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갤러리
2016년 12월 9일 ~ 2017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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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갤러리에서는 2016년 12월 9일부터 2017년 1월 8일까지 허수영(1984, 서울)의 개인전을 연다. 허수영은 요즈음 가장 주목 받는 신세대 작가다. 2013년 인사미술공간 개인전 이후 작업한 3년간의 결과물을 펼쳐 보이는 자리다. 최초 공개하는 <1년> 시리즈를 포함한 16점은 다양한 장르의 미술이 범람하는 시대에 정통 회화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허수영의 회화는 켜켜이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풍경화로 담고 있다. 작가는 최근 몇 년 동안 수 차례의 레지던시에 선정되어 도착, 정착, 떠남을 여러 번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짧은 정착의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법을 고심 끝에 찾아냈다. 레지던시 주변 풍경을 캔버스로 옮겨왔다. 레지던시 기간 동안 한 장소를 거의 매일 방문하여 그곳의 풍경을 한 폭의 캔버스 위에 겹쳐서 그렸다. 이렇게 축적된 시간의 풍경은 보는 사람에게 심오하고 중후한 느낌을 갖게 한다.
허수영은 떠오르는 신진 작가 사이에서도 특히 그림 잘 그리는 작가로 불린다. 기혜경 북서울 시립 미술관 운영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재직 당시 네이버 ‘헬로! 아티스트’에 주목해야 할 작가로 허수영을 추천하기도 했다. 2008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였고, 2010년 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자하미술관(2010), 인사미술공간(2013) 등에서 개인전, 금호미술관(2013, 2014), OCI 미술관(2014) 등에서 그룹전을 가졌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금호창작스튜디오,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등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자하미술관, 서울과학기술대학교미술관, OCI 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아카이브 등 국내 주요 미술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1세기 회화, 그리고 그 너머를 만날 수 있는 전시
회화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 플리니우스는 회화의 탄생을 ‘그림자’와 연관했다. 어느 여인이 먼 길을 떠나는 사랑하는 연인을 벽에 세워놓고 그림자의 윤곽을 따라 그린 것이 최초라는 것이다. 이태리 건축가 알베르티는 꽃으로 변신한 것으로 알려진 나르시스가 회화의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 자리에서 굶어 죽었는데 이렇게 물에 비친 모습을 영원히 소유하려는 욕망에서 회화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원본이 아닌 재현된 이미지를 위해 죽어야 했던 이 이야기는 회화의 위상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미술은 20세기 들어 큰 변화를 겪었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미술 재료와 표현 매체가 무한히 확장하였다. 대표적인 예로는 텔레비전을 통해 영상을 선보인 비디오 아트를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는 살아남았다. 이는 회화가 인간의 인식과 감각을 손으로 직접 구현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것이 디지털 정보로 환원, 비물질화되는 와중에서도 캔버스와 물감이라는 물질성으로 구체적인 것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영국 작가 그룹 YBa(young British artists)는 회화를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 회화 그룹 라이프치히 학파 등은 회화의 본연적인 행위 자체에 목적을 두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충격적인 주제로 경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닌 대상의 ‘순수함’ 그 자체를 강조한다. 또한, 회화 본질로의 회귀를 주장하며 그들 스스로를 아티스트가 아닌 페인터, 즉 화가로 표현한다.
허수영 작품의 대부분은 자연 풍경을 담고 있다. 그는 자연을 표현 주제로 처음 선택했던 이유를 “그것이 자유로운 붓질을 하며 필력을 드러내기에 가장 용이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철저히 회화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선택이었다. 하루 중 그림 그리는 일 이외의 다른 일을 딱히 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작품은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는 정통 회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계속될 정통 회화에 대한 미래의 가능성에도 믿음을 심어준다.
작품 세계: 시간성과 공간성을 합치시키는 새로운 조형어법을 이끄는 작품
허수영은 대학 생활 시작과 함께 곤충도감, 식물도감, 동물도감 등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자유롭게 필력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 주제로 자연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위 도감들은 자연을 그리는데 참고할 수 있는 선별된 고급 이미지들이 모아져 있는 책자였다. 작가는 하루, 그 도감들을 살펴보다 그 이미지들을 사용하여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그 결과 한 권의 책을 선정,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캔버스에 그리는 작업을 했다. 그것이 그의 첫 데뷔작 <한 권의 책 한 점의 그림>(2008)이자 현재까지 그의 작업 세계 밑바탕이 됐다.
작가는 2013년 들어 다수의 레지던시를 돌아다니며 마주하게 된 주변 풍경과 일상을 채록하는 <양산동>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는 레지던시에 입주 후 하나의 장소를 정하고 그곳을 집요하게 그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봄에는 앙상한 가지 위에 피어나는 싹들을 그렸다. 여름이 오면 봄의 풍경 위에 무성한 푸른 잎들을 그렸다. 가을이 되면 여름의 짙은 녹색들을 울긋불긋하게 덧칠하고, 겨울이 되면 그 위로 내리는 눈을 그렸다. 이렇게 사계절이 한 화면에 누적되면 비로소 그림이 끝났다. 이 시리즈가 발전하여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 되었다.
그는 2014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리서치트립에 지원, 선정되어 여행을 떠났다. 북미, 유럽 등 문명권의 여행에서 지루함을 느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를 여행지로 선택했다. 작가는 이 여행 이후 이전의 그림들을 꺼내어 다시 붓질들을 하기 시작했다. 메뚜기 떼의 습격과 밤하늘의 우주를 경험한 그는 대자연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다시 고찰하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의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이 단지 그 곳에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작가는 우리의 시각에 가려져 있는 것들을 가려져 있다고 해서 결코 무관심하게 지나쳐서는 안됨을 깨달았다.
그의 그림은 사실적 필치로 그려낸 장면의 중첩이자 반복이다. 이렇게 완성된 이미지는 추상화처럼 보이기도 하며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은 허수영은 회화의 기본인 원근법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수영은 원경과 근경의 모든 대상들을 동일한 강도로 그려낸다. 원경의 밑그림이 근경의 주제를 위해 희생하지 않으며 배경은 본래의 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렇게 기존의 마티에르와 색, 형상을 아우른 사물의 존재성과 그 존재성을 함의하는 시공간은 하나의 캔버스 위에 오롯이 담겨있다.

허수영, 강진01, 2013, 캔버스에 유채, 227x182cm

허수영, 숲08, 2016, 캔버스에 오일, 91x91cm

허수영, 정상, 2015, 캔버스에 오일, 60.5x45.5cm

허수영, 숲10, 2016, 캔버스에 오일, 248x436cm
출처 - 학고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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