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나비
2026년 6월 12일 ~ 2026년 8월 1일
아트센터 나비(관장 노소영)는 새 공간으로 이전 후 첫 전시인 《뜸: A Pregnant Pause》를 2026. 06. 11.(목)부터 2026. 08. 01.(토)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새 공간에서 개최한다.
2000년에 개관한 아트센터 나비는 한국 최초의 미디어아트 전문 기관으로서 지난 26년간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모색해 온 국내 미디어아트의 거점이다. 백남준, 박현기 등 한국 미디어아트의 선구자들과 협업한 개관 프로젝트 이래로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 공학·디자인·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남의 장을 마련해 왔으며, 2019년과 2025년에는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을 서울에 유치하며 국제적 위상을 다져왔다. 이번 새로운 공간에서의 첫 전시는 26년의 호흡을 한 매듭 짓고, 종로구 사간동에서 새로운 장(章)을 여는 자리이다.
새 공간은 건물 한 채 전체를 미술관 공간으로 운영하는 자립적 환경이다. 공간의 색깔과 운영을 모두 아트센터 나비가 주도하게 되면서, 디지털 미디어를 단순한 기술적 매개가 아니라 공간·시간·신체와 함께 호흡하는 매체로 다시 사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아트센터 나비는 이곳을 거점으로 기술과 자연, 예술과 도시 환경이 교차하는 미래의 문화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장을 펼쳐갈 예정이다.
새로운 공간에서의 첫 전시로 선보이는 《뜸: A Pregnant Pause》는 키네틱 설치 작가 한진수의 개인전이다. 무언가 즉각 생성되고, 결과가 먼저 도착하는 시대—과정은 생략되고 완성만이 유통되며, 기다림은 점점 낯선 감각이 되어가는 흐름을 거슬러, 한진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 머무는 일을 제안한다. 시간의 유예, 물리적 부유, 행위의 철회가 빚어내는 '뜸'의 시간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다. 작가가 제안하는 '뜸'의 시간은 보이지 않는 내부에서 무언가가 자라고 있는 시간, 잉태된 생명성의 시간이다.
이 '잉태된 생명성의 시간'은 새 공간에서 다시 출발하는 아트센터 나비의 순간과도 겹친다. 26년의 호흡을 한 매듭짓고 사간동에서 다시 문을 여는 지금은, 이미 어떤 새로운 장이 안으로부터 자라기 시작했으나 아직 그 형상을 다 드러내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므로 《뜸: A Pregnant Pause》는 단순히 재개관을 알리는 전시가 아니라, 아트센터 나비가 다음 챕터로 향하기 직전 발효시키고 있는 시간의 결을 작가의 언어로 표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밥이 뜸을 들이며 속까지 익어가듯, 안에서 움트는 것들은 언제나 드러나기 전 먼저 어둡고 고요한 곳에서 자신을 준비한다. 말이 되기 전의 침묵, 형상이 되기 전의 떨림, 결과가 되기 전의 미세한 움직임. 한진수의 작업은 바로 그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상태에 오래 머문다. 작가는 대상을 서둘러 규정하거나 완성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기계와 자연, 인공과 유기체 사이의 경계에서 그는 사물들이 스스로의 속도로 발효되고, 침전되고, 다시 숨 쉬도록 기다린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 '뜸'의 시간을 드러낸다. 무한한 붓질을 누적해 완성을 지연하는 〈그림형성기〉(2014/2023)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기보다, 호흡을 축적하는 것에 가깝다. 얕게 고인 흰 표면 위로 흔적을 만들고 지우는 설치 〈화이트 폰드〉(2007/2026)는 생성과 소멸이 같은 자리에서 반복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고정되지 않은 채 중심 없이 흩날리는 버블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의 꽃〉(2022/2026)은 피었는지 지고 있는지, 시작과 끝을 나누려는 우리의 성급한 판단을 유보하게 한다.
기계 장치의 미세한 진동, 수면 위의 느린 흔적, 누적된 붓질의 결이 새 공간 안에서 만나며,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뜸 들이는' 풍경으로 작동한다. 이 작품들에서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무언가가 자신을 축적하는 방식이고, 사라지는 흔적은 다시 숨 쉬는 표면의 호흡이다. 부유는 아직 착지하지 않은 가능성의 몸짓이며, 침묵은 무언가 태어나기 직전의 충만함이다.
《뜸: A Pregnant Pause》 앞에서 요구되는 태도는 해석보다 동조에 가깝다. 작품이 움직이는 속도로, 흔적이 번지고 사라지는 속도로, 꽃이 흔들리는 속도로 함께 머무는 것이다. 의미를 성급히 붙잡으려는 습관을 잠시 내려놓을 때, 관람객은 비로소 보이지 않는 변화의 시간을 감각하게 된다. 이 전시는 결과물을 보여주기보다, 결과가 되기 전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뜸: A Pregnant Pause》가 건네는 것은 멈춤의 미학이 아니라, 멈춤 속에 깃든 생명의 감각이다. 좀처럼 멈춰 서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시대에, 이 전시는 우리에게 잠시 기다려 보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이는 자리에서, 가장 깊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을지 모른다고. 완성 이전의 시간 속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26년의 시간을 매듭짓고 사간동의 새 공간에서 다시 문을 여는 이 자리는, 아직 그 형상을 다 드러내지 않은 다음 챕터가 안으로부터 자라나는 시간”이라며, “기계와 자연 사이에서 더디게 발효되는 시간을 탐구해 온 한진수 작가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잉태된 생명성'이야말로, 재개관의 이 순간에 가장 깊이 호응하는 언어”라고 밝혔다.
참여 작가: 한진수 Han Jinsu
기획·주최: 아트센터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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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0:00 - 18:00
수요일 10:00 - 18:00
목요일 10:00 - 18:00
금요일 10:00 - 18:00
토요일 11:00 - 17:00
일요일 휴관
휴관: 일요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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