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향재
2023년 8월 8일 ~ 2023년 8월 22일
전시 <마당 : Moving Trough Life>는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작가 허찬비가 느낀 존재의 모호함을 이야기한다. 2023년 8월 8일부터 8월 22일까지 공간 정향재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 허찬비는 연필을 이용한 소묘 작품과 출력된 디지털 이미지 작품으로 주제를 표현한다.
전시의 제목 <Moving Through Life>는 싱어송라이터인 Flash Flood Darlings(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의 노래 제목이며 영화 <꿈의 제인>의 OST이다. 직역하면 “삶을 통하여 움직이다” 혹은 “삶 내에서 이동하다”라는 의미이지만, “삶을 살아간다” 내지는 “삶의 어떤 순간을 지나간다”로 해석하는 게 더 어울릴 것이다.
“moving through life
nothing is real
time is dream
be mine be now” – moving through life 가사 중 일부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삶을 알 수 없다. 현재는 찰나이고 1초 전도 과거이다. 우리는 한순간도 가만히 머무르지 않고 변하고 있다. 모든 것이 변하고 지나간다면, 우리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삶은 무엇일까?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내가 지나온 길은 정말 존재했던 것이 맞을까?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허찬비의 작업에는 삶에 대한 작가의 질문과 답변이 담겨 있다. 허찬비는 사진과 소묘 두 매체를 이용하여 유한한 삶에서 느끼는 존재의 모호함을 이야기한다.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
허찬비가 느끼는 존재의 모호함은 인간으로 존재하기에 느끼는 정서와 닮았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주장한 존재론에서 인간은 한순간도 가만히 머물고 변하지 않을 수 없기에 불안하고 외롭다. 허찬비가 느끼는 외로움도 이와 유사하나 설명될 수 없는 개인적인 부분이 있다. 허찬비는 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이방인 같은 느낌을 ‘존재의 모호함’이라고 명명한다. 허찬비는 본인만이 정확히 느끼고 감지하는 감정을 탐구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허찬비는 본인의 작업을 ‘날 것’이라고 소개한다. 허찬비는 연필과 지우개, 종이, 한 대의 카메라, 한 개의 렌즈로만 작업을 진행하였다. 재료선정부터 작품을 완성하는 순간까지 작가는 작업에 아우라나 화려한 효과를 부여하는 것을 거부한다. 단순한 재료로 단순한 대상을 작품으로 옮긴다. 소박하고 단순한 장비와 재료로 만들어진 작업은 작가가 생각하는 삶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차분한 톤의 사진 작품과 소묘 작품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기교 부리지 않고, 단조롭고, 소박하다. 작품에는 작가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묻어있다.
허찬비의 사진은 눈에 띄는 대상을 촬영하지 않는다. 작가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순간을 간직하고 기록하려는 목적보다는 본인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함이다. 작가는 소박하고 특출날 것 없는 허름한 대상에 시선을 두고 있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을 법한 유한한 대상을 촬영하며 작가는 대상과 동질감을 느낀다. 셔터가 찰칵 소리를 내는 순간만큼은 카메라 화면에 담긴 이미지와 본인의 영혼이 일치한다고 느낀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대상과 본인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셔터가 소리를 내는 그 순간만큼은 자신 또한 세상에 명백히 존재시킨다.
허찬비의 연필 작업에는 본인의 사진 작업에서 느낀 ‘푼크툼’이 담겨 있다. ‘푼크툼’이란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에서 나오는 단어로 하나의 사진 안에서 나를 찌르는, 나에게 상처를 주는 우연을 말한다. ‘스투디움’이라는 용어와 함께 등장하는데 ‘스투디움’은 단순히 이목을 끄는 새로운 놀라움이며 좋아하는 마음이라면, 푼크툼는 그보다 깊게 사진을 사랑하게 되는 요소이다(저자는 후에 이 두 단어의 뜻과 쓰임을 번복하였으나 작가는 번복 이전의 개념을 회화에 적용하였다). 본인이 본인의 사진 작업에서 슬픔을 느꼈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어떤 이유는 명확하지만 어떤 이유는 결과물이 출력될 때까지도 알 수 없다. 무엇이 본인을 찌르고, 아프게 하고, 상처 주었는가? 이번 연필 작업은 그에 대한 답변이다. 종이 위에 연필을 긋는 행위를 반복하며 작가는 사진에서 자신의 마음을 꿰뚫는 무엇을 곱씹고, 재구성하고, 기억하며 본인의 존재를 세상에 한 번 더 각인시킨다. 단색의 그림에서 돋보이는 풍요로운 묘사는 초라한 대상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작가 및 기획 :허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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