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미술관
2024년 9월 7일 ~ 2024년 9월 29일
아트-메티스 art-metis 그룹 전시 《프리즘: 빛의 탐색》이라는 주제 하에 한국과 프랑스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아트-메티스는 프랑스에 기반을 둔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예술인 협회입니다. 예술가가 창작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접하게 되는 실용적 지혜와 기술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메티스 Metis’, 그 개념에서 출발한 ‘아트-메티스’는 다채로운 문화를 가진 예술가들을 하나로 묶는 문화적 혼합이며 예술적 나눔입니다.
여기, 피부처럼 숨 쉬는 그림, 부유하는 돌의 노래, 흔들리는 그림자, 나노 풍경, 고요한 음악, 소리의 고독, 모래 언덕에 있는 생명의 흔적, 펼쳐진 얼굴, 임박한 홍수, 수직으로 바뀐 지평선, 사랑스러운 바람의 속삭임, 화산 해변을 소개합니다. 아트-메티스 작가들의 빛, 색상, 진동에 대한 다양하고 섬세한 해석이 여러분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길 바랍니다.
정희정, Déplacement F-1 전이 F-1
정희정은 여리고 금방 사라지고 마는 것들‚ 잔재만 남은 흔적과 여백에서 감동을 받습니다. 작가는 하늘처럼 항상 변화하는 것을 포착하여 픽셀화합니다. 매끈한 판 위에 투명한 천을 놓고 사이언 Cyan‚ 마젠타 Magenta‚ 노랑 Yellow을 면봉에 묻혀서 한 점 한 점 찍어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기와 말리기를 반복하며 점을 찍어 완성한 색으로 가득한 화지를 떼어냅니다. 그림 표면 뒤에 숨겨진 흔적이 드러나고‚ 표피 같은 그림에는 시간과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반원 세라믹으로 구성한 설치 작업, Réflection 연작에서 우리는 빛의 여러 성질인 직진성‚ 반사‚ 굴절‚ 분산‚ 산란‚ 편광 등을 고스란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과 그림자‚ 빛의 강도와 색의 변화가 감지되고‚ 작가의 섬세하고 치밀한 설치 작업에 깊이를 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색의 깊이와 투명성을 탐구합니다.
이영인, L’existence 존재
이영인의 L’existence 는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재발견한 결과물입니다. 작가는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의 증인으로 시간의 흔적을 켜켜이 간직한 돌을 관찰하며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실물보다 더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의 돌 그림은 현실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그림자조차 중력의 힘을 거스르는 착각과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에어브러시를 사용하여 물감이 공기 중에 분사되어 얇게 입혀지게 함으로써 무거운 돌에 한층 더 가벼움을 부여합니다. 작은 자갈을 모델로 삼아 광학 시스템으로는 기술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이상화된 가벼움을 작품에 구현하였습니다. 작가는 미세한 관점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시선을 이동시키고‚ 일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영인은 극사실주의적 화풍을 완벽하게 차용하면서도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회화적 행위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윤혜성, L’ombre portée-Trace 그림자-흔적
L’ombre portée-Trace에서 윤혜성은 시간의 간격을 두고 아틀리에 안팎에 드리워진 다양한 그림자의 움직임을 캔버스 위에 여러 겹의 레이어로 중첩시킵니다. 그로 인해 시간의 흐름과 빛의 변화가 그대로 그림자의 흔적으로 남습니다. 중첩된 레이어들은 시간이 만들어낸 공간감을 표현함과 동시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화면과 보는 이 사이의 공간감을 표현합니다. 그림 위의 수많은 선은 가랑비나 빗줄기가 수직선으로 흐르는 듯한 질감으로 표현되어 미묘한 색으로 반짝입니다.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해 얻은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자 흔적을 통해 덧없음과 가벼움을 표현합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에 새로운 회화적 물질성을 부여한 이 작품은 세상을 관찰하며 의미를 발견하는 예술가의 본질에서 비롯된 시각적 표현이며‚ 빛이 그린 드로잉입니다.
정선혜, Nanoscape 나노스케이프
정선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야채‚ 과일‚ 식물 등의 선‚ 형‚ 색의 조형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빛에 따라 변화하는 생물의 형태와 깊이‚ 살과 피부의 질감을 관찰한 Nanoscape는 버섯 이미지와 스캐닝 전자 현미경으로 측정한 이미지를 결합한 상상의 3D 풍경입니다. 작가는 각기 다른 동그란 형태의 버섯과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구리의 나노 입자 이미지를 세밀화하고 극대화하여 정교한 이미지를 만듭니다. 이 이미지는 다른 3D 디지털 작업과 융합하여 눈에 보이지 않던 나노 크기의 세부를 확대하여 드러냅니다. 이러한 스케일의 대비를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그녀의 ‘조용한 자연’은 풍경 속 세부 디테일을 발견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고송화, Les Ondes 파동
서예‚ 회화‚ 판화 등을 오랜 시간 수련한 고송화는 ‘파동’의 모든 민감한 특성을 탐구합니다. 빛을 발산하는 수많은 선의 변화에 매료된 작가는 뾰족한 바늘로 두껍게 칠해진 유화의 색상을 밀어내며 홈을 파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 섬세하고 단련된 반복의 과정은 작가의 정신적인 본질을 담아내며 무한한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자유를 느끼게 합니다. 바늘의 에칭은 그림의 레이어를 새기고 나아가 마치 이 ‘고요한 음악’을 찾기 위해 다이아몬드처럼 다채로운 톤을 전개합니다. 동심원의 중심에 새겨진 빛은 미묘한 색상의 스펙트럼으로 빛납니다. 이 섬세한 부조는 빛과 함께 움직이며‚ 회화적 진동이나 무한한 음악적 공명을 전개하는 그림의 선입니다.
곽수영, Voyage Immobile 부동의 여행
Voyage Immobile에서 곽수영은 빛을 찾기 위해 어두운 층위를 벗깁니다. 이를 위하여 작가는 대성당 내부를 단순화합니다. 그는 성당의 수많은 기둥이 만들어 낸 장엄한 직선과 달리, 자유롭게 긁히고 얽히고설킨 곡선으로 가벼움을 표현합니다. 이 과정에서 긁힌 물감은 자연스럽게 그림에 남아 풍부한 질감으로 공간을 채우며‚ 어둠을 긁어낸 공간에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빛이 스며듭니다. 능수능란한 작가의 제스처는 한없이 자유로운 한 편의 현대무용을 연상시킵니다. 감춤과 드러남 사이에 리듬이 생기고 명암이 발생합니다. 어둡고 고요한 성당의 ‘소리 없는 고독’은 침묵을 강요하는 신비로운 빛으로 발현됩니다.
오세견, Souffle 숨;결
오세견은 인류학자 소피아 카라티니 Sophie Caratini 의 발자취를 따라 사하라 사막으로 갑니다. 소피아 카라티니는 사하라 사막을 ‘하늘과 땅, 해와 달, 빛과 그림자, 남과 여 등 모든 상반되는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녹아 흐르는 땅’으로 표현했습니다. 시공간의 정의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작업을 이어왔던 작가에게는 답을 찾는 모험이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하늘에서 조감하던 모래 언덕에서 일순간 언덕 아래 우묵한 곳으로 내려갔을 때, 상하좌우가 구분되지 않는 공간 속에서 작가는 빛의 웅덩이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이기에 입자로서의 빛이 공간에 고여 있는 느낌이었고, 그 안에 잠긴 듯한 느낌을 포착한 작품입니다. 광활한 사막의 지표면과 기복을 탐색하는 작가의 시선에는 원근법이 소멸해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사하라 사구 위 유목민의 흔적과 바람의 흔적, 그리고 시공간의 흔적을 뒤섞습니다.
부가르 미셸-마리, Pop-up Portraits 팝업 포트레이트
연 아티스트이기도 한 부가르 미셸-마리는 창작 과정에서 오랜 연구와 숙고를 통해 작품을 단순화하며, 이 단순함을 통해 자연 속에서 가볍고 거대한 설치 미술을 선보이며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합니다. 개인적인 미니멀리즘 원칙에 따라 늘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해 대형 설치 작업을 하거나 책상에 놓인 여느 종이로 빛과 그림자의 유희를 만들어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종이의 미세한 주름, 빛의 부채. 작품을 만나면 종이 안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접힌 하얀 종이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놀다가 팝업으로 나타납니다.
동그래진 눈,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화장기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나타나죠.
놀라지 말고 마주해 보세요! - 부가르 미셸-마리 BOUGARD Michel-Marie
호베, Noto-Chords 노토 협곡
약 5백만 년 전 잔클리안 시대 Zanclean Epoch, 대서양의 물이 메말라 있었던 지중해에 흘러들어 지브롤터 해협의 장애물을 밀어내고 지중해 분지를 빠르게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었고, 3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이 지질학적 변화로 인해 지중해의 물이 시칠리아의 노토 협곡으로 유입되었습니다. 호베는 이 장면을 대홍수의 유체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냅니다. 또한, 연구 과정에서 음악을 작곡하면서 Noto-chords라는 작품이 탄생합니다. 전시된 작업은 작품의 과정 중 일부이며, 해양 연구를 바탕으로 지구의 고도나 깊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표현한 디지털 표고 모델 Digital Elevation Model(DEM)과 시각적 유체 시뮬레이션, 그리고 웨이브 테이블 Wavetable 등의 음악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풍경을 시각적이고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김시내, Composition M-11
분주한 일상을 뒤로하고 김시내는 해변에 누워서 바다를 바라봅니다. 누워서 바다를 본 작가의 관점 그대로의 앵글은 수평선을 수직화하며 전혀 다른 새로운 지평을 드러냅니다. 작가의 시선은 강한 파도에 출렁이는 배 위에서 잔잔한 해변의 모래사장으로 우리를 순간 이동시킵니다. “내가 보는 풍경이나 사물에서 추상화를 그리게 된다”는 작가의 생각은 우리에게 단순하지만 대반전을 시도하도록 합니다. 삐딱하게, 옆 또는 거꾸로 보는 수평선을 통하여,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미지의 세계, 끝나지 않는 세계에 대한 작가의 동경을 드러내며 현실과 또 다른 관점으로 다르게 보는 시각적 경험을 제시합니다.
조민상, Les Amoureux 관계
조민상의 Les Amoureux 는 연인 간의 내밀한 교감을 표현한 빛 조각 작품입니다. 두 연인이 춤추는 장면을 담은 이 조각 시리즈는 춤의 연속성을 보여줍니다. 조민상은 3D 디지털 인쇄 기술을 기반으로 독창성을 발휘하고, 최신 재료를 빼어난 수작업으로 마무리하여 상상력이 녹아든 작품을 만듭니다. 작가는 치밀하게 분석하고 계산하며 빛을 정교하게 다루어,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부드러운 곡선에 스며든 빛이 반사되고 굴절되면서 명암과 질감이 드러나는 것은 그가 내면에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탐색하고자 하는 의도를 반영합니다. 프리즘이 빛 속에 숨겨진 다양한 스펙트럼을 찾아내 보여주듯, 작가의 작품은 물성 내면에 감춰진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여주는 빛을 의미합니다.
피보탈, Cradle.S
제주도 검은 바위 해안을 디지털 트윈한 Cradle.S는 친구의 죽음을 추모하며 만든 인터랙티브 작품입니다. 춥고 긴 겨울을 지나 봄바람이 피부를 스치면 깊은 감정의 눈물이 흐릅니다. 이어 부드러운 바람, 밀물과 썰물이 잔잔히 흐르는 물가에 해초가 물방개와 함께 춤을 춥니다. 과학과 공학을 이용하는 피보탈은 CREATIVE DIRECTOR 유재헌, MEDIA ART DIRECTOR 장수호, TECHNICAL DIRECTOR 추봉길로 구성된 그룹으로 디지털 트윈 랜드스케이프와 인터랙티비티는 피보탈의 핵심적인 개념입니다. 이 작품은 파타피지크 Pataphysics의 원리와 최신 기술을 결합해 마술의 현대적인 비전을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원래의 바다, 땀과 눈물의 소금으로의 회귀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에 깊이 호소한다는 점에서 더욱 내면적인 작품입니다.
각 창작품은 새로운 모험의 시작입니다!
기획_정선혜
출처: 닻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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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월요일, 화요일
관람료 일반 5,000원 그 외 4,000원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무료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