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 SPACE2
2026년 9월 2일 ~ 2026년 9월 13일
2008년 7월 이후 일반의 접근이 끊긴 금강산을 가상 관광 서비스의 형식으로 재구성한 시각예술가 이정의 VR 기반 설치 프로젝트 《팬텀 마운틴 Phantom Mountain》이 2026년 9월 2일(수)부터 9월 13일(일)까지 서울 마포구 WWWSPACE2(마포구 월드컵로 163-5, 1층)에서 열린다.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한다.
《팬텀 마운틴》이 택한 형식은 전시가 아니라 관광이다. 관객은 30분 길이의 VR 프로그램 안에서 출입 절차를 통과하고, 절경을 관람하고, 공연을 보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실제 금강산 관광이 따랐던 순서를 그대로 빌려온 구조다. 프로젝트는 스스로를 ‘금강산을 위한 가상 관광 서비스’라고 부른다.
전시의 웹사이트(phantom.dothome.co.kr)는 2008년 7월 11일을 ‘마지막 출발(Last Departure)’로 표기하고, 그날로부터 지난 날짜를 실시간으로 세고 있다. 전시가 개막하는 9월 2일 기준으로 6,627일째다. 한때 남한의 일반 시민이 버스를 타고 북한의 산에 다녀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18년이 지난 지금 거의 거짓말처럼 들린다. 《팬텀 마운틴》은 바로 그 ‘거짓말 같은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 전시는 시각 예술가 이정과 기획자 이혜원이 합을 맞춘 두 번째 프로젝트다. 두 사람은 2025년 《DMZ에 땅을 사는 사람들》에서 처음 협업했다. 앞선 프로젝트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땅인 DMZ 일대의 토지가 실제로 사고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출발했다. 가 본 적 없는 땅에 소유권이 설정되고 가격이 매겨지는 현상, 즉 접근 불가능한 장소가 부동산이라는 형식으로 유통되는 방식을 다뤘다. 《팬텀 마운틴》은 같은 대상을 다른 경로로 다시 묻는다. 닿을 수 없는 땅이 거래되는 통화가 이번에는 기억이다. DMZ가 소유의 문제였다면 금강산은 기억의 문제이며, 두 프로젝트는 ‘한반도에서 갈 수 없는 땅은 어떤 형태로 계속 값이 매겨지고 유통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을 공유한다. 이혜원의 기획과 이정의 작업이 이어지는 연작으로 읽힐 수 있는 이유다.
두 번째 축은 세대다. 북한은 어떤 세대에게 실체였고, 어떤 세대에게는 점점 픽션이 되어간다. 이전 세대에게 북한은 실향과 전쟁, 이산가족이라는 구체적인 경험의 대상이었다. 반면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 북한은 직접 경험한 적 없는 장소이며, 뉴스와 교과서, 영화와 게임, 온라인 이미지를 통해 접근되는 대상이다. 기억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기억, 즉 포스트메모리를 통해 형성된 북한이다. 이정은 그 전환 위에 서 있는 작가다. 《Korean Ghost》(2022), 《Kishin: The Generation of Postmemory》(2023), 《Casper》(2025)로 이어진 작업은 부재하는 장소와 인물, 물려받은 기억이 오늘날 어떻게 지속되는지를 다뤄왔다. 《팬텀 마운틴》에서 작가는 실제 역사인 금강산 관광을 의도적으로 가상의 영역으로 옮겨놓는다. 복원이 아니라 픽션화가 이 작업의 방법이다.
VR은 그 방법을 증폭하는 매체로 선택됐다. VR은 실재하지 않는 장소를 신체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기술이며, 관객은 헤드셋을 쓰는 순간 가 본 적 없는 곳을 다녀온 사람이 된다. 경험하지 않은 것이 경험으로 등록되는 이 구조는, 북한이 픽션화되어가는 과정과 정확히 겹친다. 전시는 그 겹침을 문제로 삼되 해소하지 않는다.
세 번째 축은 금강산이라는 이름 위에 쌓인 이야기의 층위다. 이 산에는 역사와 신화, 소문과 후회, 경제적 기대가 함께 얹혀 있다. 전시가 수집한 자료에는 검증된 사실과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가 함께 있다. 금강산에서 만난 남한 관광객과 북한 안내원 사이의 관계, 관광이 중단되면서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 커플에 대한 이야기는 확인된 기록이라기보다 오래 떠돌아온 소문에 가깝다. 그러나 이 소문들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금강산을 기억하는 방식의 일부가 되었다. 금강산에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왔다는 팔선녀 설화, 관광객이 남긴 기념사진, 1920년대부터 이어진 신문 기사,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와 사업의 계산까지가 한 장소 위에 겹쳐 있다. 그래서 《팬텀 마운틴》이 만들어내는 것은 산이라기보다 극장에 가깝다. 역사와 신화, 소문과 기억, 후회와 미래에 대한 투사, 그리고 경제적 기대가 동시에 상연되는 가상의 무대다. 다만 이 극장에는 관객만 있고 배우가 없다.
전시의 토대는 리서치다. 우리가 ‘금강산’이라고 부를 때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작가는 사람들에게 직접 물었다. 이정은 금강산 관광객, 관광 사업 종사자, 탈북민, 연구자들을 인터뷰했고, 금강산에 가 본 적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설문을 진행했다. 이렇게 드러난 것은 하나의 금강산이 아니라 복수의 금강산이었다. 누군가에게 금강산은 실제로 다녀온 관광지였고, 누군가에게는 고향의 풍경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평생 가보지 못한 상상의 장소였다. 설문 응답에는 ‘가상의 산’, ‘이념의 덧칠’, ‘밟을 수 없는 땅’, ‘아늑한 그리움’처럼 서로 겹치지 않는 문장들이 나란히 놓인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응답도 있었고, 그 침묵 역시 응답으로 기록됐다.
《팬텀 마운틴》은 분단이라는 현 상황에 의해 접근이 차단된 장소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기도 하다. 실향과 통일의 언어로 금강산을 회고하는 대신, 관광이라는 산업적 형식과 그것이 남긴 기록, 떠도는 소문과 신화, 그리고 가보지 못한 세대의 상상까지를 같은 층위에 놓는다. 닿을 수 없는 장소가 부동산으로, 데이터로, 이름과 이미지로 계속 유통되는 상황은 금강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시는 분단이라는 구조를 새로운 각도에서 사유하고 그 너머를 상상하는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시는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 현장 방문하여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전시 홈페이지(https://phantom.dothome.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최·주관: 이정 Lijung
기획: 이혜원 Lee Hyewon
촬영감독: 정순영 Jung Soonyoung
음악·퍼포먼스: 노은실 Noh Eunsil
디자인: 정발산 Jeongbalsan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https://phantom.dot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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