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
2016년 7월 8일 ~ 2016년 8월 7일
자동차의 제왕 포드는 시카고 어느 도살장의 고기 운송방식에 착안해 획기적인 대량생산 시스템을 도입한다. 포드주의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1920년대부터의 도시변화를 분석하는 기반이 된다. “지구에서 가장 무정하고 인공적인 장소, 도시. 그 궁극의 해법은 도시를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도시를 떠남으로서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포드,1922) 인종주의자로 유명한 포드는 그의 자동차로 하여금 백인과 흑인이 각각 그들의 거주지를 찾아 도시를 떠나도록 돕는다. 이는 당시의 주택정책과 교묘히 맞물려 거주분리의 시작이 된다. 이렇게 거주지 즉 집의 본질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바슐라르는 오늘날 도시에서 ‘집’은 상실되어 단지 거주하는 ‘기계’의 의미만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집’이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최초의 세계라는 것이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공간, 가족 간에 사랑과 믿음을 나누고, 함께 모여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장소, 정신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곳. 다음 세대를 이어갈 자녀를 출산하고, 노인들이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 ‘집’ 은 사전적으로 이와 같이 정의된다. 이 정의에 따르면 하이데거의 말처럼 현대인은 정주성을 ‘상실’한 채 좌표 위를 떠도는 ‘홈리스’인 것이다.‘홈리스’는 집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숙인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하나의 상태를 말하는 형용사다. 하지만 집(물리적)을 상실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노숙임을 감안한다면 홈리스는 곧 노숙자인 셈이다. UN 에서는 홈리스를 집이 없거나, 옥외 또는 여인숙에서 잠을 자는 사람, 집이 있지만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그리고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까 집이 있어도 홈리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퀴블러 로스는 그녀의 연구서 <죽음과 죽어감>(1971)에서 불치병이라는 진단에 반응하는 다섯 단계를 제시했다.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고 부정하는 첫 단계를 시작으로 분노, 타협, 우울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없으니 준비라도 잘하자는 체념과 수용이 마지막 단계이다. 전시는 ‘집’과 ‘상실’ 사이에서 오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들을 퀴블러가 제시한 다섯 단계를 적용해 바라보고자 한다. 인간의 모든 고통은 혼자 조용히 집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고, 철학은 본래 집에 머무르기 위한 충동이라고 했다.

김해민, 옛날 옛적에 판문점(Once Upon a Time in Panmunjom), 싱글채널 비디오, 47분, 2013
1945년 해방이 되자 유완옥(당시25세)은 일본 징용으로 끌려갔다 고향 판문점으로 살아 돌아온다. 그리고 그는 고향 할아버지로부터 곧 전쟁이 닥치게 될 터이니 피난처를 찾아 고향을 떠나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해방 후 혼돈의 시기 젊은 유완옥은 고향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혼란스러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믿게 된다. 그리고 처와 자식을 버리고 십승지(정감록에 나오는10군데의 피난처)를 찾아 떠난다.

안민욱, 뭐 없는 것 네가지 ( Four Objects about -less), 가변설치, 2016
작가는 집이없는(Homeless)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단어에서 집(Home)을 빼고 남겨진 뭐 없는(-less/without) 의 상태를 조형적으로 시각화 한다. 전시장 입구 계단, 전시장 의자 등 구성요소에 투명한 판으로 제작한 형태를 덧붙여 기존의 특성을 변경해 나가며 ‘상실’을 경험 당하는 수동적 인간이 아닌 ‘상실’당하게 하는 주체가 되어 마치 놀이처럼 은유적으로 풀어나간다.


유목연, 노숙자깡통, 8.5x8.5x10.5cm, 혼합재료, 2016
노숙인들을 위한 깡통.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물건들로 잠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캔을 개봉하면 담배, 라이터, 작은 위스키, 현금 등이 들어있다. 현금 1200원은 소주 값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지만 막걸리를 사 마시고 남은 200원으로 구걸의 밑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구부러진 숟가락과 구걸문구를 적을 수 있는 연필 등도 있다. 전시기간 중 작가는 깡통제작을 위한 기금만련 활동을 진행한다. 미술관, 재단 등 공공기관의 담당자들과의 미팅을 통해 일정 금액의 후원을 끌어내고, 제작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원호, Looking for, 가변설치, 2016
주택분양을 위해 거리에 붙여지는 광고물의 형식을 취한 설치작업. 가치, 소유, 욕망, 잉여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공간으로 변모한 ‘집’에 대한 단상이다. 쉽게 잘라 갈 수 있도록 칼집이 난 광고물의 외양은 빠르고 간단하게 분할해 상품화하기 위한 격자형 도로망을 연상시킨다. 사각형으로 자른 토지는 측량하기도, 사고팔기도, 세금을 부과하기도 쉽다. ‘집’을 팔기 위한 광고물은 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주영, 층위의 균형잡기:집( Balancing Layers: Home)
현재 미국 뉴욕주 북동부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는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그리운 고향음식에 관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타국에서의 요리법이 새로운 재료들로 인해 얼마나 변했는지 그리고 낯선 주방용기들과 얼마나 불안정하게 요리를 하고 있는지에 관해. 작가에게 고향음식을 요리한다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동시에 주어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된다. 과거의 시간과 공간의 감정은 이렇게 지속된다.

조영주, 가정상실, 혼합매체, 2016
작가는 ‘집’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어릴 적 소문으로 나돌던 친구 엄마의 이야기, 먼 친척 아주머니의 이야기 등. 작가의 기억 속 그녀들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하지만 남편의 폭력, 외도 등에 못이겨 모두 어린 자식들을 뒤로 하고 집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작가는 자식을 버리고 간 모진 여자로 낙인 찍힌 그녀들의 가출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과 가정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Leah Borromeo(영국), Space not Spikes, 영상 설치, 2016
Leah Borromeo 와 그녀의 친구들은 노숙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스파이크 위에 간이 침대와 미니 책장을 만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런던, 뉴욕 등의 대도시 건물 입구부분-엄밀히 말하면 공공공간인-에 노숙자의 접근을 막기 위한 쇠 스파이크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노숙자들이 건물 주위에 진을 치고 머물면 그 건물의 부동산 가치가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실제 제작되었던 미니 침대와 책장 그리고 관련도서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Fabian Brusing(독일), PAY & SIT Private Bench, 영상, 1분, 2008
Fabian Brunsing이 2008년 디자인을 공부하던 학생시절에 제작한 작품이다. 뾰족한 쇠 스파이크가 설치된 의자에 0.5유로를 넣으면 스파이크가 사라지고 앉을 수 있게 된다. 얼마 후 사용 종료를 울리는 알람이 작동되면 스파이크가 올라온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남성은 서둘러 짐을 챙겨 자리를 뜬다. Fabian Brusing은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Klega(체코), The Future Looking at the Past, 가변설치, 2016
지금은 철거되어 사라진 인천시 남구 용현동은 예전에 지어진 주택들이 빈 채로 오랜기간 방치되어 있었다. 작가는 터전을 등지고 떠난 사람들이 버리고 간 허망한 공간의 모습과 이제 막 콘크리트 공사가 끝나 새 주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새 공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존재할 수 없는 두 공간의 모습을 함께 담아냈다. 어쩌면 그 두 공간의 모습은 하나의 모습으로, 과거이자 미래이고 미래이자 과거인 것 일수도 있다.

Van Bo Le-Menzel(독일), 1 SQM 하우스, 설치, 2012
이번 전시에서 1 SQM 하우스는 고백상자 (Confession Box) 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포스트잇과 메모도구를 구비해 하고 싶은 말,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말들을 적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1 SQM 하우스는 2012년 아모레퍼시픽의 후원으로 경기도 오산소재 어린이 도서관에 기부하면서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다.

Jaye Moon, 함께만드는 집(Hang Together) , 레고 설치, 2016
관객참여로 완성되는 진행형 건축적 설치 작품이다. 규격화된 레고는 수학적 법칙에 따라 형태가 만들어지지만, 그 형태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패턴을 창조해낸다. 대중의 참여에 따라 예측할 수 없게 되는 이러한 상황을 통해 작가는 우리의 삶을 바라본다. 예측할 수 없는 삶도 기본적으로 어떤 구조적 기반과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형성된다고 본다.

Sherman Ong(말레이시아, 싱가포르), The see will sing and wind will carry us, 영상설치, 13분, 2011
서남아시아 이주의 역사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가 어떻게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을 형성하는가에 대해 살핀다. 작품의 중앙에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짧은 영상에 독백과 대화가 진행된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고백은 허구적 설정으로 이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사실과 허구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서 말한다.

Daniela Ortiz(페루), 97 House Maids, 설치, 2010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97컷의 사진을 모았다. 사진은 주로 페루의 백인 엘리트 가족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주인공 주변 누군가 신체의 일부분이 드러난다. 그들의 피부는 사진 속 주인공들과 다른 유색인종의 피부다. 일체의 가감도 없는 수집된 사진은 백인 엘리트 주변에 존재하는 가정부, 노동자들이 어떻게 그 공간에서 배제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Sim Chi Yin(중국) , The Rat Tribe, 영상설치, 10분, 2010-2015
2010부터 2015년까지 약 5년동안 매그넘 파우데이션 후원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북경 아파트 지하 벙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작품이다. 중국 당국은 1950년대부터 북경에서 신축되는 모든 건물에 지하벙커 설계를 의무화 했다. 이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냉전체제가 끝나고 오랜 기간 빈 채로 남게 된 지하 벙커는 급성장하는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몰려든 이주민들의 새로운 안식처가 되었다.

Elvis Yip Kin Bon(홍콩), 영상설치, 5분, 2016
작가는 홍콩에 거주하는 필리핀 이주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녀들이 가사도우미로서 첫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취업면접을 영상에 담았다. 고향이, 가족이 그리울 때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그녀들은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한다. 최근 몇 년사이 홍콩에서는 가사 이주노동자들 대상으로 하는 학대,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U-TT(Urban-Think Tank, 스위스), 토레 다비드, 영상, 20분, 2013
다비드의 탑이라는 뜻의 <토레 다비드>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 중심부에 서 있는 45층짜리 건물이다. 1993년 개발업자가 사망하고 이듬해 베네수엘라에 금융위가가 닥치자 건설이 중단되었다. 20여년 동안 골조와 마감 안 된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된 이 건물에 빈민촌의 갈 곳 잃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여 750여 가구가 불법거주를 하게 되었다. 어반싱크탱크는 불법점유지역인 이곳에 혁신적인 <도시 속 도시>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건축적이고 사회적인 대안을 주민들과 함께 연구했다.
전시 연계 부대행사
강좌 : 세계 최대 수직형 무허가 거주공동체 <토레다비드>와 도시의 슬럼화
대상: 작가 및 일반인
참여자: 다니엘 슈바르츠 (Daniel Schwartz)) / U-TT 멤버
장소: 스페이스 필룩스
일시: 2016년 7월 10일(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대화 & 워크숍
대상: 일반 관람객(가족단위 참여 권장)
작가: Jaye Moon
장소: 스페이스 필룩스
일시: 2016년 7월 16일(토) 오전 10시~11시:레고워크숍 , 14시~16시:작가와의 대화
작가와의 대화
대상: 일반 관람객
작가: 안민욱,이원호,조영주
장소: 스페이스 필룩스
일시: 2016년 7월 24일(일) 오후 2시
퍼포먼스 전시연계 퍼포먼스
대상: 일반 관람객
퍼포머: 유목연 외
장소: 아르코미술관 제2전시실
일시: 2016년 7월 27일 (수) 오후 6시
전시개막: 2016년 7월 8일(금) 오후 6시
전시해설: 주중 2시, 4시 / 주말 2시, 4시, 6시
기획: 목홍균 (독립큐레이터)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협력: 레고코리아
출처 - 아르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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