해상도 버전과도 같이 냉정하게 주파수 범위를 오가며 단계적인 색 변화를 반복한다.
니콜라이의 끝없는 수평선이 비물질적인 이미지가 평면에 생명을 불어넣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면, 이미지와 물질을 연금술적으로 재통합하는 사례 또한 전시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창조적 콜렉티브인 아트+콤(ART+COM)의 작품 <미래의 모습>(2008)은 약 10 년 전 뮌헨에 위치한 BMW 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 작업은 최신형의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714개의 강철 구를 격자 형태로 천정에 매단 후 그것들을 움직여 공간 상에 유선형의 생동감 있는 곡선을 만들어낸 키네틱 조각이다. <미래의 모습>에서 선보였던 감각적이고 명료한 추상으로 인해 아트+콤은 일련의 키네틱 조각 제작 의뢰를 받았고, 이후 조명과 재료의 사용법을 다듬어 나갔다. 그리고 그 정점은 (2015)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공중에 매달린 5개의 원반이 정교하게 움직이며 적색, 청색, 녹색의 조명을 바닥으로 반사한다. 아이슬란드 작곡가 올라퍼 아르날즈(Ólafur Arnalds)가 만든 음악에 맞춰 원반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한 방향으로는 RGB 반사가 발생하고 다른 쪽으로는 CMYK반사가 일어나 전시 공간 안에 빛의 그림자를 만든다. 은 색의 더하기와 빼기에 대한 변화무쌍한 명상이며, 이때 반사는 니콜라이의 <유니디스플레이>의 경우처럼 그 효과를 배가시키는 힘의 승수로 작용한다.
랩[오]의 작품 (2013)은 색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대해 과 유사하게 정교한 접근법을 취하면서도 문자 그대로 ‘직각으로 교차하는’ 방식을 시도한다. 브뤼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튜디오인 랩[오]는 3.5 미터 직경의 알루미늄 고리로 구성한 <시그널투노이즈>(2012)와 같은 작업들을 통해 알고리즘에 입각한 키네틱 조각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관람자가 작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그널투노이즈>가 건축적인 반면, 타일, 모터, 빛의 조합으로 만든 는 작품의 밖에서 이를 감상한다는 점에서 더 분명하게 관조적인 특성을 갖는다. 작품을 구성하는 각각의 사각형 판들은 체스판 모양의 격자 위에서 선형 모터에 의해 움직이며 무작위적으로 확장하고 수축한다. 아트+콤의 기계 안무와 마찬가지로 순수 RGB조명을 사용하지만, 에서 그러한 빛의 그림자는 단색의 형태에 미묘한 색채를 띠는 모서리와 선 등을 만들어내며 키네틱 조각 안에서만 나타난다.
실질적인 움직임을 통해 형태에 변화를 준 과 다르게, 서울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듀오 김치앤칩스의 <483개의 선들>(2015)은 빛을 사용해 정적인 오브제를 움직이는 듯이 보이도록 만드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한다. 김치앤칩스는 빛과 물리 법칙뿐만 아니라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터득하고자 노력하며 그 결과를 다수의 오목거울을 배열하고 빛을 투사하여 이를 활성화하는 설치 작품 <빛의 장벽>(2014-) 등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ACT 페스티벌을 위해 김치앤칩스는 NTSC 방송 표준을 회상하면서, 16 미터 길이의 483개의 선들을 수평으로 고정하고 그 이미지를 여러 번 겹쳐서 깊이감을 부여한 투사막을 만들어낸다. 백색의 투사광이 실을 비추며 나타나는 기이한 모습은 아날로그 텔레비전 스크린의 혼선 현상과 닮아 있고, 스크린을 가로지르는 빛의 파장과 입자들은 점멸하는 패턴을 만든다. 작품은 은은하게 퍼지는 빛, 기하학적 형태의 게임들, 실을 사용한 아날로그 미디어의 재구성이 연주하는 교향악과 같다. 아트+콤, 랩[오], 그리고 김치앤칩스는 빛과 물질 그리고 움직임을 통합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보여준다.
동시대의 이미지 합성 방식은 그 결과물이 엄격한 예술적 의도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센서를 사용함으로써 아티스트들은 작업 전체를 제어하는 것을 (부분적으로) 포기하고, 입력 데이터, 혹은 어떠한 힘으로 하여금 그들의 작업 방향을 결정하도록 만들 수 있다. 랄프 베커(Ralf Baecker)의 <신기루>(2014)는 정교한 광학 투사 장치로서, 지구 자기장을 측정하고 그 요동치는 신호를 다양한 ‘환영’으로 나타낸다. 작품의 최종 이미지들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48개의 머슬 와이어 행위자를 통해 해석된 것이며, 이들이 조정하는 거울에서 나온 가늘고 붉은 레이저 광선은 벽을 향해 부드럽게 진동하는 빛을 비추며 반사된다.
한편, 이미지의 생성과 자동화에 대한 이러한 혁신은 보다 전통적인 재현 패러다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지난 15년 간, 스위스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유르그 레흐니(Jürg Lehni)는 시각적 표현의 근본적인 방식인 드로잉과 글쓰기를 기계 행위로 분석해왔다. 2008년에 알렉스 리치(Alex Rich)와 협업한 <빈말>은 개조한 비닐 커터와 특별 제작한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이용하여 연속적인 획이 아닌 구멍들의 단정한 선을 통해 글씨체를 만들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작성하는 작업이다. 레흐니가 제작한 벽에 고정하는 드로잉 기계 중 가장 최근작인 <오토>(2015)는 예술과 디자인의 역사에서 아티스트가 선택한(그리고 해석한) 사건과 비평적인 사고들을 체계적으로 스케치한다. 교육학이자 퍼포먼스이기도 한 <오토>는 각각 분필, 펠트 마커, 에어로졸 캔을 이용한 드로잉 기계인 <빅터>(2006), <리타>(2005), <헥터>(2002)의 뒤를 이으며 인간의 표현과 꼭 같지는 않지만 꽤 근접하게 스타일러스를 가지고 드로잉을 한다. 글쓰기와 드로잉의 반복적인 작업은 대부분의 기술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몸짓과 창조적 표현에 내재한 탈신체화(disembodiment)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확실한 개념과 오래된 매체는 단지 기법의 측면에서 도입되기도 한다. 오래된 것과 새 것을 끊임없이 결합시키는 재미있는 전략으로 잘 알려진 일본인 아티스트 듀오 엑소네모가 지난날의 테크놀로지가 지닌 아우라에 의지하는 이유는 더 큰 화두를 제기하기 위해서이다. 2014년에 제작한 <바디 페인트> 연작은 색을 입힌 스크린과 인간의 몸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단색의 광경으로, 초상사진의 유산을 활용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일상적인 LCD 디스플레이와 인간의 육체는 포스트-디지털이라는 주제를 위해 프레임 안으로 재매개된다.
일본인 아티스트 노부히로 나카니시(Nobuhiro Nakanishi) 또한 엑소네모와 유사하게 관람자의 방향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그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정적인 광경을 저속 촬영한 사진들을 투명한 틀에 끼운 후 공중에 일렬로 띄움으로써 풍경과 동영상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무효화하는 일이다. 영화의 셀룰로이드 필름을 연상시키며 2차원 이미지를 3차원으로 확장한 <레이어 드로잉 – 촉각적 하늘>(2013)은 순간의 조각적인 연속체이자 집적을 통한 추상화이다. 다시 한번, 이미지는 순간적이고 쉽게 사라져 버릴 듯한 불신의 상태로 공중에 매달려 있다.
각각의 설치 작품들은 다양한 층위에서 일상적인 것들을 자극하는 ‘방해물’을 구성한다. ‘새로운 만들기’가 지니고 있는 창조적인 잠재력의 영역 전체가 명확해지는 만큼 우리의 오염된 지각과 연약한 준거틀도 분명해진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실존하는 것처럼 보일 때, 즉 우리가 새로운 디지털을 경험할 때, 우리는 그것이 단순히 변화하고 진보하고 성숙해지는 테크놀로지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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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0:00 - 18:00
수요일 10:00 - 20:00
목요일 10:00 - 18:00
금요일 10:00 - 18:00
토요일 10:00 - 20:00
일요일 10:00 - 18:00
휴관: 월요일, 1월 1일
관람료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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